아홉 번째 이야기 - 국내 사례연구 1 - 기업에서 운영 중인 코리빙
국내에 코리빙이 도입된 시기는 대략 2000년대 초로 보는데 해외 경험이 있으신 분들이 상업적으로 준비한 셰어하우스에서 그 기원을 찾습니다. 다만 간혹 60~70년대의 쪽방이나 TV 드라마 응답하라에 등장하는 하숙집이나 자취방, 또는 친구들과 아파트를 통째로 빌려서 사는 하우스메이트가 그 시초가 아니냐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드웨어적 구성으로 단순히 한 지붕 아래 ‘같이’ 산다는 의미로 보면 비슷할 수 있지만 제가 앞 선 글에서 용어를 정의한 이유가 바로 이러한 불필요한 논쟁을 하지 않기 위해서 입니다. (참조 글 : 코리빙이 한마디로 뭐냐면요 )
201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셰어하우스가 등장합니다. 개인 뿐 아니라 우주(WOOZOO) 등 기업 형태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로컬스티치처럼 건축 관련 회사의 진출도 시작됩니다. 이후 대기업에서도 관심을 갖게 되며 2016년도에 최초로 코오롱에서 커먼타운 서비스를 런칭합니다. 이후 코오롱에서 또 다른 브랜드인 트리하우스도 오픈하며 시장을 키웁니다.(얼마 전 트리하우스도 커먼타운 브랜드로 흡수 되었습니다.) 이제 SK디앤디처럼 대기업 건설사도 직접 사업을 시작하고 패스트파이브 처럼 코워킹 오피스 시장 플레이어들도 뛰어듭니다. 물론 소규모의 개인 사업자들도 무척이나 많아졌습니다. 셰어하우스 플랫폼 자체도 많아졌거니와 그 플랫폼에 업로드되는 하우스들도 하루가 다르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제 시장이 크게 확장될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고 보아도 좋겠습니다.
본 글에서는 이러한 국내 코리빙 서비스 중에서 일찍 시작했거나 그 규모가 크거나 혹은 색다르게 운영되고 있는 곳을 살펴 보겠습니다. 수십 개의 브랜드 중에서 저의 주관적인 기준으로 선별하였으며 우선순위는 특별히 두지 않았습니다. 선별한다고 해도 적지 않은 서비스가 소개되는 관계로 앞으로 4회에 걸쳐 소개할 예정입니다.
기업이 운영하는 코리빙 서비스부터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코오롱의 커먼타운을 시작으로 대기업 및 스타트업에서 코리빙 사업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시작했고 가장 잘 알려진 커먼타운부터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커먼타운 - 커먼타운은 2016년 3월에 코오롱글로벌의 건설사업부의 신사업 자회사인 코오롱하우스비전에서 런칭하였습니다. 압구정, 청담, 삼성동, 서래마을, 이태원, 한남동, 여의도 등 프리미엄 지역에서 코리빙 하우스를 선보였으며 다인 가구의 공간 퀄리티보다 훨씬 뛰어난 기준으로 선보였습니다. 기존에 일반인이 가지고 있던 시선인 셰어하우스는 학생 등 20대 초반의 사회 초년생들을 위한 낮은 퀄리티의 주거 형태라는 선입견부터 부수는 작업을 했습니다. 지역 주민들과 주민센터 등 지역에서도 놀라움을 가지고 지켜보았으며 고객과 언론 등에서도 크게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하드웨어뿐 아니라 멤버십을 통한 관계관리, 1인 가구에 적합한 프로그램, 주거 공간만이 아닌 커뮤니티 공간까지 별도로 제공하는 서비스로 페이스북, 인스타 등의 SNS에서 빠르게 공유되기 시작했고 대부분의 지점이 오픈 이후 거의 만실이 되었습니다. 이후 셰어하우스 형태보다 규모가 큰 건물 형태의 코리빙 지점을 오픈하기 시작했고 역삼동, 성수동 등 준 프리미엄 지역까지 확대하여 현재는 25개가 넘는 지점이 운영 중입니다. 제가 런칭한 서비스라 처음부터 현재까지 빠르게 훑어보았습니다.
