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번째 월요일밤
코로나에 걸리고 후유증으로 앓는 동안 3주가 흘렀고 여름이 되었다. 내가 살고 있는 집은 아주 조그마한데 공기가 순환되기 힘든 구조라 여름에 매우 덥다. 며칠 전부터 밤이 되면 29도까지 올라가고 선풍기를 켜놓고 자도 더워서 깊게 잠들 수 없었다.
에어컨이 고장 난 걸 확인한 게 일주일쯤 된 것 같다. 몸에 열이 살짝 있으니 손발이 너무 뜨거워 못 참고 에어컨을 켰는데 차가운 바람이 나오지 않았다. 집주인에게 전화하면 당연히 수리해 주시거나 교체해 주실 걸 알고 있지만 길게 아프면서 집이 너무 엉망이 되었는데 치울 힘이 없어 계속 미루게 되었다.
오늘에서야 집주인에게 연락을 했다. 수리를 부탁드리니 에어컨 사진을 찍어서 보내라 하셨다. 기종의 이름과 에어컨 사진을 보내니, 혹시 언제 설치했는지 아냐고 물으셨다. 하지만 내가 이사 올 때부터 있던 거라 모른다고 말씀드리며 내가 이사 온 해를 떠올려보니 2011년. 진작 고장이 났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시간이 흘렀네. 꽤 오래 버텨준 셈이다. 집주인분은 좀 고민하시는 듯하더니 교체해 주시겠다고 했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그런데 에어컨 기사님이 연락 주실 거라고 했는데 오늘 연락이 오지 않았다. 아마 시기가 시기인 만큼 정신없이 바쁘시겠지. 내일은 꼭 연락을 받고 이번 주 목요일까지는 수리를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지금의 상황은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줄줄 흘러 뭘 하려고 마음먹기 힘들다.
생각해 보면 내가 어릴 적에는 에어컨이 없었고 시원한 물을 뒤집어쓰며 더위를 날리곤 했다. 밤에 푹푹 찌는 집안에서 잠들기 힘들어 칭얼거리면 엄마는 언니와 나를 데리고 옥상에 올라가 자리를 깔고 빨랫줄에 이불을 걸쳐 지붕을 만들고 잠들기도 했다. 그렇게 내가 가지고 있는 환경에 적응하며 이겨내며 살아왔는데 지금의 나는 너무 약해진 게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니 약해진 게 아니라 그렇게 우리를 아껴준 엄마의 마음을 이어받지 못해서일지도 모르겠다.
덥다고 미뤄둔 일들이 많다. 당장 설거지를 해야 하고, 여름옷도 꺼내야 한다. 에어컨 교체를 하려면 에어컨 아래의 짐들도 모두 치워야 한다. 어릴 적 우리를 위해 무엇이든 하려 했던 엄마를 떠올리며, 나는 혼자니까 나 자신을 위해 뭐라도 하자. 나 자신을 더 위하며 살아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