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안 허스키에게 안성맞춤인 물건들을 소개합니다
사실 이번 이야기에는 특별한 내용이 없다. 반려견을 기르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사용하는 물건이고 누구나 한 번쯤 접했을 물건들을 굳이 따로 간추려 소개하는 이유는 처음 시베리안 허스키를 기르는 분들이나 기를 계획이 있으신 분들, 그리고 이미 허스키와 함께하고 있지만 어떤 부분에서 조금 더 나은 물건이나 알맞은 상품이 있을까 고민하는 분들에게 개인적으로 허스키를 양육하고 경험하면서 얻은 정보를 나누고자 함이다. 일반적인 연재 이야기라기보다는 실제로 시베리안 허스키를 기르는 분들이나 기를 계획을 가진 분들을 위한 팁이라고 보아주시면 감사하겠다.
사실 제노를 데려올 때 즈음엔 아무것도 몰랐다. 어릴 적 이후 제대로 개를 길러보는 것이 너무나 오랜만이어서 하나부터 열까지 다 다시 배우고 경험해야 했다. 막상 허스키를 가족으로 맞이하려는데 제대로 정리된 정보가 많지 않아서 나름대로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고 다른 대형 견종들에게 괜찮았다는 이야기만 믿고 썼다가 시베리안 허스키에게는 잘 맞지 않아 돈 낭비가 되어버린 경우도 아주 아주 아주 많았다. 배변판만 다섯 번을 바꿨고(결국 지금은 사용조차 안 한다), 사료는 가장 알맞은 것을 찾기까지 약 30종 이상을 급여해보아야 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빠 때문에 실상 제일 고생한 것은 제노였다는 생각이 들어 아직도 미안하다.
복잡하게 이것저것 더 늘어놓지 않고 제노에게, 그리고 아마도 시베리안 허스키에게 적합한 물건(상품)들이 무엇인지 소개해보고자 한다. 노파심에 해 두는 말이지만,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특정 브랜드나 상품에 대한 광고 의도는 전혀 없다. 직접 돈 내서 사고 실제로 상당 기간 활용해 본 뒤에 정말 괜찮았기에 소개하는 글일 뿐이다.
상표는 웰니스코어 오션포뮬라이다. 생선을 주원료로 한 고단백 사료로서 제노에게 급여해 본 결과 소화에도 가장 무리가 없었으며 피모의 질 개선이나 영양적인 부분에서도 가장 뛰어났다. 약 12개월령까지는 웰니스코어의 퍼피 사료를 먹였으며 성견이 된 이후로는 몇몇 사료들과 함께 테스트 과정을 거친 후 오션포뮬라에 정착하게 되었다. 성견이 되기 전에는 퍼피 사료를 아침, 저녁 두 차례 각각 종이컵 기준 2컵반씩 급여를 하였다. 성견이 된 이후로는 점차 식욕, 식탐이 눈에 띄게 줄었고 매일 저녁 한 차례만 사료를 급여하기 시작했다. 약 13~14개월령부터는 주 사료인 오션포뮬라와 관절 보조사료를 3.5 : 1 정도의 비율로 섞어 급여했다. 알로페시아 증상이 나타난 이후부터는 피모 영양보조제를 함께 뿌려서 급여하고 있지만 사실 사료의 영양 구성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에 특별히 피모에 문제가 있지 않은 한 좋은 사료만 먹여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아보덤 케어라는 상품으로 반려견들의 관절 보조 사료 중에는 가장 유명한 사료이기도 하다. 견종에 따라 이 사료가 부적합하여 다른 관절 보조 사료를 급여해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급여하기 전에 자신의 견종에 적합한지에 대해서는 꼭 수의사나 전문가와 상의를 해보아야 한다. 물론 시베리안 허스키에게는 급여해도 좋다. 기호성 역시 나쁘지 않은 편이며, 조금씩 사료배합 비율을 늘려나가다 보면 큰 어려움 없이 적응시킬 수 있다. 약 14~15개월 이상의 완연한 성견부터 급여해야 하며 너무 어릴 적부터 급여하면 뼈나 관절이 웃자라는 등의 큰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니 꼭 이러한 부분을 염두에 두고 급여해야 한다. 만일 반려견의 운동량이 많은 편이 아니거나 전력 질주 혹은 조깅 등을 매일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면 꼭 관절 보조사료를 배합해 먹일 필요까지는 없다. 제노의 경우..... 음.... 모르겠다.. 제노와 함께 운동을 하다 보면 내가 관절 사료를 챙겨 먹어야 하는 상황이 오곤 해서 우린 항상 열심히 달리고 뛰고 먹는다.
