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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서른일곱 번째 월요일밤

by 오소영

아주 어렸을 때부터 많이 아팠다. 아플 때마다 엄마는 정성껏 간호를 해주셨다. 몇 살 때던가, 심한 후두염에 걸려 고열에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있었을 때 엄마의 걱정하는 목소리, 따뜻한 손길이 나를 버티게 해 주었다. 과일농축원액(?)을 사다가 물에 타서 먹여주셨는데 참 달고 맛있었던 기억이 난다.


지난주 공연전날부터 몸이 안 좋았는데 공연 마치고 집에 오는 길에 근육통이 심해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다음날 일이 있어서 토요일은 어떻게 버텼는데.. 일요일이 되어 마음껏 쉬어도 된다고 생각하자마자 병이 났다. 아침을 먹고 정신을 못 차리겠길래 다시 누웠는데 밤이 되어서야 겨우 일어났고, 화장실에 가니 속이 울렁거려 토하고 말았다. 그렇게 새벽을 몇 번의 구토와 식은땀과 함께 보내고 월요일 아침이 되어 오늘도 움직이는 건 무리겠구나 생각이 들어 스케줄을 취소하고 다시 누웠다.


이제 내 곁을 지키며 이마를 짚어볼 사람도, 걱정 어린 목소리를 들려줄 사람도 없다는 게 꽤 무섭게 느껴진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죽음으로 끝날 사람들에겐 언제나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내가 나이 들어가니까 엄마는 혼자 아플 때 얼마나 외로우셨을까 죄스러운 마음뿐이다. 지금 후회해도 이미 흘러간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지만 말이다.


내일도 몸이 시원치 않으면 꼭 힘내서 병원에 다녀오고, 몸이 나아지면 진짜로 정말로 운동을 해야겠다. 아픈 몸으로 내게 남은 시간들을 버티고 싶지 않다면 미루지 말자. 주변에 도움을 청할 사람이 없어도 꿋꿋이 살아가야지. 나약한 소리는 이제 그만하고 나 자신을 포기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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