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쟁이들의 마을 - 7
갈림길을 목전에 두고 갈팡질팡하는 이들에게 세상은 예외 없이 채찍을 휘두른다. 경계지역에 자리를 잡은 나는 오래 지나지 않아 평원으로 쫓겨나갈 처지에 놓이고 말았다. 사색과 숲의 마지막 여운을 송두리째 앗아간 것은 다름 아닌 늑대 무리였다. 하얀 바람이 여전히 나의 곁을 지키는 것으로 보아 그들과 같은 무리는 아닌 모양이었다.
늑대들이 나타난 것은 숲 외곽에서 맞이한 다섯 번째 밤이었다. 그들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내가 매일 밤 피우는 모닥불 주위를 서성였다. 나를 사냥감으로 여기는 것인지 혹은 흥미로운 놀잇감으로 여기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맹수 무리의 추격은 평화로웠던 마음속에 만성적인 불안감을 불러일으켰다. 탁 트인 평원으로 나가면 적어도 숨을 곳이 없으니 적어도 늑대 무리가 어디에, 그리고 얼마나 가까이 자리를 잡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을 터였다.
적일지도 모르는 다른 늑대들이 주위를 며칠씩이나 배회했지만 하얀 바람은 이따금씩 무리가 있는 방향을 응시할 뿐 아무런 태세도 취하지 않았다. 묘한 불안감과 안도감이 동시에 들었다.
결국 평원 위를 걷기 시작했다. 가장 많은 별들이 눈을 뜬 어두운 새벽. 주위에 늑대 무리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짐승들에 대한 불안감이 사라진 한편 쓸쓸함이 밀려왔다. 당장의 고민과 불안거리가 사라진다고 해서 갑작스레 세상이 살 만해지는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그간 상상해 온, 새로운 땅으로 나아가는 멋지고 당찬 첫걸음과는 사뭇 다른 모양새였다.
들판과 숲은 걷는 방식이 완전히 달랐다. 스스로가 어디를 향하는지 감을 잡기 어려웠던 숲에서는 땅에다가 잠시만 시선을 고정하지 않아도 나무뿌리나 돌에 발이 걸리기 일쑤였다. 한편 트인 벌판 위에서는 항상 지평선을 시야에 넣어 둔 채로 걸어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어느새 해를 따라 걷다가, 달을 따라 걷다가, 이윽고 바람소리를 따라 걷게 되었다. 해도 달도 바람도 친절한 듯 결국 자기 갈 길을 가는 친구들인지라 그들이 지나고 나면 나는 그저 덩그러니 남겨지곤 했다. 숲에서는 어떻게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에 대해 고심해야 했다면 평원에서는 무엇을 향할지를 명확히 해야 했다.
새로운 환경에서 맞이하는 여덟 번째 밤, 땅에 바싹 엎드려 흙냄새를 맡았다. 달밤이 적신 대지에서는 한낮 태양에 말라든 흙과 감히 비교할 수 없는 삶의 향기가 느껴졌다. 다시 고개를 들어 타오르는 모닥불을 바라본 순간이었다. 불꽃 너머로 거대한 형상이 보였다. 하얀 바람이 어느새 다가와 있었다. 그는 모닥불 맞은편에 조용히 앉아 적인지 아군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잿빛 눈동자를 조용히 내게 고정했다. 동시에 어떤 소리가 뒷덜미 근처에서 전해져 왔다. 목소리라고 표현하기엔 실제로 귀에 들린 소리는 없었지만 나는 분명 '들었다'. 나와 같은 형상의 생명체들이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언어로 된 전언이었다.
"거짓으로 진실을 전달하는 이들의 마을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