마이뷰(mybeau) 스킨&헤어라는 제품을 급여하는데, 일일이 따로 챙겨먹이기는 상당히 귀찮으므로 사료를 급여할 때 사료 사이사이에 뿌려주곤 한다. 덩치가 큰 개일수록 많이 급여해야 하는데 보조제치곤 가격이 만만치 않으므로 제노는 알로페시아 증상만 어느 정도 완치되고 나면 계속 급여할지 말지 고민 중이다. 주사료인 웰니스코어 오션포뮬라만으로도 허스키의 피모는 충분히 아름답고 윤기 나게 유지할 수 있지만 녀석들의 외모와 삶에서 피모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감안한다면 '갠 소중하니까요' 마인드로 쭉 급여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피쉬4펫, 혹은 살몬4펫 등의 이름으로 판매되는 상품으로서 생선살을 동결 건조시킨 간식이다. 말 그대로 생선살을 큐브 형태로 굳힌 간식이며, 시베리안 허스키라면 가장 정신을 못 차리고 돌진하는 간식이기도 하다. 대구살, 연어살, 황다랑어살, 잡어 껍질, 연어 돌돌말이 등 여러 가지 형태가 있으며 제노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황다랑어살과 연어 돌돌말이다. 그런데 황다랑어살은 너무 비린내가 심해서 요즘은 연어 돌돌말이와 연어 살코기 정도로 타협을 보고 있다. 건어물이다 보니 직접 맛을 보면 제법 염분이 있는 편이므로 많은 양의 급여는 권장하지 않는다. 허스키가 덩치가 크다고 마구마구 간식을 급여하는 분들이 있는데, 덩치는 산만해도 소화기관의 능력은 거의 토끼 수준이므로 하루에 몇 조각씩만 급여하도록 하자. 제노의 경우 산책을 다녀온 뒤 두 조각(하루 총 6조각), 찐 고구마 6조각(손가락 한 마디 크기 정도)이 하루 간식의 전부다. 그 이상을 불규칙적으로 급여하면 반려견은 반려견대로 사료에 흥미를 잃기 시작하고 견주는 견주대로 힘들어진다. 쉽게 말해 [간식으로 배가 부를 상황]은 절대 만들지 말자.
제노가 사용하는 하네스는 Julius-K9에서 생산한 IDC 하네스와 IDC 벨트 하네스가 있다. 요즘은 너무 더워서 달릴 때를 제외하고는 목줄만 착용하고 나가는 경우도 많지만 일반적으로 격한 운동을 하거나 먼 거리를 산책할 때는 하네스를 착용하는 것이 반려견들의 목과 척추 건강에 훨씬 이롭다. 중량을 가슴을 비롯한 전신으로 받아내느냐, 목걸이로만 받아내느냐의 차이는 누적될수록 크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IDC 하네스를 가장 견고하고 사용하기에 편하다고 생각한다. 벨트 하네스의 경우 등 쪽에 닿는 부분이 IDC 하네스에 비해 거친 편이어서 피부가 민감한 반려견의 경우 다소의 부작용이 생기는 걸 보았다. 벨크로를 이용해 양옆에 작은 가방도 달고 다닐 수 있고 이름표를 붙일 수도 있어서 여러모로 활용도가 높은 제품이다. 많이 쓰이지는 않지만 위에 달린 손잡이도 반려견을 어떻게든 들어서 옮겨야 하거나 통제할 필요가 있을 때 상당히 유용하다.
