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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소영 Jul 15. 2023

안식 安息

한 달의 휴가를 시작하다

30일의 안식휴가, 리프레시 휴가가 시작되었다.

휴가를 일주일 앞두고 팀원 모두와 1on1을 진행했는데, 한 팀원이 말했다.

"루씨의 휴가는 안식휴가의 목적에 정말 딱 맞는 것 같아요. 안식휴가의 표본이네요."


安息 : 편안하게 쉼, 편안한 휴식.


 3년마다 주어지는 한 달의 휴가, 그러나 이런저런 이유로 이 휴가를 제 때 쓰기는 쉽지 않기에 다들 누적되어 있거나 퇴사 전 혹은 출산휴가에 붙여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 또한 다음 리프레시 휴가가 생기는 목전이 되어서야 이 휴가를 쓸 수 있게 되었고, 사실 지금의 상황이 아니었다면 30일을 다 쓴다고 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전이나 지금이나 과제는 항상 많지만 새로운 분들의 합류 1주년이 되어가며 파트는 안정을 찾았고, 지금은 나와 가족의 안정만큼 중요한 것은 없는 시기라는 생각에 단호하게 휴가를 낼 수 있었다. 그렇지, 과감하고 단호하게.


물론 상위조직장과 팀원들의 이해와 지지가 있어 가능했기에, 감사의 마음을 다시 한번 전하며!


 휴가 첫날이었던 목요일은 비가 정말 많이 왔다. 수요일까지 중요한 과정과 미팅, 저녁회식까지 있었기에 휴가 첫날 하루를 통으로 비워놓았는데 정말이지 잘한 선택이었다. 물론 전날의 영향과 쉽게 버리지 못할 버릇으로 회사 채팅방과 워크플랫폼 그리고 블라인드를 여러 번 접속했지만, 그래도 역시 휴가는 휴가였다. 

 오늘까지의 3일을 되돌아보면, 아침엔 유튜브를 켜놓고 뻐근한 목과 어깨를 위한 스트레칭을 할 여유가 있었고, 점심엔 엄마랑 동네 카페에서 비구경하며 커피 한 잔을 할 수 있었다. 저녁엔 보고 싶은 얼굴들을 만나 날씨에 맞는 전집에서 수다를 떨 수 있었고, 취미부자 코치님의 마지막 원데이클래스 '막춤 101'에 참석하여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지금에 몰입하며 흐느적거릴 수 있었다. 오랜만에 혼자 영화관에 들러 미뤄뒀던 '엘리멘탈'을 볼 수 있었고, 지각 아니면 결석이었던 낭독수업을 편안한 마음으로 참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이 시간, 어제 먹은 전으로는 부족하다며 김치전을 부쳐 와인 한 잔을 곁들일 수 있는 밤까지!

 

 지금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일상.

 물론 한 달을 오롯이 그렇게 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무언가를 더 하고 싶고 누군가를 더 만나고 싶은 욕구와 내 몸과 마음에 따라 움직일 수 있도록 캘린더를 비워놓고 싶은 욕구가 계속해서 다투고 있다. 그게 나인 걸 어쩌겠나. 그저 눈 깜빡하면 지나가 있을 이 시간을 '안식'이라는 목적에 충실하게 보내는 것, 그것이면 족하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까지의 3일은 10점 만점에 10점! 남은 휴가도 잘 안식해 보자!



* 타이틀 사진: UnsplashChen Mizra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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