커먼타운은 1인 가구가 원하는 니즈 위주로 상품과 서비스를 구성하여 초기에 빠르게 입소문을 탔으며 이후 후발 주자들의 롤모델이 되어 현재는 많은 부분이 캐치업 된 상태입니다. 특히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같은 하드웨어, 세탁, 청소, 짐 보관 등의 생활 서비스 등은 처음 기획부터 몇 년 안에 복제가 가능한 부분이기 때문에 핵심 서비스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커먼타운의 핵심은 초기부터 전략적으로 집중해 온 고객 맞춤형 관계관리, 정서관리, 프로그램 제공 등 소프트웨어에 있습니다. 입주자가 편하게 살 수 있고 혹시 문제가 생겼을 경우 빠르게 그리고 개인에 따라 다르게 제공되는 솔루션으로 빨리 그 문제로부터 벗어나게 하여 본인의 생활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은 단기간 내에 알 수도 없고 실행할 수도 없는 커먼타운만의 노하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미 언론상에 많이 노출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은 다소간의 영업비밀이 노출될 것 같아 이 정도에서 마무리 하겠습니다. 커먼타운이 아닌 코리빙 비즈니스의 노하우는 이후 따로 정리할 예정입니다.
2. 트리하우스(서비스명 커먼라이프) – 커먼타운과 형제 서비스입니다. 코오롱글로벌의 건설사업부 자회사인 코오롱하우스비전에 커먼타운과 같이 소속되어 있었고 커먼타운은 2018년에 리베토라는 회사로 또 다시 분사를 하게 되고 트리하우스는 계속 코오롱하우스비전에 남게 됩니다. 커먼타운과 트리하우스의 가장 큰 차이점은 커먼타운은 소규모 자본으로 빠른 확장을 위해 마스터리스 구조로 진행하지만 트리하우스는 토지부터 건물까지 모두 코오롱이 소유한 구조라는 것입니다. 대규모 자본이 투자되고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지만 소프트웨어가 녹아 날 수 있는 하드웨어의 설계 등 기존 공간의 핸디캡을 극복해야만 하기 때문에 단점이 없을 수 없는 마스터리스 모델보다 1인 가구에 더 좋은 공간이 탄생할 수 있습니다. 경영적인 측면에서 볼 때는 부동산 시세차익도 누릴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트리하우스는 각 분야의 스타트업에 공유공간을 무상 제공하는 등 상생차원에서 접근한 모습이 눈에 띕니다. 이러한 스타트업과의 제휴를 통해 입주민들에게 식사 서비스도 제공되고 힐링 피트니스, 아트 프로그램 등의 취미활동도 제공됩니다. 물론 모바일 세탁소, 호텔식 침구 제공 서비스, 가사도우미, 레저용 카셰어링 등 생활서비스 제공은 당연합니다. 공유공간은 공용 주방인 커먼키친(COMMON Kitchen), 그린라운지(Green Lounge), 시네마룸(Cinema Room), 코워킹스페이스(Co-Working Space) 등으로 구성되어 있어 그 활용도가 매우 높습니다. 룸의 구조도 방만 개별로 쓰는 셰어하우스와는 달리 화장실, 키친까지 별도 공간으로 제공되어 독립성이 훨씬 강화되었으며 8층 규모로 기존의 국내 코리빙 하우스 중 그 규모가 가장 큽니다.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나 역삼 역세권이라는 장점까지 있기 때문에 가계약까지 포함하면 공실율은 거의 없다고 합니다. 2호점은 2020년에 신도림으로 예정되어 있다고 합니다. 얼마 전 마케팅 등 오퍼레이션을 커먼타운과 합병하면서 시너지가 날 수 있는 구조가 되었습니다. 앞으로 많은 발전을 기대합니다.
