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하기 대작전

스물여섯 번째 월요일밤

by 오소영

얼마 전 SNS에 내가 왜 사는지 모르겠다고 썼다. 당장 죽는다 해도 아무런 미련이 없다고. 그 넋두리 같은 트윗에 한 트친분이 "지금 해야 할 것에 집중하면 좋을 것 같다."고 멘션을 주셨는데, 그걸 보고서야 '내가 또 쓸데없이 투덜거렸구나.' 하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런 마음도 습관인 걸까? 우울증이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 하고 넘길 때가 많긴 하지만, 점점 더 우울증을 방패 삼아 살아가는 나 자신을 보며 지쳐가고 있다.


한동안 자기계발서를 많이 읽었다. "이걸 하고 저걸 하면 넌 원하는 걸 해낼 수 있을 거야."라는 말들이 너무 달콤했다. 미라클 모닝은 도저히 실천할 수 없었지만, 모닝 페이지를 쓰고 프랭클린 플래너를 사용하는 등 좋다고 알려진 도구들을 활용해 보았다. 하지만 내 생활은 달라지지 않았다. 변하려면 내가 가장 못하는 것들을 해낼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너무 부족했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 밀린 일을 하고, 금방 밤이 되면 하루의 허무함을 채워줄 재미있는 일을 찾다가 다시 잠들지 못하는 밤이 이어졌다. 꾸준히 망하기 위해 노력해 온 꼴이다. 다른 사람 탓을 하고, 아프다는 핑계를 대며 아무것도 하지 않을 이유를 찾아 나열했다. 너무 전형적인 패배자의 모습 아닌가.


앞으로는 잘해야지 생각한다. 생각은 한다. 하지만 이미 몸에 밴 패배자의 생활 습관을 버리기가 쉽지 않다. 매일 밤을 새우고, 먹고 싶은 대로 먹고, 쉬고 싶다고 마냥 쉬다 보면 올해도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흘러가 버릴 것이다. 가끔 만드는 곡들이 나의 존재 이유를 설명해 줄 수는 없다.


왜 사냐고? 왜 살고 싶냐고? 그런 질문을 던질 시간이 있다면, 그건 이미 내가 나태하다는 증거다. 그 시간에 이루고 싶은 목표를 작게 나누어 하나하나 해 나가는 편이 훨씬 나을 것이다. 해야 할 일이 산더미 같다면, 바로 앞에 보이는 귀퉁이부터 조금씩 깨 나가는 거다. 그러면 나를 짓누르던 무거운 일들도 가벼운 먼지처럼 사르르 흩어지지 않을까.


꼭 무엇을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꼭 누군가가 될 필요도 없다. 그냥 나인 채로 깨어 있으며, 눈앞에 보이는 해야 할 일을 해 나가자. 이왕이면 내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면 더 좋겠지. 자신에게 해로운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것을 착실히 한다면, 그건 정말 망하는 길로 가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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