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 아프리카를 떠나며

2017년 3월 14일과 15일 사이, 여행 174일과 175일의 중간

by 오상택

숨 가쁜 여정이었다. 2016년 12월 27일에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시작된 여정이 2017년 3월 14일까지 78일, 10개 나라를 여행하며 아프리카 대륙을 가로질렀다. 다니는 동안은 몰랐지만, 끝나고 나서 돌이켜보면 아프리카 대륙이 아시아 대륙에 비해 부담이 되는 여정이었다. 이미 아프리카를 떠나 터키에 와 있지만, 아프리카 여행에서 느꼈던 큰 소감을 남겨보도록 하자


여행의 방법론을 고민하다

아프리카 여행하면서 가장 많은 생각이 들었던 부분 중에 하나가 여행의 방법론이었다. 다른 나라도 전반적으로 그렇지만, "최소한의 계획을 만들고, 최소한의 변동을 통해 여유를 찾으며, 목표한 곳들을 여행한다"가 내 여행의 방법 중 하나였으므로 첫 국가에 도착하면 국가 별로 어떻게 이동할지, 첫 도시에 가면 도시에선 어떻게 돌아다닐지를 정해놓는 편이다. 특히나 아프리카는 트러킹의 횡단 일정이 약 40일인 점에 착안해 50일 일정으로 움직일 것을 처음에는 계획했었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목표한 바보다 한 달 정도가 딜레이 된 일정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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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0260.jpg 여행이 조금 더 여유있었다면, 이렇게 현지인들과 같이 호흡하고 지낼 수 있는 시간도 많았을 것이다

물론 계획에 없던 국가들이 추가되기도 했고, 동행을 기다리는 시간들이 더해져서 길어진 것이지만, 그것보다는 78일의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아프리카를 올라온 것이 과연 현명한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어왔다. 10개국을 78일. 한 나라를 평균 일주일 둘러보는 것으로 과연 내가 아프리카의 그 많은 나라들을 잘 여행했다고 할 수 있을까. 특히 에티오피아의 HM와의 대화에서 내 방법이 옳은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었다. 아마 앞으로도 꾸준히 고민하게 되겠지만, 방법이 다르다고 해서 내 여행이 부정된다고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나의 여행은 나와서 두 발로 세상을 밟아 보는 것에 큰 의미가 있으니까.


편견과 기회의 땅, 아프리카

우리는 아프리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여행을 앞둔, 혹은 여행을 하지 않고 매스컴을 통해 생각하는 아프리카를 한 단어로 말해보라고 하면 대부분 '개발도상국'을 떠올리기 쉽다. 아직 개발되지 않은 나라, 개발이 필요한 나라,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나라. 하지만 막상 아프리카를 다녀보면 과연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옳은가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된다.


물론 각 국가별로 수도 정도 되는 규모의 큰 도시에 한해서지만 국내의 대도시 수준의 고층빌딩, 잘 마련된 통신 인프라, 국가 간에 갖추어진 교통 인프라 등을 보면 우리나라보다 더 괜찮은 수준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다른 소도시들에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비슷하기도 혹은 조금 다른 종류의 새로운 편견이 생기기도 했지만. 역시나 그 나라를 여행하기 전 까지는 함부로 잣대질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 그런 만큼 아프리카가 왜 기회의 땅이라고 불리는지 알 수도 있었다. 물론 이 기회가 누구의 기회가 되는지는 각자의 몫에 달렸지만. 외국인에게는 개발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생각하고, 도전하고, 투자해 볼 수 있는 기회를 , 지인에게는 아직 발달되지 못한 나머지를 채울 수 있는 인재로서의 기회를 갖고 있다. 나에게도 몇 가지 선택사항들을 남겨주었기에, 내게도 기회의 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반드시, 감사할 것

아프리카는 여행 난이도가 낮은 나라는 아니다. 물론 국가 간 이동수단이 버스로 잘 연결되어 있어서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어디론가 막연히 걸어야 한다던가, 기차나 버스가 없어 달구지를 타고 가야 한다던가(...) 등의 말도 안 되는 일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여행 인프라는 굉장히 좋은데 치안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도시에서 도시로, 국가에서 국가로 안전하게 이동하는 것들이 모두 모두 감사함에 연속이었다.

IMG_9909.jpg 가볍게는 이런 좋은 날씨가 갑자기 찾아오는 것 부터, 무겁게는 내 안전에 대한 것 까지. 모든 것이 감사의 연속!

하루 차이로 4인조 강도를 피하기도 했던 나미비아도, 말도 안 되는 동선으로 돌아갔던 케냐에서 우간다로의 이동도, 그 외 모든 순간이 감사의 연속이었다. 한 편, 많지는 않았지만 현지인들과 교감할 수 있는 순간도 감사한 순간이었다. 순박한 현지인을 가장해서 우리에게 위해를 가할 수도 있는 점을 생각해보면 어쩌다 나누는 현지인들과의 대화, 가격협상, 방문들이 모두 감사한 것이다. 아프리카에서 함께할 수 있던 한국분들과의 시간들도 너무나 감사하고. 그런 걸 보면 여행의 매 순간은 '이럴 수 있음에 감사'해야 한다는 것을 더욱 절실히 느끼게 해 준 나라였던 것 같다.


아프리카 이후론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문명이 발달된 (!) 유럽 지구를 여행하게 된다. 아프리카에서의 시간들에 다시 한번 감사하며, 여러 사람들에게 감사하지만 아프리카 여행 중에 가장 감사하고 싶은 사람이 있어 인사를 남기고자 한다. 나의 아프리카 여행을 함께 빛내 주고, 빚 내준(!). 애증의 동갑내기이자 길 잃은 탕자의 양몰이꾼(!). 우꾼(http://ttomot.tistory.com)에게 큰 감사를 표하고 싶다. 늘 우리가 헤어질 때 인사하듯, 지구 어디선가 홀연히 다시 보기를! 고맙다 :-)

우꾼, 나는 이 사진이 가장 좋다. 우리 둘이 별 수 없이 가까워진 최강의 동기가 아닐까, 이 때가(사실 못 생기게 나와서 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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