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앞에서 누군가는 길을 잃었고 누군가는 강을 느꼈다 저 너머에 아무래도 강이 있는 것 같다는 말은 나무 앞에서 할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았지만 모두는 어찌할 수 없이 그 말을 믿었다 텅 빈 것들은 텅 빈 채로 걸었다 왜 강이 있냐고 느꼈는지 묻지 않았지만 그게 아마도 텅 빈 어떤 느낌이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강은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텅 빈 어떤 느낌은 모두를 채울 만큼 충분한 것이었다 강에는 공작새 한 마리가 깃을 펴지 않고 있었다 공작새가 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우리는 공작새가 날기를 바랐지만 공작새는 날지 않았다 아쉽지는 않았다 우리는 이제 텅 비어있지 않으니까 노래를 부르다 노래가 된 우리는 문득 과거를 떠올렸다 숲을 떠올렸다 텅 빈 것이 가끔은 그리워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