시베리안 허스키의 경우 이유 불문하고 재질이 두껍고, 고리가 견고한 리드 줄을 사용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얇은 리드 줄과 새끼손가락만 한 고리로는 절대 튀어나가는 허스키를 통제할 수 없다. 제노는 생후 4개월부터 얇은 목줄을 일주일에 한 개씩 끊었다. 끊었다는 표현보다는 녀석의 힘을 견디지 못해 고리의 스프링이 터져나갔었다. 손에 쥐기 편한 그립이 제대로 구성되어 있는지, 목줄이나 하네스에 연결되는 고리가 충분히 크고 견고한지 꼭 확인하고 구매하도록 하자. 사진에 나온 제노가 사용하는 리드 줄은 1.8m 길이의 리드 줄로, 사실 어디서 샀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플렉시(Flexi) 사에서 나오는 바리오(Vario) 모델 Large 사이즈(50kg 견종까지), 8m 길이, 테이프형을 사용하고 있다. 처음에 리드 줄만 이용하다가 제노의 힘에 손가락 관절, 팔꿈치, 어깨에 이어 허리와 무릎까지 쑤시기 시작해서 자동 리드 줄로 넘어왔다. 당시 제노의 체중은 약 19kg이었고 시베리안 허스키 수컷 성견의 평균 체중은 23~27kg 정도여서 돈도 아낄 겸 Medium 사이즈(25kg 견종까지), 5m 길이를 구매했었다. 처음에는 괜찮았는데 제노가 조금 더 커지고 힘이 붙자 M 사이즈 제품은 종종 완전히 콱 풀어져서 자동으로 줄을 감지 못하기 시작했다. 한 마디로 제노가 뛰쳐나가는 순간적인 힘이 너무 강해서 제품이 버티질 못한 것이었다.
시베리안 허스키의 끄는 힘이란 모든 견종들 중 무게 대비 최강이다. 따라서 자기가 기르는 허스키의 체중이 25kg이라고 해서 타 25kg인 견종들의 끄는 힘과 같을 것이라고 예상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허스키라면 무조건! 라지 사이즈로 사자. 길이야 견주가 선택할 문제지만 5m와 8m는 막상 사용해보면 천양지차다. 통제에 조금 더 자신이 생기기까지는 5m를 사용해도 좋다. 8m쯤 되면 리드 줄을 고정해두지 않을 경우 산책 중에 개가 견주의 반경 8m 전역을 돌아다닐 수 있다는 의미이므로 다른 행인들에게 상당한 부담을 안길 수 있다. 따라서 리드 줄을 다루는 데에, 그리고 산책 훈련이 거의 완벽하게 통제가 가능해지는 수준에 이르면 더 긴 줄로 넘어가는 것을 권장한다. 제노는 최근에 8m에서 10m로 넘어갔는데 5m와 8m 사이에서 느낀 신세계보다 더욱 큰 저 너머 세계를 느끼고 있다. 시베리안 허스키를 자동 리드 줄 없이 산책한다는 것은 그 힘을 1~2미터 반경 내에서 견주가 고스란히 부담해야 함을 의미하며, 경험해 본 결과 이는 건강에 그리 이롭지 않았다.
개인적인 견해로 자동 줄은 꼭 테이프형으로 구비하길 추천한다. 일반적으로 자동 리드 줄에는 코드형과 테이프형이 있는데 코드형을 들고 산책하는 분들의 반려견과 함께 놀다가 강아지나 타 견주가 다치는 경우를 종종 보았다. 실제로 얼마 전에도 장난기 넘치는 강아지가 코드형 줄을 착용하고 제노와 이리저리 섞여서 놀다가 내 한쪽 종아리를 감고 말았다. 코드형 줄이 다리를 감은 채로 쉬리릭 감기면서 다리 피부를 파고들어갔고 결국 찰과상으로 남아 커다란 상처와 흉터가 남아버렸다. 다른 개는 그 줄로 인해 다리를 다치기도 했다고 한다. 이는 견주가 제대로 리드 줄 통제를 하고 못하고의 문제도 있지만 반려견들끼리 정신없이 놀다 보면 언제든 순식간에 발생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반려견이나 견주들의 신체에 감겨도 다소 덜 위험한 테이프형을 이용하길 권장하는 바이다.
어디서 샀는지 어떤 제품인지는 전혀 기억이 안 난다. 대부분의 견종들이 그렇지만 허스키 역시 어릴수록 식탐과 식욕이 엄청나다. 밥을 주면 먹기 시작하는 게 아니라 "내 거야!!!!!"하면서 밥그릇에 뛰어든 다음에 촤라락~ 클레이모어처럼 흩어진 밥알들을 하나씩 뛰어다니며 주워 먹기 시작한다. 완전히 식사 습관을 들이기 전에는 최대한 무겁고, 깊고, 하단에 고무 지지대가 달려 있어 쉽게 움직이지 않는 밥그릇을 이용하시길 권장한다. 물론 식사 습관이 다 들고 성견이 된 후에는 돗자리에 사료를 깔아놔도 멀뚱멀뚱 바라만 볼 테지만...
