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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소영 Apr 02. 2020

삼월의 나무 by 박준

[200402] 삼월의 나무 - 박 준


불을 피우기

미안한 저녁이

삼월에는 있다


겨울 무를 꺼내

그릇 하나에는 

어슷하게 썰어 담고


다른 그릇에는

채를 썰어

고춧가루와 식초를 조금 뿌렸다


밥상에는 

다른 반찬인 양

올릴 것이다


내가 아직 세상을 

좋아하는 데에는


우리의 끝이 언제나

한 그루의 나무와

함께한다는 것에 있다


밀어도 열리고

당겨도 열리는 문이

늘 반갑다


저녁밥을 남겨

새벽으로 보낸다


멀리 자라고 있을

나의 나무에게도

살가운 마음을 보낸다


한결같이 연하고 수수한 나무에게

삼월도 따듯한 기운을 전해주었으면 한다


#1일1시 #시필사 #프로젝트100 #삼월의나무 #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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