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소영 Dec 02. 2024

12월

열세 번째 월요일밤

지난주 쓴 시 몇 편 올려봅니다.

빛의 기억


아직 어둠이 남아있는 이른 새벽

잠드는 것이 싫어 이리저리 생각을 옮긴다

역시나 생각의 끝엔 그리운 사람

사랑하는 마음의 총량을 따지면

죽을 때까지 울며 이름을 불러도 모자라

후회만 가득한 기억들 속에서

당신의 웃음만을 벼리어 내어

내가 가진 제일 귀한 노트에 기록한다

한없는 사랑을 베풀어주신 엄마

내 얼굴에 겹쳐 보이는 얼굴이

뿌옇게 흐려지는 시야에

흘러내리는 눈물이

멈춰 서는 빗방울에

비추는 

빛나는


앉아 있었다
 

 언제부터였는가 내가 여기 앉아있는 건
 누우면 다시 일어날 수 없을 것처럼
 허리를 곧추세우고 피곤하다고 생각한다
 
 아침부터 울면 하루가 재수 없다고 했다
 어릴 적 많이 울어 내 삶이 이렇게 고된가
 그런 바보 같은 생각을 해본다
 
 짧은 낮이 지나고 긴 밤이 오면
 또 무서운 꿈을 꿀까 봐 눈을 감지 못하고
 내내 그렇게 앉아 있었다 
 영원히 사라지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동시에 존재하는 쾌락을 느끼며
 오래오래 내일이 없는 것처럼 앉아 있었다



https://youtu.be/Fz_xxbO-EU8?si=O3Hlad9JjTzbfKHs

아주 오랜만에 음악을 듣고 있다. 유튜브 알고리즘에 의해 발견한 재생목록인데 곡들이 너무 아름답다. 마음이 좋지 않을 때는 어떤 음악을 듣는 것도 힘들어하는 편이다. 이제 슬픔이 조금씩 맘속 깊은 곳에 들어가 자리를 잡는 게 느껴진다. 상실감이 사라질 수는 없겠지만 이렇게 익숙해져 가는 것 같다. 


12월이 되었고 올해에도 앨범이나 음원을 발표하지 못했다. 기타와 목소리만으로 이루어진 곡들을 모아서 발표해 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욕심부리다가 내년에도 아무것도 발표하지 못할 수 있으니까. 남은 12월에는 그동안 써둔 곡들 중에 간소한 편곡으로 발표할 수 있을만한 곡들을 추리고 천천히 작업실에서 녹음해 봐야겠다. 레슨이 많이 줄어 수입이 거의 없어진 반면, 시간은 차고 넘치는 중이다. 이 시간들을 허투루 낭비하지 말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나만의 리듬을 회복하는 시기로 삼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