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이집트의 사막

2017년 3월 12일~3월 14일, 여행 172~174일 차, 바하리야

by 오상택

다합을 떠나 다시 6시간, 카이로로 돌아왔다. 이집트에서의 마지막 일정이자 아프리카의 마지막 일정. 이집트의 사막을 만나기 위해 말이다.



일정 : 카이로 - 바하리야 오아시스 - 사막지역에서 야영



이집트의 사막을 만나다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 중 하나가 이집트 하면 사하라 사막을, 그리고 굉장히 가까운 곳에 사막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일단 '사하라'라는 말 자체가 사막을 의미하며 우리가 아는 사하라는 모로코와 리비아를 거쳐 이집트까지 있는 거대한 사막지대를 말한다. 카이로에서 여행을 주로 하는 사막지역은 이 사하라 사막의 끝자락에 위치해 있다. 대표적인 두 지역이 시와 사막 지구와 바하리야 사막 지구, 두 군데가 인기가 많다. 시와 사막은 사구(모래 언덕, Sand dune)가 발달된 사막으로 유명하며, 바하리야 사막은 다채로운 풍경을 갖고 있는 것이 특징. 개인적으로는 이미 나미비아에서 사구는 충분히 봤다고 생각했기에 바하리야 사막을 선택했다. 카이로에서 차량으로 약 5~6시간을 이동하면 바하리야 지구에 도착하며, 가이드가 탑승한 지프 차량으로 갈아타고 본격적인 바하리야 사막 탐험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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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은 바하리야 오아시스라고도 이야기를 하는데, 실제로 바하리야 중심에는 오아시스가 있다. 여기에도 약간의 오해가 있는데, 오아시스라고 하면 뭔가 물이 고여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다. 물이 고정될 만한 공간이 있어서인지 목초지가 있을 뿐이다. 처음으로 마주하게 되는 사막 구조는 바하리야 사막의 흑사막이다. 과거 이 자리에 화산이 같이 있었고, 분출 후의 화산재와 파편 암석들이 날아와서 만들어진 구조라고 가이드는 설명했다. 인터넷을 통해서 정확한 정보를 찾고 싶었는데, 워낙 기타 정보들과 섞여 진실을 찾긴 어려웠다. 어쨌든 가이드의 말이 맞다는 가정하에 신기한 곳임에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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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비아의 붉은 사막과는 또 다른 느낌인 이유는, 단순히 모래의 빛깔이 다른 것이 아니라 까만색이 얹혀 있듯 한 모습 때문일 것 같다. 마치 흑임자 가루나 오레오 분말을 얹어놓은 것 같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흑사막들에 가까이 가지는 않았다. 멀리서 보는 것이 고작이라 조금 아쉬웠지만 어쨌든 재밌는 곳이었다.

잠시 가다가 차가 멈춰 섰다. 'Crystal Desert'라며 멈춰 선 곳은 언뜻 보면 그냥 바위산 같았다. 그래서 '크리스털 어디 있는데?'물어보니 저 바위들이 다 크리스털이라고 (...) 실제로 가까이에서 보면 돌 사이사이 혹은 돌 덩어리 자체가 수정 덩어리였다.

IMG_3497.jpg 저게 수정이라고? 처음에는 전혀 믿지 않았다가 가까이에서 부분부분을 살펴보면 정말이란 걸 알 수 있다
IMG_3494.jpg 근처에 떨어져 있던 수정 조각.

속전속결로 보고 바로 다음 포인트로 넘어간다. 여유가 없다는 것이 이 투어의 단점이라면 단점. 왜 이렇게 빨리 다음 포인트로 가냐고 물어보니, 캠핑사이트에서 일몰을 보려면 조금 서두를 수밖에 없다고 한다. 1박 2일의 일정으로 해야 하는 배고프고 가난한 날 탓하는 수밖에 없다. 캠핑사이트는 백사막으로 알려진 지역에 있다. 사막 위에 석회층이 있어 여기가 사막인지 겨울의 어느 산맥인지 구별이 힘든 지역이 나타난다. 게다가 중간중간 풍화작용에 의해 남아 있는 기묘한 구조의 돌들도 그 풍경을 아름답게 만든다. 일몰이 다가오는 시간까지 한참을 아무 말없이 시간을 보냈다.

여긴 지금 눈이 쌓인게 아니라 석회질이 쌓여 있는 것입니다! 독특한 백사막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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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화작용에 의해 기묘한 모양으로 깎여나간 구조물들도 인상적


사막의 밤은,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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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하리야 사막엔 큰 모래 언덕이나 산맥이 없기에 해가 지평선 너머로 내려가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같이 있던 외국 친구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사막의 밤을 기다린다. 해가 넘어가고도 한참 해의 붉은빛이 지평선 근처에 걸려 있었다. 밤이 찾아오고 드라이버가 우리를 위해 요리를 해준다. 닭요리와 이집트 방식으로 지은 밥이 나왔는데, 이집트에서 워낙 싼 음식만 먹고 다녀서 일까. 이집트에서 그간 먹은 음식 중 단연 최고였다. 역시 닭은 늘 정답을 제시하는 듯. (아, 다합에서 맛있는 거 많이 먹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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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더 짙어지자 드라이버와 가이드가 다른 그룹이랑 같이 합류해서 베두인의 밤을 즐기자고 했다. 중국인 그룹이 있던 다른 캠핑 사이트로 이동했더니 모닥불을 펴놓고 악기를 연주하기 시작한다. 그들 만의 악기, 그들 만의 박자로 노래하기 시작한다. 하늘의 별, 땅의 모래, 장작에서 나오는 따스한 불, 그들의 손끝과 입에서 나오는 노래. 베두인의 밤은 그렇게 깊어갔고, 오늘도 생각한다. '사막은 역시 옳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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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의 별, 땅에는 모래, 음악과 모닥불, 차와 사람이 함께하는 사막의 밤은 늘 옳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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