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독 수업이 벌써 6주차다. 기초반 수업은 총 12주간 진행된다. 내가 등록한 수업은 6주씩 나누어 두 분의 성우님께서 진행해 주시는 구성이다. 그렇다는 것은 앞 파트를 함께 해주신 성우님과는 오늘이 마지막 수업이었다는 것. 지난 주말 감사하게도 잠깐 보충 시간을 내어주셔서 성우님을 뵙기는 했지만, 2주간의 수업을 결석했고 그간 연습도 거의 하지 못했기에 아쉬움 가득한 마음으로 수업에 들어갔다.
오늘은 <나에게, 낭독>의 1장 중 가장 마음이 끌리는 에피소드를 읽는 시간이었다. 이것은 지난주 과제이기도 했다. 수업 전날인 어제가 되어서야 2~3주 만의 낭독을 했는데, 어제는 '즐거운 놀이'를 선택했다. 시간이 지나도 나에게는 쭉 낭독이 놀이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마지막까지 고민을 했던 다른 에피소드가 하나 있었는데, '쉼이 있는 낭독' 이다. 낭독이 놀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쉼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이제 초심자인 나에게 낭독을 쉴 때가 온 것은 아니지만, 어쩌다 보니 쉬게 되었고 그러면서의 깨달음도 있었다.
아빠의 장례 이후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는 근 2주간의 시간 동안 쉼의 시간이 많았다. 예정했던 일정들을 취소하고 연기하고 최소한의 활동들만 하면서 쉬는 시간을 늘렸다. 스스로 그렇게 쉬겠다고 다짐해도 갖지 못했던 시간을 아빠가 선물해 준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 마음을 담아 오늘은 '쉼이 있는 낭독'을 읽었다.
함께 하는 분들 모두 6주라는 시간 동안 열심히 수련하시고 많이 변화하시고 성장하셨다. 나는 사실 그러지 못해서 내 차례가 되었을 때 다른 날 보다 더 긴장이 되었다. 그래도 차분하게 읽어 내려가려 노력했고, 어느 순간 긴장이 풀리고 텍스트가 마음에 들어왔다. 그리고 빗소리가 들렸다. 비가 온다더니 흐리기만 했던 하루 끝에 시원하게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내 목소리와 빗소리를 동시에 들으며 낭독을 했다. 오늘 하루 울음을 참아낸 나를 대신한 듯 느껴지기도 했다.
악보에도 쉼표가 있고 우리 인생에도 쉬어가는 시간이 있듯이, 낭독을 할 때도 휴식이 필요하다. 안식할 때 모든 감각들은 불필요한 것들을 털어내고, 다시 새롭게 깨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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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고 비워내니 모든 것이 다 새로웠다. 글에서 전해지는 향과 맛도 더 향긋하고 생생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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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로 무리해서 하지 말자. 무엇을 얻고자 하는 마음으로 하면 부담이 찾아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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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두 번 낭독을 한다고 해서 내면이 회복되거나 기쁨이 넘쳐나지는 않을 것이다. 글을 읽으며 진지하게 텍스트에 머무는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고, 때론 아무 생각 없이 소리 내어 글을 읽는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 모든 과정을 단기간에 끝낼 수는 없다. 그래서 휴식을 가지며 낭독을 했으면 좋겠다. 지치면 쉬어가면 된다. 나 역시 글을 읽다가 글맛이 느껴지지 않고, 감동이 오지 않으면 잠시 책을 내려놓고 휴식을 취한다. 한숨 잠을 청하기도 한다. 그래야 놀이인 낭독을 더 오래 즐길 수 있다.
- <나에게 낭독>, '쉼이 있는 낭독' 중에서
낭독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지금 나에게 소중한 일에도 코칭에도 가끔은 관계에도 그리고 당연한 듯 느껴지는 일상에도, 휴식이 필요하다. 지금이 그때일 수 있다.
아니다. 진작에 때는 왔으나 나는 그때를 미뤄왔고, 미루면서도 가끔은 그때를 기다리는 나를 알아차리고 죄책감을 느꼈고,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마음에 답답했다. 그러니 이제는 무거운 마음을 버리고 쉬자. 그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