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날 시를 읽고 있으면 by 이생진

by 오소영

[0125] 눈 오는 날 시를 읽고 있으면 by 이생진

시를 읽는 건 아주 좋아 
짧아서 좋아 


그 즉시 맛이 나서 좋아

나도 그런 생각하고 있었어 


하고 동정할 수 있어서 좋아

허망해도 좋고 


쓸쓸하고 외롭고 춥고 
배고파도 


그 사람 배고플 거라는 생각이 나서 좋아

눈 오는 날 시를 읽고 있으면 


누가 찾아 올 것 같아서 좋아 


시는 가난해서 좋아 


시 쓰는 사람은 마음이 따뜻해서 좋아 


그 사람과 헤어진 뒤에도 


시 속에 그 사람이 남아 있어서 좋아 


시는 짧아서 좋아 


배고파도 읽고 싶어서 좋아 


시 속에서 만나자는 약속 


시는 외로운 사람과의 약속 같아서 좋아

시를 읽어도 슬프고 외롭고 


시를 읽어도 춥고 배고프고 


그런데 시를 읽고 있으면 


슬픔도 외로움도 다 숨어 버려서 좋아 


눈 오는날 시를 읽고 있으면 


눈에 파묻힌 집에서 사는것 같아 좋아 


시는 세월처럼 짧아서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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