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할 수 없는 후유증
대학병원 정형외과에 있다 보면 아무래도 크게 다친 환자들을 많이 보게 된다. 그중에서는 나이가 많아 원래 거동이 쉽지 않으시고 신체적 요구량이 많지 않은 분들이 계신 반면 아주 젊은 환자들도 있다. 사지 골절은 비특이적인 통증이라던지 약간의 기능장애 등을 남길 수 있지만 대개는 큰 무리 없이 낫게 되어 수술 후 몇 년이 지나면 병원에 다시 방문하지 않는 환자들이 많다. 하지만 신경계통과 큰 관련이 있는 경추를 포함한 척추는 이야기가 다르다.
하부 요추, 천추에 골절을 동반한 신경손상이 있는 경우 간혹 대소변 장애를 호소하는 환자들이 있다. 재활의학과 등에서 다양한 시도를 해보더라도 실상 예후는 좋지 못하다. 환자들은 기저귀를 이용하여 대소변을 가려야 하고, 대부분 생활에 보조가 필요하다.
몇 년 전, 스포츠 액티비티 (행글라이더)를 하던 중 높은 곳에서 추락하여 본원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가 있었다. 이런 경우 고 에너지에 의한 손상으로 다발성 골절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어디부터 떨어지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발부터 떨어지게 되면 종골(Calcaneus) 혹은 경골의 분쇄 골절 (특히 pilon fx, 양측성으로 오기도 한다), 혹은 골반 환 손상(pelvic ring injury, 간혹 vertical shear 형태가 동반되기도 하며 사망률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혹은 척추의 방출성 골절 등이 동반된다.
다른 부위의 손상이 잘 기억나지는 않으나 하지에 골절이 있어 수술 후 골유합이 되었고 약간의 운동범위 제한을 남기게 되었었다. 중요한 것은 척수 손상을 동반한 방출성 골절이 있었다는 것이고, 다행히 하지의 운동, 감각은 비교적 보존하게 되었으나 대소변 장애가 남게 되었다. 환자는 6개월, 1년 간격으로 외래에 내원하기는 하나 더 이상 증상의 호전은 보이지 않고 있었다.
사고 당시 동행했던 다른 사람은 사망하였다고 한다. 환자 역시 내원 후 수 주 동안 중환자실 치료를 받았어야 했다. 방출성 골절의 형태가 아주 위태하여하지 마비의 가능성이 있었던 환자이다. 이러한 가능성들을 모두 피했고, 허리의 골절도 비교적 잘 치유되었다. 그럼 과연 이 환자는 행복할까?
절대 그렇지 않다. 대소변을 못 가리는 게 그렇게나 불편하다고 한다. 치료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아니 이만하면 다행이지 않소'라는 이야기가 절로 나올 수도 있으나 환자는 그렇게 받아들이지 못하였다. 게다가 신경 손상은 한번 발생하면 되돌리기가 아주 어렵다는 것을 여러 차례 설명하였다.
어느 날 하루는 환자가 외래로 와서 진단서를 써달라고 하였다. 다른 병원을 가보겠다며 소견서를 써달라고 하였다. 환자는 오랜 기간 해답이 보이지 않는 본인의 후유증에 지쳤는지 언짢은 기색이 가득하였고, 약간 반 시비조로 일관하였다. 응대하던 나도 어느 순간 짜증이 나서 필요한 것만 해 드릴 테니 돌아가시라는 식으로 꽤나 불친절하게 쏘아냈다. 그리고 그날 저녁, 꽤나 후회가 되었다.
다치면 어떤 형태로든 후유증은 남을 수 있다. 그중에서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는 유형의 것들도 많다. 그런 환자를 마주하였을 때, 환자에게 '좋아지실 겁니다, 힘내세요'라고 희망을 줘야 하는가? '절대 돌아오지 않습니다. 단념하고 다른 방법을 찾으세요'라고 이야기해야 할까? 늘 고민이 되는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