많은 분들이 애용하시는 물그릇일 거라고 생각한다. 제노는 어릴 때 물그릇만 보면 뒤집는 놈으로 악명이 높았다. 정말로 악명이 높아서 제노를 잠깐 호텔링을 맡겨둔다거나 동물 병원에 두면 항상 보드나 비고사항에 대문짝만 하게 '제노 - 물그릇을 끝없이 뒤집음 [제한 급수 필수]'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집에서도 항상 물그릇을 뒤집어대서 나중에는 외출할 때 물그릇이 있는 화장실 문을 닫아놓고 외출해야 할 정도였다. 이 물그릇을 이용하기 전에는 항상 물에 코를 박고 온 집을 돌아다녀서 하루 종일 쫓아다니며 주르륵 흐른 물자국을 닦아야 했다.
킴라베 327이라는 제품으로 동물 전용 이발기이다. 처음에 배송받고 수사자와 기린 그림도 그려져 있어서 상당히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처음에는 제노를 내가 껴안고 제노 엄마가 미용가위를 가져와 한 시간 두 시간 낑낑대며 제노의 발 털을 정리하곤 했다. 뭣하러 강아지 털 깎는 데 면도기까지 사냐면서. 그런데 제노 엄마가 햇살이를 출산하고 제노의 관리가 어려워지면서 나 혼자서 어떻게든 제노의 발 털을 정리해주기 위해 면도기를 구매해야만 했다. '아.... 가위로 정리하던 우리는 거의 뗀석기 원시인이었구나..' 그날로 깨달았다. 허스키는 산책을 자주 해야 하므로 발 털을 주기적으로 정리해주지 않으면 바깥에서 걸레질하다가 집에 와서 모든 지지를 떨어놓게 된다. 정말 실내가 비위생적으로 변하니 꼭 발 털 정리를 깔끔하게 해주자. 약 열흘에서 2주마다 한 차례씩만 해주면 된다.
아무 생각 없이 제노의 웃자란 꼬리털과 발 털을 정리해주려고 더 이상 쓰지 않는 내 전기면도기를 꺼내와서 제노의 발 털을 깎아보려다가 이발을 시작하고 3분 만에 면도기가 사망했다. 무려 7년이나 고장 없이 썼던 면도기였는데, 불과 3분 만에.. 개의 털과 인간의 털은 레벨이 다르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절대 동물 전용 이발기를 사용하자!
장난감은 견주의 개인적인 취향이나 반려견의 기호에 따라 구비해주면 될 일이지만 시베리안 허스키에게 아주 적합했던 장난감 몇 가지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Tuffy]
Tuffy 사에서 나오는 봉제인형 장난감들이 상당히 튼튼한 편이다. 장난감의 내구력에 따라 10단계가 나누어져 있다. 문제는 상당히 비싼 편이라는 점과 반려견이 인형의 약점을 알아내면 순식간에 고압축된 솜뭉치들이 온 집에 굴러다니게 된다는 점이다. 제노는 이 봉제인형들의 약점을 다 파악해버려서 강도 10짜리 줄다리기용 장난감을 제외하곤 6,7,8,9 사 오는 족족 전부 사망했다. 처참하게.
[스타마크 펀볼]
아주 튼튼한 고무 재질로 된 공으로서 제노의 경우 M, L 사이즈 중 라지 사이즈를 가지고 논다. 튀기거나 던져보면 거의 탱탱볼에 가까운 탄력을 가지고 있으며 아주 튼튼하고 잘 굴러다녀서 일반적인 고무공들보다 반려견을 운동시키기에 훨씬 적합하다. 아무리 이빨이 단단해도 자국조차 내기 힘들고 워낙 잘 튀어 오르다 보니 반려견의 체력을 소모시키는 데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공이다. M 사이즈는 테니스공보다 조금 작아서 대형견에게는 적합하지 않으며, L 사이즈는 커다란 배만 한 사이즈라고 보면 된다. 무게감도 상당한 편이며 가운데 난 구멍으로는 간식을 쉽게 넣을 수 있게 되어있어 반려견이 지속적으로 공에 흥미를 가지고 쫓아가도록 돕는다. 넣어둔 간식은 지나치게 작은 덩어리가 아닌 이상 어지간해서는 빠져나오지 않는다. 사실 개가 스스로 간식을 꺼내 먹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구조다.
