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아홉 번째 월요일밤
5월 18일 몸살기운이 시작되었다. 아침으로 빵을 먹고 다시 잤는데 체기가 느껴져 밤에 일어나 몇 번을 토하고 심하게 체했구나 생각했는데, 월요일부터 감기기운이 시작되었다. 열이 심하지 않고 인후통증도 없어서 좀 센 감기에 걸렸나 보다 하고 병원에 가서 진료받고 감기약을 타먹었는데, 점점 입맛이 이상해지는 게 느껴졌다. 저번에 코로나 걸렸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집에 있던 자가키트로 검사해 보니 코로나 당첨. 그동안 사람이 많은 곳에 갈 때는 절대 까먹지 않고 마스크를 써왔는데, 최근 마스크를 쓸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적이 있었고 그때 옮은 것 같았다.
일주일쯤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 생각했는데, 2주째가 되어서도 몸의 컨디션은 악화되기만 했다. 우울증 약이 떨어졌는데 직계가족이 아니면 처방을 받을 수 없다 하여 약을 못 먹는 기간이 길어지자 어지럼증이 심해졌고, 입맛이 이상해졌다 나아졌다 하며 속은 계속 메슥거렸고, 2주 동안 일을 전혀 하지 못해 벌지 못한 돈에 대한 속상함과 코로나 때문에 매년 재미공작소에서 해오던 단오절 공연도 취소가 되어 마음의 컨디션도 급격히 떨어져 갔다. 며칠 동안은 계속 눈물이 나서 너무 오래 울었더니 두통이 와서 또 고생했다.
오늘 드디어 멀리 있는 병원을 다녀올 수 있을 만큼 몸이 회복된 느낌이 들어 병원에 가서 약을 탔고, 오늘 바로 먹을 비상약도 받았다. 밥을 먹고 비상약 한 알을 먹으니 지금까지 날 괴롭히던 어지럼증의 50% 정도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플라세보 효과일 수도 있겠지만 정말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쭉 몸이 약한 채로 커오다 3-40대에도 건강을 챙기지 못한 결과는 이렇다. 똑같은 병이라도 오래 아프고 회복이 완전하게 되는 것도 어렵다. 그리고 가족 없이 혼자 사는 사람은 필요한 약을 다른 사람에게 부탁해 받아올 수도 없다. 가족이 있는 사람들은 가족에게 도움을 받으면 되지만, 그러지 못하는 사람은 이렇게 방법이 없어도 되는 걸까? 그냥 움직일 수 없을 만큼 아프면 혼자서 죽으라는 얘기인데 이건 분명히 크게 잘못된 것이다. 앞으로 나같이 가진 것 없고 기댈 곳도 없는 사람들이 그나마 챙겨 받을 수 있는 혜택에 대해 찾아보고 공부하고 나와 같은 처지인 사람들에게 정보를 공유해보고 싶다.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사는 게 최고지만, 건강하지 못하게 태어나 아플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다. 나를 포함한 아픈 사람들이 그냥 죽어버릴 수밖에 없게 되는 걸 바라지 않는다. 우리 어떻게든 잘 버텨서 살아남자. 나 자신을 포기하지 말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은 신경 쓰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