3. T’able - SK D&D 에서 2018년 6월에 강남에 70가구 규모로 런칭한 코리빙 하우스입니다. 코리빙이란 단어 대신 소셜아파트먼트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이는 마케팅적인 측면에서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코리빙 이란 단어는 이미 코오롱에 의하여 선점된 단어이므로 SK는 새로운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새로운 세그먼트에서 탑의 위치를 노린 것 같습니다. 홈페이지를 보아도 커먼타운의 초기 모습처럼 많은 부분을 숨겨 놓고 직접 방문을 유도하는 시크릿 마케팅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기획과 브랜딩을 업계에서 매우 유명한 회사인 퍼셉션이 담당하였기 때문에 자신감이 넘쳐 보입니다. 그리고 이미 커뮤니티 경험이 있는 소셜살롱 비마이비(be my B, 주1)가 맡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안정된 운영을 담보하며 운영 중 일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케팅 커뮤니케이션과 공간 디자인도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투입 되었습니다. 커먼타운이 처음부터 소수의 내부 인력만으로 모든 것을 다 했다면 T’able 은 빠른 시간에 그 간격을 따라잡기 위해 자본력을 무기로 각 분야의 전문가로 세팅한 것으로 보입니다. 언론에 노출된 T’able과 관련된 위의 언급된 전문가들의 인터뷰 기사가 대부분이고 SNS에서의 태그는 거의 없습니다. 물론 안 좋은 이야기도 없기 때문에 무난하게 운영이 되고 있다고 생각되지만 밀레니얼 세대에 적합한 상품에서 SNS에 언급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다만 특이하게 부동산 중개인의 블로그가 눈에 띄는데 아마도 기존의 비엘 오피스텔을 변경했기 때문에 관련 인적 네트워크가 남아 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 됩니다.(주2)
4. 어바니엘 – 롯데자산개발에서 운영 중인 임대주택 브랜드입니다. 코리빙 서비스는 아니지만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코리빙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추어진 서비스입니다. 본인들이 자칭 프리미엄 오피스텔 이라기도 하고 어반스타일 부띠끄 라고도 하며 입주민의 편리함과 안전함이 최우선이라도 하는 등 아직 브랜드 아이덴티티 등의 제반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하드웨어적으로는 이미 상당 수준에 이르렀으며(주3) 확장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도 곧 나타날 것으로 예상 됩니다.(주4) 코리빙에 근접한 서비스를 늦게 시작했지만 제대로만 하면 곧 코리빙 산업에서 수위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되는 다크호스라고 생각합니다.
5. Life - 국내 코워킹 스페이스의 선두주자인 패스트파이브가 선보이는 코리빙 브랜드 입니다. 원래 2월에 오픈 예정 이었는데 3월로 연기 되었다가 다시 5월로 또 연기 하였습니다. 많이 지연되긴 했지만 코워킹 스페이스의 노하우를 깊이 녹인 리빙 서비스를 선보인다고 하니 기대가 큽니다. 단순히 모여사는 것이 아닌 부동산 토털 솔루션을 지향한다고 하며, 과도한 커뮤니티 형성은 자제하고 편안하고 안락한 공간 제공을 가장 우선시한다고 합니다. 이는 기존 자산인 패스트파이브와 패스트캠퍼스의 자산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액션입니다. 다른 경쟁사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여건이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라이프는 선정릉역에서 3분 거리에 있는 130가구 규모의 16층짜리 건물에서 시작한다고 합니다. 1층은 근린생활 시설이 16층은 라운지가 예정되어 있고 루프탑도 준비된다고 합니다. 다만 가격은 일반 원룸보다 30% 비싸게 공급 예정이라 하는데 시장의 반응을 지켜보아야 할 것입니다. 참고로 마스터리스 방식으로 진행 되었습니다.(주5) 1인 가구를 고민하고 그들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찾는 방법론은 대부분의 코리빙 사업자가 하는 고민과 크게 달라 보이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 방법에 있어 어떻게 차별화되게 효과적으로 접근하냐가 관건으로 보입니다. 아직 서비스가 시작되지 않았지만 패스트캠퍼스와 패스트파이브의 성공 사례를 볼 때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 예상합니다.
이상과 같이 기업에서 진행하는 서비스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이외에 KT, 에스원 등도 코리빙이라 주장하고 있으나 실상은 오피스텔 서비스라고 간주하는 것이 더 정확한 분류라 생각하여 제외 하였습니다.(주6) 수요층은 적은 규모로 진행하는 서비스보다는 훨씬 나은 퀄리티의 서비스를 기대할 수밖에 없고 공급자는 그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동안 그들이 노력해 왔던 모습을 보면 수요자들의 기대를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주1) 비마이비 홈페이지
주2) 블로그, 은경실장의 부동산 이야기
주3) 롯데 어바니엘 홈페이지
주4) fn이사람, 파이낸셜뉴스, 2018.10.28
주5) 패스트파이브, 공유형 주거사업'라이프' 개시, ZDNet Korea, 2018.09.05
주6) 공유주택 전성시대 우아하게 럭셔리하게...'나혼자 산다', 매일경제, 2019.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