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니 캘리 에세이 :: 할 말은 많은데 나오는 건 한숨뿐
사람들은 말한다.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
여자는 남자 하기 나름이다 라고.
하지만 사실 그전에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다.
성의 없이 간간이 오는 그의 문자가 섭섭했다.
"이럴 거면 왜 보내?"
라고 투덜거리자 옆에 있던 친구가 문자를 힐끗 보더니
"너랑 계속 연락하고 싶은가 봐"
라고 말했다.
그는 성의 없이 대충 문자를 보낸 게 아니라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나에게 연락하고 싶어 했음을
그제야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이번 주에 이 영화 볼래?"
그는 고민도 없이 알겠다고 답했다.
왜 그는 나에게 뭔가 하자고 하지 않을까
문득 든 생각에 섭섭해졌다.
그는 나와 함께하고 싶은 것이 없는 걸까 하는 생각에.
그런데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는 나와 함께 하고 싶은 게 없는 게 아니라
나와 함께라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뭘 해도 좋았던 게 아닐까.
항상 다른 일에 바빠서
잠깐잠깐씩 밖에 보지 못하는 것이 섭섭했다.
왜 항상 그는 다른 일에 바쁠까
나를 보고 싶은 생각이 없는 걸까 하는 생각에.
그런데 내가 한창 바빴던 어느 날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는 다른 일에 바빠 나를 잠깐씩 본 게 아니라
바쁜 와중에도 내가 보고 싶어서
잠깐이라도 보려 했던 게 아닐까.
왜 혼자 서운해하던 그 순간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을까.
어쩌면 나를 상처 주는 것은 그의 행동이 아니라
나의 생각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