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지나가고 있었다.
자면서도 땀을 흘리고,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았던 아침, 그러나 플랭크와 닭가슴살과 감동란의 루틴,
뜨거운 열기를 뒤로하고 향한 토요일의 영어학원,
가끔씩 꾸던 기묘한 꿈,
목요일마다 내 이야기를 웃으며 들어주시던 상담선생님,
나의 커리어, 회사와 동료들,
그리고 함박웃음의 가족여행...
그렇게 갔다, 25년의 내 여름.
9월도 여전히 뜨거웠지만 8월과는 달랐다. 그리고 나도 무언가 변곡점을 지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8월 말. 학원 수업의 종료에 맞춰 토익 시험을 보았다.
855점. LC 435(78%), RC 420(88%)
감을 잡은 것 같았다.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았다.
못한 숙제를 다하고, 더 듣고 반복하면 충분히 만점도 가능할 것 같았다.
이제 나와 약속한 시간은 두 달.
말 그대로 달리기 시작했다.
9월 초. 건강검진.
대장내시경을 위해 장을 비웠기에 사실 치팅이긴 하지만 엄청난 인바디 수치가 나왔다.
평생 본 적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수치. 그리고 이 정도까진 아니지...라는 생각.
이제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정화를 하자. 근육을 늘리고 체지방은 여기까지. 체중은 75kg 이하. 건강한 생활.
술은 이제 조금은 괜찮지 않을까 라는 생각, 빵, 과자 생각도 조금씩 났다.
여태껏 뺀 게 아깝다라는 생각과 함께.
더 중요한 수치가 남아 있었다. 내 몸 안의 수치들...
25년 4월 대비 9월.
혈압은 123/96에서 114/78로
혈당은 96에서 90으로
HDL은 51에서 59로
LDL은 222에서 172로
중성지방은 91에서 71로
총콜레스테롤은 291에서 246으로
그래서 총 콜레스테롤 비율은 5.7에서 4.2로
중성지방 비율은 1.8에서 1.2로 변했다.
LDL은 여전히 높고 HDL은 여전히 낮았지만 그래도 양호한 성적표를 받아서 다행이다 싶었다.
유지가 힘든 거지.
다시 예전 습관이면 몸은 또 예전대로 돌아간다는 직간접 경험의 결과가 가벼워진 마음을 조금 무겁게 했다.
그래도 내 목표의 하나가 이루어진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다른 모든 것들도 이렇게 잘 풀리면 좋겠다는 생각.
어떤 모델이 그랬다지. 세상에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내 몸뿐이라고. 몸이 가장 쉽다고.
그 모델이, 또 사람들이 진짜로 모르랴, 몸을 컨트롤하는 게 어렵다는 것을.
다만,
쉽지 않은 세상에서 그나마 인풋과 아웃풋이 정직한 것이 내 몸이기에.
그런데, 요즘 또 다른 고민이 생겼다.
적당한 지방이 있는 사람의 건강 수명이 더 길단다.
BMI 25~30 정도의 사람이 그 이하의 사람보다 평균 수명이 높단다.
그래서 건강 협회들이 알고서도 발표하지 못한다나 뭐라나.
아이쿠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