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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소영 Apr 11. 2020

천년동안 고백하다 by 신지혜

[200411] 천년동안 고백하다 by 신지혜


내가 엮은 천 개의 달을 네 목에 걸어줄게 
네가 어디서 몇 만번의 생을 살았든
어디서 왔는지도 묻지 않을게
 
네 슬픔이 내게 전염되어도 
네 심장을 가만히 껴안을게 
너덜너덜한 상처를 봉합해줄게 
 
들숨으로 눈물겨워지고 날숨으로 차가워질게 
네 따뜻한 꿈들을 풀꽃처럼 잔잔히 흔들어줄게 
오래오래 네 몸 속을 소리없이 통과할게 
고요할게 
 
낯선 먼먼 세계 밖에서 너는 
서럽게 차갑게 빛나고 
내가 홀로 이 빈 거리를 걷든, 누구를 만나든 
문득문득 아픔처럼 돋아나는 그 얼굴 한 잎 
 
다만 
눈 흐리며 나 오래 바라다볼게 
천년동안 소리 없이 고백할게 
 

#시필사 #1일1시 #프로젝트100 #천년동안고백하다 #신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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