제노의 경우 한참 동안 공을 쫓아다니다 지치면 수돗가로 가서 물을 먹이고 공에 묻은 흙먼지를 씻으면서 안에 들어있는 간식 한두 개를 꺼내 먹이는 것으로 운동을 마무리하곤 한다. 시간에 쫓겨 길게 산책하기 어렵거나 날이 너무 더워 강도 높은 운동을 하기에 어려운 경우, 긴 리드 줄과 펀볼의 조합이면 견주의 체력을 크게 소진하지 않고도 약 15~20분 만에 체력왕 제노마저도 녹초로 만들 수 있을 정도이다.
봉제인형이나 다른 장난감들에 비해 가격도 크게 비싸지 않고 내구성도 어마어마하므로 활발하고 운동량이 많은 견종을 기르는 분들에게 최고로 강추하는 장난감이다.
털이 빽빽하고 많은 견종일수록 비에 흠뻑 젖을 경우 말리기도 힘들고 젖은 상태가 오래 유지될 경우 저체온증에 시달리기 쉽다. 특히 제노는 허스키들 중에서도 모질상 물기가 금방 빠지거나 마르지 않는 편이어서 비가 많이 내릴 경우 우비가 필수적이다.
제노가 착용하는 우비는 후르타(Hurtta) 제품으로 사진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양 뒷다리에 밀착면을 고정하기 위한 고무줄이 장착되어있다. 또한 하네스를 착용할 경우를 대비하여 등 위쪽으로 리드 줄을 연결할 수 있는 구멍도 마련되어 있다. 아무리 우비라고 해도 배와 다리 쪽까지 덮는 것은 아니므로 우천 속에서 30분 이상 산책을 하면 배 쪽이나 다리 쪽은 흠뻑 젖어서 귀가하게 된다. 따라서 반려견 전용 우비란 저체온증을 방지하고 털이 빽빽하여 물기를 말리기 어려운 녀석들이 완전히 물에 빠진 꼴을 면하게 해주는 고마운 도구 정도라고 생각하면 좋다.
사실 반려견에게 신발은 신기지 않는 편이 좋다. 균형감각의 습득을 저해하고 열 배출을 막기 때문이다. 외출하면서 발에 묻는 흙과 먼지를 일일이 닦아주기 귀찮다고 신발을 신기는 분들이 있는데, 이는 사실 반려견들의 입장에서 상당히 답답한 노릇인 셈이다. 그럼에도 제노에게 신발을 신겨야만 하는 시절이 있었는데 도심에서 산책을 하던 중 유리조각을 밟아 발을 다쳤기 때문이었다. 생각보다 상처도 깊고 피도 제법 났기에 한동안 발이 회복될 때까지 신발을 신겨 걷게만 해야 했다.
당시에 반려견 전용 신발을 신겨보면서 절감한 사실은 대부분의 신발이 지나치게 내구성이 약하다는 점이었다. 특히 체중이 많이 나가면서 움직임이 거칠고 억센 제노는 시중에서 판매하는 대부분의 신발들이 산책 한 차례, 그나마 버티면 두 번째 외출에서 구멍이 뚫리거나 완전히 망가지곤 했다. 물론 잔디나 부드러운 흙 위만을 걷는다면 훨씬 오래 버틸 것이나 도심에서 제노를 길러야 하는 상황에서 이는 기대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이후로 제노에게 신발을 신긴 적은 없지만 유사시를 대비해 4족 한 세트를 구비해두었다. 되도록 앞으로도 신발을 신길 일은 없었으면...
더운 시기에 제노와 소풍을 나가게 되면 항상 물을 챙겨야 한다. 전에 급한 대로 생수 500ml를 사서 종이컵에 부어줬더니 끝없이 들이키다가 한 병을 다 마셔버릴 정도로 더위를 많이 타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제노 엄마가 제노에게 딱 좋을 것 같다면서 반려견 전용 물통을 사 왔는데 보온이 안 된다는 점(반려견 물통 중에 보온이 되는 물통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너무 큰 욕심인지도..)과 너무 커서 산책 때마다 들고나가기는 어렵다는 점만 제외하면 제노에게 너무나도 완벽한 물건이었다. 소풍이나 외출 시 제노에게 물을 먹이려면 급수대가 없는 경우 종이컵이나 무언가 물을 담을 용기가 필요했고, 만일 용기가 있다 해도 녀석의 긴 주둥이에 적합하지 않아 많은 양의 물이 바닥으로 흐르곤 했다. 제노 엄마가 사 온 물통은 주둥이가 긴 개들이 음수하면서 겪는 문제점을 완벽하게 잡은 제품이었다.
