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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유증

마흔세 번째 월요일밤

by 오소영

코로나 이후 한번 나빠진 컨디션이 다시 좋아지지 않고 있다. 오늘도 오후에 겨우 일어나 아침을 챙겨 먹고 밀린 설거지와 이것저것 해봐야지 했는데 약 기운 때문인지 다시 잠들어 밤에 일어났다. 매일이 이런 식으로 흘러가니 자괴감이 크다. 나 자신을 의심하고 비난하는 버릇을 고쳐야 하는데 오늘도 나 때문에 망쳐버렸구나 싶다.


내가 먹는 것이, 자는 것이, 운동하는 것이 나를 만든다. 내가 몸을 나빠지게 하는 습관에 더 익숙해져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어렸을 적에 운동에 재미를 붙일 수 있는 계기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고 쓸데없는 후회를 해본다. 난 다락방에 틀어박혀 책을 읽는 걸 좋아하는 어린이였고, 학교에서 돌아오면 기타를 안고 방에 틀어박히는 청소년으로 자라났다. 나이가 들면서도 사람들을 만나는 것에 거부감이 있어 밖에서 하는 활동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스스로 약해져 버린 어른이 되었다.


이미 벌어진 일들은 후회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 오늘은 꼭 해야지 내일은 꼭 해야지 계속 다짐하지만 약해진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아프지 않고 맑은 정신으로 깨어있는 게 언제였는지 잘 기억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만큼 드문 일이기도 하다.


가벼운 몸과 마음을 가지고 싶다. 맑은 정신으로 좋은 생각을 하고 싶다. 좋은 사람이 되어 좋은 노래를 부르고 싶다. 지금에 집중하자. 망해버린 시간은 지나가니까 새로운 시간을 잘 채워보자. 다음주에는 달라진 나에 대해 쓸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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