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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ssian Apr 05. 2017

빛을 꿈꾸다


 굴을 통과하고 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순간들 속에서 늘 찾아 헤 것은 한 줄기 빛.


무엇이 도사리고 있을지 몰라 허우적거리고,

어슴푸레한 발자국을 되짚어 돌아보고,

떨떠름하게 되돌아 앞을 향해 양팔을 휘휘 내저으며 조심스레 한 걸음씩, 한 뼘씩 움직여본다.


점점 굴은 깊어만 가고,

공기는 갈수록 매캐하고 짙어져만 간다.




"세상은 끝없이 변화한단다."

어른들은 그렇게 말했다.


어린 마음은 이해할 수 없었다.

매일 밝아오는 아침, 같은 풍경, 반복되는 밤.

세상은 마치 늘 그대로인 것만 같았다.


 단단했던 마음속 세상이 꿈틀대기 시작한 것은 어딘가로 향하던 주말 아침이었다. 창밖을 내다보던 어린 시선에 차에 치여 도로 위에 아무렇게나 나뒹굴고 있는 강아지의 모습이 닿았다. 숨은 끊어진 지 이미 오래였다.


 


 어쩌면 스쳐갔을 뿐인 풍경, 그러나 처음으로 잔혹한 현실에 눈을 뜨고 말았다. 동화나 영웅담이 그려내는 권선징악과 예쁜 이야기가 세상의 전부가 아님을 처음으로 체감한 순간이었다. 티 하나 묻지 않았던 세계관에 돌이킬 수 없는 균열이 생긴 순간이었다.




 저녁 식사가 끝나면 흘러나오는 뉴스를 좋아하지 않았다. 시작부터 일기예보가 나오기 직전까지, 하루 일어난 모든 부정적인 일들을 한 데 모아 알려주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가만히 듣고 있자면 세상은 항상 나쁘게만 변해가는 것 같았다. 하루를 잘 보낸 뒤에도 뉴스로 인해 공연히 마음이 무거워지곤 했다.


 어른이  후에도 귓가를 맴도는 세상 이야기는 항상 좋은 일보다 심각한 상황, 부정적인 사건 일색이다. 더욱 무력감을 느낀 것은 그 대부분이 어찌할 도리가 없는 일들이라는 이었다. 희소식보다 비보가 열 갑절 많은 세상임에도 모두들 어찌저찌 꿋꿋하게 버티고 있다. 다들 지나치게 적응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그래 왔으니까.




서 있는 이곳이 어느 부근인지도,

굴의 끝이 존재하는지조차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꿈꾸기를 멈출 수는 없다.


가장 지쳐 주저 앉으려는 순간 어둠에 적응된 눈이 거짓말처럼 밝아오는 빛줄기를 견디지 못하는 그 순간을,


빛의 자락을 잡고 다가갈수록 상쾌해지는 공기의 일렁임을,


한걸음 한걸음 발을 옮길 때마다 점차 걷혀가는 주변의 어두웠던 그림자들을,


빛줄기가 뻗어오는 곳에 가까워질수록 들려오는 새롭고 활기찬 목소리들을,


너무나 눈이 부셔 뜨지조차 못하고 굴 밖으로 내디딘 첫 발걸음의 바스락거림을,


그리고,

칠흑잠식된 삶을 향해 손짓하던 빛 온몸으로 받아내며 만끽할 완연한 따스함을.




그렇게 오늘도 변함없이,

빛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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