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을 잊었다.

by 네오

상담 선생님의 이메일은 나를 너무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아니 내가 나를 당황하게 했다는 말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사전 고지도 없이 상담 시간에 나타나지 않았고 전화도 되지 않아 너무 걱정되었다는 말.


나는 목요일의 그 시간을 까맣게 잊은 사람이 되었다.

특별히 바쁘거나 정신을 놓을 만큼 다른 일에 정신이 팔려 있던 것도 아니었다. 아주 평범한 하루였다. 출근해서 일하고 퇴근한 그냥 여느 일상.


일단 스케줄을 못 지켰으니 미안한 마음, 그리고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내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라는 생각.


그토록 의지하던 목요일의 한 시간을 이렇게 까맣게 잊을 수 있단 말인가. 계속 느꼈던, 내가 그 시간을 배신했다는 사실에 근거한 나에 대한 배신감.


그런데 연인과의 헤어짐을 선고한 나쁜 남자처럼 '그래서 어쩌라구'라는 양가적인 감정이 떠올랐다.

'어차피 평생 같이 할 생각이었던 것은 아니잖아.'라는 아주 찰나적인 생각. 이러한 감정은 말 그대로 난생처음이었다.


image.png <출처 : Unsplash>


"안녕하세요, 지난주엔 죄송했습니다."


"아니요, 축하해요. 이제 상담이 필요 없게 된 것 같아요."


"네? 무슨..."


"대부분 상담자들의 경험입니다. 그때가 오면... 상담 시간을 잊어요. 아주 까맣게 잊습니다. 기다려지지도 않고 삶에서의 의미가 매우 축소되는 것이죠. 지난주 나타나지 않으셨을 때 바로 알았습니다. 아 이제 헤어져야 할 시간이 되었구나."


기쁘다기 보단 잔잔한 행복감의 웃음이 나왔다.


"아, 그렇군요..."


마지막 한 시간은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르겠다. 지난 시간의 정리도 아니고 앞으로의 이야기도 아닌, 그냥 그 순간의 이야기로 따뜻한 상담실이 채워졌다.


원래 12번이었던 상담 계획은 11번, 아니 한 번 빠졌으니 10번으로 끝이 났다. 나의 9월 18일 목요일은 그렇게나 조용했다. 고마웠어, 내 인생의 아름다웠던 소중한 시간아.


상담이 끝났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몸도, 마음도, 여전히 새로운 균형을 찾아가는 중이었다.


몸은 좋아졌는데 얼굴은 아니었다. 볼살이 들어가고 주름이 보였다. 처음엔 기분 탓인 줄 알았는데 사진 속의 나는 분명 조금 늙어 있었다.


하지만 경험상 체중 감소를 중단하고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면 얼굴의 지방도 어느 정도 돌아온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다만, 얼굴뿐 아니라 다른데도 다 돌아오면 안 되는 또 다른 숙제...


나만의 즐거움도 다시 찾으려고 했다.


술을 즐겨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통주, 사케, 위스키처럼 맛이 있는 술은 조금씩 먹었다.


이 정도의 사치는 부릴 수 있을 만큼 지난 몇 달간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했으니까. 습관이 몸에 배니 과식은 하지 않게 되었다. 탄수화물도 과거보다 많이 안 먹게 되었다.


가벼운 몸에 적응하니 무거운 몸이 무서웠다. 무서우니 의식적인 에너지를 쓰지 않아도 무의식적으로 나를 제어할 수 있게 된 것 같았다. 남는 에너지는 다른 곳에 쓸 수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핑계인지, 타협인지, 보상인지 모를 생각을 하면서 기분이 더 좋아졌다.

어느 정도는 살이 붙어도 괜찮아. 적당한 지방이 건강 수명을 늘게 해준다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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