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환상'적인 사파

2016년 9월 28일, 7일차, 하노이에서 사파로

by 오상택

오늘은 베트남 북부 고산지대 사파로 이동한다. 북부에 위치한 만큼 하노이보다는 추울 것이라고 해서 긴 팔을 입고 잠들었다(보통 다음날 입을 옷을 입고 잠, 그래야 빨리 나가니까!). 버스는 6시 30분에 오기로 했는데 20분이 지나도 오지 않았다. 호스텔에서 아침으로 먹으라고 간단한 반미를 만들어 주었는데, 차라리 호스텔 조식 볶음 국수가 더 맛있는데 그것을 먹을걸 그랬다. 뒤늦게 버스가 왔고, 장장 5시간에 걸쳐서 사파로 이동했다.



일정 : 하노이 → 사파



사파의 가르침

하노이에서 출발할 때 강우확률이 좀 높아서 걱정했는데 가는 길이 맑아서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 사파는 날씨가 맑아야 그 풍경이 더 아름답고, 밤에 별도 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기분 좋게 사파에 대한 정보를 찾다보니 사파가 프랑스에 의해 개발된 관광지라고. 프랑스, 프랑스, ... 프랑스 하니까 과거의 기억이 떠오른다. 툴루즈로 가는 TGV를 끊을 수 없어서 내 여행 계획 중 가장 중요한 포인트 하나를 놓쳤던 것이. 이게 왜 떠오르냐고? 사파에 도착할 쯤부터 귀신같이 비가 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누가 불운의 아이콘 아니랄까봐. 부랴부랴 가방의 맨 밑에 있던 내피가 붙어있는 점퍼를 꺼내어 입었다. 덕분에 몸 안에선 땀이 비오듯 했지만. 사파에서는 숙소를 예약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장 유명하다는 호스텔을 가봤는데 이거 방에서 보는 풍경이 영 좋지 않았다. 5달러 정도를 불렀던 그 방을 포기하고 언덕을 더 올라간 곳의 숙소를 확인했다.

방 내 침대에 누우면 보이는 뷰. 이 방이 단돈 6천원!

시설도 나쁘지 않고(나비가 많았지만), 스탭도 친절해서 이 곳으로 낙점. 역시 죽으란 법은 없나 싶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곳 맨 윗층의 카페가 굉장히 유명하다고(산 풍경을 보며 마시는 코코넛 커피와 망고 주스)!

쉬면서 짐을 정리하고 풍경이 너무 좋길래 타임랩스를 담아야 겠다 싶어서 고프로를 창문 넘어 공간에 올려 놓고 일을 보고 있었다. 사파가 비로 고생한 나에게 이런 선물을 주는구나 하고 기뻐했다. 너무 기뻤다. 그랬다. 난 기쁘다 못해 너무 신난 것이었다. 덕분에 노하신 사파는 고프로는 고산지대의 높은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땅으로 떨어졌다. 아파트 2층 높이를 좀 넘기는 높이에서 흙바닥으로 고프로'님'께서 낙하하신 것이다. 다행히 호스텔 직원분께서 다시 주어주셨고, 약간의 흠집 말고는 촬영 부분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사파는 자꾸 나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려 하는 것 같았다. 이젠 더 안배워도 됩니다 흙흙.


환상 속 도시, 사파

비가 와서 땅이 굉장히 미끄럽고, 시간도 애매했기 때문에 오늘의 트래킹은 별도로 진행하지 않고 사파마을 근처를 돌면서 분위기를 확인해 보기로 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사파가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서구권에는 이미 많이 알려진 곳이기 때문에 굉장히 '관광적(Touristic)'인 곳이다.

사파 광장과 거리. 그리고 호객 행위 중인 몽족 사람들.

거리 이곳 저곳에는 호객행위 겸 가이드 투어 접객을 하려는 토착 원주민인 몽(Hmong)족이 있고, 도로 좌우변에는 아웃도어 용품 매장(물론 그들 중 정품을 파는 곳은 단 한 군데도 없다)이 즐비하다.


광장과 거리를 벗어나 계속 걷다보면 사파의 명물 중 하나인 사파 호수가 나온다. 건국대의 일감호보다 조금 더 큰 규모인데, 근처의 산세와 함께 절경을 이룬다. 스위스의 그것과도 같은 느낌을 주기도.

사파 호수의 전경. 주변에는 계속해서 공사중인 건물들이 있다.

사파를 돌다보며 느낀 것은 사파가 정말 아름다운 도시임에는 분명한데 그런 사파를 베트남인 스스로가 필요이상으로 개발하고 상업적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 원주민들도 끈덕지게 달라붙어 호객을 하고, 절경을 이루는 산등성이 곳곳에는 공사중이며, 그로 인한 소음과 먼지는 이루 말할 것도 없었다.

사파 호수의 야경. 구름이 운치를 더했다.

아름다운 절경을 가진 환상적인 도시 사파를 망치는 건 놀러온 사람들일까, 개발을 먼저 시작한 프랑스인일까, 계속 이렇게 지내와서 자리잡으려고 할 토착민들일까. 안타까움이 가득한 마음으로 사파호수를 돌다보니 어느덧 해가 저물었다. 어두워지는

사파가 환상 속의 도시가 아닌 환상적인 도시로 남았으면 생각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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