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미워할 수 없는 하노이

2016년 9월 27일, 6일 차, 하노이

by 오상택

어젯 밤에 본 발의 물집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한 편이었다. 원래는 하노이에 있는 대부분의 포인트들을 볼 셈이었는데, 호치민 궁의 경우 굉장히 오전 시간에만 한정적으로 개장하고 있어서 몸 상태를 봤을 때 가지 않는 편이 나을거라 생각했다(거리도 멀고). 그래서 오전 시간에는 발을 좀 쉬게한 후에 오후 시간부터 움직이는 것으로 결정했다. 괜히 발에 무리와서 봉와직염이라도 오면 여행 자체가 멈출 수 있으니 애낄 땐(?) 애껴야지. 호스텔에서 제공한 아침을 먹고 어제 마저 못다한 짐정리를 대충 하고 나서 오후 늦게가 되서야 일정을 시작 했다.



일정 : 호안끼엠 호 → 성 요셉 성당 → 호안끼엠 호 야경 → 하노이 여행자 거리 야경



바가지와의 전쟁

일정 시작 전에 숙소에서 두고두고 먹을 물 1.5L와 날이 더우니 먹고 싶은 아이스크림을 사려고 숙소에 수퍼마켓을 먼저 물어봤지만 그냥 주변에서 사라는 대답 뿐. 그래서 일정 시작 전 여행자 거리를 둘러보면서 근처의 구멍가게를 찾아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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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주머니와 아이가 있는 가게에서 물 1.5L 하나와 아이스크림 하나를 35,000 VND(한화로 약 1,7500 원)을 달라는 것. 조금 비싼 것 같아서 30,000 VND 에 깎아서 사서 혼자서 '가격 방어에 성공했다'고 생각하고 기뻐했다. 하지만 호스텔에 돌아가서 물 가격을 확인해 보니 1L 짜리가 15,000 동이었다. 나는 혼란 스럽기 시작했고 나중에 마트에 가서야 내가 바가지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물은 5,000 ~ 7,000 VND이었고 아이스크림이 8,000 ~ 10,000 VND이었다. 순박한 얼굴을 하고서 나에게 '서티 파이브 헌드레드, 서티 파이브'를 외치던 그 아줌마가, 내가 '서티'를 부르고 아줌마가 깎아주려 하자 그것을 말리려는 위태로운 작은 꼬마아이가 그렇게 미웠다. 베트남에 와서 내상을 입을 줄이야.



베트남에서의 여유

내상을 입은 채, 텀블러에 물을 옮긴 뒤 카메라랑 짐을 챙겨서 호안끼엠 호로 이동해 본다. 하노이 근처 홍강이 범람해서 생겼으며, 용왕의 사자인 거북이가 살고 있다는 전설이 있는 이 호수는 이제는 많은 하노이 시민들의 휴식 장소로 이용되고 있었다.

호안끼엠 호수 전경. 가운데 세워진 탑은 용왕님의 사자인 거북이를 기리는 탑이라고. 호수 주변에는 사람들이 휴식을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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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광경 중 하나는, 많은 여성들이 베트남 전통 의상을 입고는 이 곳에서 사진을 그렇게 많이 찍는다. 몇 팀은 결혼사진을 찍는 다는 것을 알겠는데 그 외에는 왜 찍는지 알 수 없었다. 어찌됬든 이 호수 주변을 거닐면 굉장한 여유를 느낄 수 있다. 베트남에 오고나서 느낀 진짜 여유였다.


미워할 수 없는 하노이 사람

바가지의 내상에도 하노이를 미워할 수 없었던 이유는, 그들의 순박한 모습 때문이었다. 긴 설명이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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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 모두 아끼지만 사실 저 중에서도 가장 크게 올려놓은 사진을 아낀다. 사실은 머리깎는 아저씨를 찍으려던 건데, 기다리던 아저씨가 찍어도 된다는 손짓과 함께 비켜주시려고 했다. 나는 늘 자연스러운 사진을 좋아라 해서 그냥 됬다고 괜찮다고 하고 뷰파인더를 들여다 보았는데 아저씨가 씩 하고 웃어주셨다. 찰칵. 이런 사진을 담게 될 때 알 수 없는 기운에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다. 내가 하노이를 미워할 수 없는 이유였다.


하노이의 밤

하노이의 밤은 홍콩의 밤처럼 화려하지는 않았다. 다만 굉장히 많은 오토바이의 이동과 호수의 고요한 모습이 밤과 어우러진다.

여행자 골목을 걷고 있노라면 내가 하노이에 있는지, 방콕에 있는지, 정확하게 어디 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외국인들이 움직인다. 저렴한 물가(그리고 줄다리기 하는 상인과 손님), 이국적인 풍경, 사람들의 순박함이 하노이의 밤을 아름답게 만드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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