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재방으로라도 챙겨보는 드라마가 생겼다. <아라문의 검>.
무려 4년 전에 <아스달 연대기>를 보며 역사 공부하는 것처럼 하나라도 더 이해해 보겠다고 애썼는데, 여러 이슈들 때문이었는지 후속작이 나오지 않아 아쉬웠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살다 보니(?)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후속작이 나오더라는.
이 글은 <아라문의 검>을 소개하기 위한 글은 아니며, 어제 9화를 보며 남기고 싶었던 대사가 있어 기록하기 위한 글이다.
근데 그 모모족의 갈마라는 거 말이야, 좀 이상하지 않나?
은혜를 입지도 누굴 돕지도 않고, 해침을 당하지도 누굴 해치지도 않고
어떻게 살아가지?
사람이 사람 속에 살면 그게 다 갈마 아니야?
산다는 건 그냥 갈마, 그 자체인 것 같은데.
그래서 괴롭기도 하지만 그래서 행복하고 위안받고 벅차오르기도 하고.
- tvN <아라문의 검> 9화 중, 은섬의 대사
갈마 : 은혜와 원수 등 갚아야 하는 모든 것 (모모어)
<아라문의 검>에는 여러 부족이 등장한다. 그중 모모족이라는 종족이 있고, 그 종족은 '갈마'를 맺는 것을 두려워하며 갈마를 맺으면 꼭 갚아야 한다. 가능하면 갈마를 피하고 갈마를 맺으면 꼭 갚으면서, 갈마가 없는 제제키(모모어:갓난아기 같은 상태)로서 죽으면 빛의 땅으로 가는 꿈을 가지고 있다. 그러하기에 모모족의 카라트는 은섬이 이끄는 부족인 아고족이 함께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싸움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끌리지만, 그 마음을 애써 누르며 더 이상의 갈마를 맺지 않기 위해 길을 떠나기로 한다.
위의 대사는 그런 카라트에게 은섬이 남긴 대사다. 극 중에서 은섬 역할을 맡고 있는 이준기 배우가 편안한 얼굴로 읊조리듯 저 대사를 하고, 카라트 역할을 맡고 있는 음문석 배우는 물음표가 가득한 표정으로 길을 나선다.
<오늘의 나를 안아주세요>를 따라가고 있는 100일 욕구 명상 자기 돌봄이 23일 차에 접어들었다. 오늘의 욕구는 '도움과 지원'이었는데, 이 욕구는 18일 차부터 만나고 있는 Part 2 '우리 안에서 조금 더 행복해지려면'이라는 주제 안에 들어있다.
<오늘의 나를 안아주세요> Contents 중에서
살아오면서, 그리고 앞으로 살아가면서 만나는 많은 관계들인 '우리 안에서' 이 욕구들은 아마도 의도치 않게 채워지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것이 채워지지 않음으로 생기는 상처들을 얻기도 한다. 우리는 사람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이고 관계 안에 있기에 이 욕구들을 품고자 하는 것이겠지.
은섬의 말에 동의한다. 산다는 건 갈마 그 자체, 그래서 괴롭기도 하지만 그래서 행복하고 위안받고 벅차오르기도 하는. 더 이상 제제키가 아닌 우리이기에 그 갈마를 누군가에게 갚아야 하는 것으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다룰 수 있고, 그런 우리가 연결되어 갈마를 맺고 살아가는 삶은 풍요로울 것이다.
풍요는 나에게로 들어오고 나에게서 나가는 모든 신체적, 정신적, 감정적 경험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다.
풍요는 '경험의 통합과 진화에 필요한 바로 그것이 언제나 나에게 주어지고 있다'는 깨달음에서 일어난다.
- <현존 수업> by 마이클 브라운 p.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