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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소소 Mar 03. 2016

생각하기 나름

지니 캘리 에세이 :: 할 말은 많은데 나오는 건 한숨뿐 


사람들은 말한다.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

여자는 남자 하기 나름이다 라고.


하지만 사실 그전에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다.


성의 없이 간간이 오는 그의 문자가 섭섭했다.

"이럴 거면 왜 보내?"

라고 투덜거리자 옆에 있던 친구가 문자를 힐끗 보더니

"너랑 계속 연락하고 싶은가 봐"

라고 말했다.


그는 성의 없이 대충 문자를 보낸 게 아니라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나에게 연락하고 싶어 했음을

그제야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이번 주에 이 영화 볼래?"

그는 고민도 없이 알겠다고 답했다.

왜 그는 나에게 뭔가 하자고 하지 않을까

문득 든 생각에 섭섭해졌다.

그는 나와 함께하고 싶은 것이 없는 걸까 하는 생각에.


그런데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는 나와 함께 하고 싶은 게 없는 게 아니라

나와 함께라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뭘 해도 좋았던 게 아닐까.


항상 다른 일에 바빠서

잠깐잠깐씩 밖에 보지 못하는 것이 섭섭했다.

왜 항상 그는 다른 일에 바쁠까

나를 보고 싶은 생각이 없는 걸까 하는 생각에.


그런데 내가 한창 바빴던 어느 날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는 다른 일에 바빠 나를 잠깐씩 본 게 아니라

바쁜 와중에도 내가 보고 싶어서

잠깐이라도 보려 했던 게 아닐까.


왜 혼자 서운해하던 그 순간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을까.


어쩌면 나를 상처 주는 것은 그의 행동이 아니라

나의 생각인지도 모르겠다.




영화 UP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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