H2O4K9이라는 회사에서 출시된 제품이며 작은 강아지들을 위한 중소 크기의 제품군도 있다고 한다.
사실 제노가 배변을 전부 밖에서 하기 시작한 이래로 더 이상은 세정제가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 다만 제노가 어릴 적 실내에서 치던 사고들을 다시 떠올리면 크게 도움을 받은 세정제들이 떠오른다.
[유린오프]
가장 유명한 소변 얼룩제거 및 탈취제로서 실내에 뿌려진 반려견의 소변 흔적을 제거하는 데에는 이만한 제품이 없다고 생각한다. 좋은 향과 탈취효과를 가졌다는 제품들도 써봤지만 냄새로 냄새를 덮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정말로 소변의 얼룩과 냄새를 완전하게 지운다는 느낌을 주는 세정제는 유린오프였다고 기억한다. 사실 제노가 실내에서 배변을 한지가 너무 오래되어 이후에 더 좋은 제품들이 출시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트로피클린 후레쉬브리즈 하드플로어]
유린오프로 소변과 대변의 흔적을 지웠다면 그다음 작업은 트로피클린 하드플로어를 뿌린 다음 잠시 기다렸다가 바닥을 마른걸레로 한 차례 더 세정하는 것이었다. 한 번은 어린 제노가 식사를 너무 급하게 하는 바람에 체한 적이 있었다. 당시 제노 엄마와 나는 흰 카펫이 아래에 깔린 소파에 앉아 영화를 보고 있었는데 다급했던 제노가 갑자기 뛰어오더니 카펫 위에 엄청난 양의 구토를 해댔다. 너무나 놀란 우리를 뒤로하고, 그리고 어마어마한 양의 갈색 토사물을 남기고 제노는 자기는 속이 시원하다는 듯 쿨하게 자기가 잠자던 자리로 돌아가버렸다.
당시에 제노엄마가 애지중지하던 흰 카펫을 살리기 위해 뿌렸던 트로피클린 하드플로어(&카펫 이라고 적혀있다)는 제 역할을 다하면서 역한 토사물의 냄새를 전부 걷어내고 갈색으로 심하게 변색된 부분을 순식간에 흰색으로 돌려놓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어릴 적의 제노가 실내에 사고를 치면 우리의 해결 순서는 [(1) 대변 및 소변 제거 -> (2)사고 지점 및 주변지역 유린오프 분사 청소 -> (3)트로피클린 후레쉬브리즈 분사 청소] 였다.
요즘은 전혀 세정제들을 쓸 일이 없다 보니 어딘가 구석에 잘 모셔져 있다고 믿고 있다.
[대형견용 칫솔]
좀 도와주세요... ㅠㅠ
이번 글은 은빛 시베리안 허스키 시리즈의 네 번째 특별편에 해당하는 글로, 실제 판매되는 상품과 제품명이 그대로 표기되는 등의 구성을 피할 수 없어 본편이 아닌 특별편으로 할당을 하게 되었다. 시베리안 허스키라는 견종을 기르면서 해당 견종에 딱 알맞은 물건이 어떤 것인지, 어떤 것을 피하고 택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너무 부족해 나는 시간적으로도 금전적으로도 큰 낭비와 손실을 입으면서 제노의 살림살이를 꾸려왔다.
따라서 이 내용은 반려견을 기르는 모든 분들을 향한 것이라기보다는 시베리안 허스키라는 종과 함께하고 있거나 할 계획을 가진 분들을 위한 것이다. 조금이나마 허스키를 양육함에 있어 정보 부족으로 인한 낭비를 줄이고 보다 반려견과 함께 편안한 삶을 꾸려나갈 수 있도록 미력하나마 정보를 제공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상품을 홍보하거나 광고하려는 의도는 조금도 담기지 않은, 실제 경험에 바탕을 둔 팁이라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다.
부족하기 이를 데 없는 내용이지만 이 정보가 여러 허스키들의 삶에 조금이나마 편안함과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그 이상 바랄 게 없다고 생각한다.
그치 제노?
다음 글 예고
은빛 시베리안 허스키 XXXI : '소풍'
은빛 시베리안 허스키 XXXII : '헤엄'
은빛 시베리안 허스키 XXXIII : '새벽 산책(사랑의 훼방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