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다섯 번째 월요일밤
2월의 건강상태를 해빗트래커에 매일 기록해 보았는데 몸 상태가 괜찮았던 날이 하루 밖에 없어서 놀랐다. 몸 상태가 좋아야 창작하는 일을 붙잡고 버틸 수 있다. 기타를 치든 가사를 쓰든 편곡 작업을 하든 그 시간을 버틸 힘이 필요한데 그게 하루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럼 그날 뭐 했냐고? 병원 갔다가 저녁 때는 친구 만나서 놀았다. 유일한 좋은 컨디션을 낭비해 버린 거지.
요즘은 수시로 현타가 밀려온다. 우울증이 나아져 나의 처지와 상태 등등에 대해 점점 또렷하게 볼 수 있게 되면서 괴로운 마음도 커져가는 것이다. 나는 음악을 한다는 핑계로 평범(사실 이게 뭔지 잘 모름)한 삶을 포기했고, 뭔가 당연하다는 듯이 조금은 나태하게 살았다. 살아오면서 진짜 열심히 했던 적이 있었나 생각을 해보면 별로 없다. 정규앨범을 3장 냈지만 최선을 다했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글쎄요 하고 대답할 것 같다. 왜 최선을 다하지 않았냐면 또 끝없는 이야기를 해야 할 판이다. 그렇게 길게 변명을 하는 건 재밌지도 보람 있지도 않으니 사양이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생각해 보자. 어젯밤엔 유튜브에서 아끼고 아껴서 돈을 많이 모은 사람의 인터뷰를 보았다. 그래 돈을 아껴야지 버틸 수 있다고 생각했다. 목디스크를 수술 없이 관리하려면 필요한 신전운동에 대한 유튜브도 보았다. 그래 신전운동을 자주 해서 목 디스크가 더 나빠지지 않도록 하자 생각했다. 그렇게 답은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실행하는 것이 어려운 것이 문제다. 당장 매일 일찍 자는 것부터 매일 실패 중이다. 수면부족으로 인해 몸이 안 좋아지는 걸 느끼고 있으면서도 밤이 되면 재밌는 일을 하며 잠을 미룬다. 이런 사소한 실패들이 쌓여 대실패가 되는 것이고, 지금의 나는 커다랗고 커다란 실패의 탑을 짊어지고 걸어가야만 한다.
하지만 난 죽을 때까지 살아있어야 한다. 이왕이면 잘 살아있고 싶다. 실패의 증거인 몸으로 효율이 한참 떨어지는 삶을 살지만 그래도 희망을 갖고 싶다.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며 살고 싶다. 그래서 별로 읽는 사람 없는 글을 쓰고, 보는 사람 없는 유튜브 영상을 만들어 올리고, 듣는 사람 없는 노래를 만든다. 이렇게라도 살아있는 사람이 있다. 실패를 껴안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난 그런 기분이 별로 싫지가 않다. 그래서 계속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하며 살아볼 작정이다. 이왕이면 몇 명이라도 읽어주고 봐주고 들어주면 좋겠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서 실망하고 그만두지는 않으련다. 난 그런 사람이니까. 실행하는 건 약하지만 포기는 하지 않는 미련하지만 듬직한 사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