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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상택 May 31. 2017

116. 브리스톨에서 1주 살이

2017년 4월 19~24일, 여행 210~215일, 영국 브리스톨

J와는 리버풀에서 헤어졌다. 아직 남아있는 리버풀의 경기를 마저 봐야 하는 그를 두고 나는 코치(버스)를 타고 한참을 내려갔다. 4년 전에 다녀갔던, 친척이 지내고 있는, 내가 영국이 따뜻하게 느껴졌던 또 다른 이유인 브리스톨로.


영국에서 살아남기

일주일 동안 지냈던 브리스톨 친척이자 선교사님 댁. 지금도 다시 생각이 나는 그 곳!

영국 브리스톨에는 나와는 제법 멀다면 먼 친척 분이 선교사로 지내고 계신다. 세 명의 자녀를 두신 목사님 댁에 브리스톨에서 지낸 1주일은 완벽히 여행과는 동떨어져 있었다. 무거웠던 가방은 방구석 한쪽에 두고 작은 가방에 카메라 하나 달랑 들거나 아무것도 없이 움직이는 경우가 많았으니까. 그렇기에 영국을 조금 색다른 관점에서 많이 보게 되었다. 흔히들 영국이 살인적인 물가로 유명한 나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내가 지내며 본 영국은 조금 다르다. 일단 4년 전에 비해 브렉시트(BR-EXIT :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선언) 이후로 영국 화폐인 파운드의 가치가 많이 떨어진 점이 있다. 숙소야 본인의 선택이지만, 음식의 경우 저렴하게 여행하려면 해 먹는 게 최고다. 4년 전 영국 마트는 비싼 마트와 저렴한 마트가 나눠져 있었는데 최근에는 대체로 할인도 많이 하고 1+1 같은 판촉행사도 많이 하는 듯하다. 전 세계 경제가 어려운 만큼일까. 마트에서 이러한 식재료들을 잘 활용하면 적은 금액으로도 많은 양(혹은 여러 번)의 식사를 만들 수 있다. 필요한 물건들을 사야 한다면, 그리고 본인들의 중고 물건 사용에 큰 제약이 없다면 Charity shop도 좋은 방법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중고장터 같은 곳이지만, 기부받은 물건의 상태가 좋은 경우에만 매장에서 판매되기 때문에 사실상 새 제품처럼 이용할 수 있다. 나도 여기서 5파운드에 좋은 바지를 하나 장만했더랬다. 그 외에도 내가 단순히 여행자로 지냈다면 보이지 않았을 것들을 지내면서 볼 수 있었다. 특별히 이건 내가 친척분 그것도 제한된 금액 안에 생활을 해나가셔야 하는 선교사님 가족과 함께 지내서 더욱 그랬을지 모르지만. 


영국에서 살았더라면

드라마에서만 듣던 영국 발음을 매일매일 듣고 지내서인지, 영국에서 생활하는 방법을 익혀서 일지, 친척들과 보내는 평화로운 생활이 좋아서 일지는 모르겠지만 영국에서 사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여행 중이라서 Charity shop에서 예쁜 옷을 발견해도 살 수가 없고, 식재료로 한국음식을 팡팡 하고 싶어도 여행 중인 신세. 괜시레 영국에서 살아보는 것에 대한 생각이 스멀스멀 들 즈음에 주일 예배 후 브리스톨과 그 근교에 사는 청년들과 식사를 하면서 영국에서 살아가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독일에서의 삶도 그랬지만 영국에서의 삶도 만만한 것은 아니다. 한국인에게 응당 영어가 독어보다 쉽겠지만 (의무교육으로 교육받는 입장으로서의 이야기) 영어가 능숙해야 지냄에 큰 어려움이 없으며, 신사적인 사람들이지만 그 마음에 한 번 들어가는 것이 어려운 외국생활이니까. 그래도 왠지 모르게 미국보다 정감이 가는 그 환경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은 늘 떠나지 않는다. 아름다운 공원이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겠다. 

미국도 공원은 많겠지만 '공원의 나라'라고 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틈날 때마다 보이는 공원은 영국의 큰 장점이기도 하다. 내가 이런 마음을 가진 것을 아셨는지, 사모님께서도 '여러 채널이 있으니 영국 오는 것도 고려해 보라'라고 말씀하시기도 했다. 유럽 내 어떤 나라든 한 번 오래 지내보는 것도 도전해 보고 싶다.


아쉬움을 남기고 영국을 떠나다

브리스톨 한인교회 청년들과 목사님 부부 그리고 친척동생들과 함께 :)

브리스톨에는 6일을 지냈다. 전에 유럽 여행 왔을 때에는 3일인가 4일 정도 있었지만 브리스톨에서 보낸 시간은 하루나 이틀뿐이었다. 그땐 유럽여행이 처음이었고 런던과 옥스퍼드, 캠브리지 등에 갔었으니까. 친척동생들과도 더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큰 동생인 하은이는 런던에, 둘째인 성은이는 졸업 논문 준비, 막내 예근이는 고 3이라 시험 준비에 정신이 없었기에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없었다. 그럼에도 함께 사진을 찍기도 하고, 내가 왔다고 반기며 케이크를 사 오기도 한 동생들이. 그리고 여행 때문에 잘 못 먹었을 것 같다며 맛있는 음식과 지대한 관심을 쏟아주신 사모님이. 그리고 바쁜 와중에도 계속해서 내가 함께 할 수 있는 일정들과 모든 것들을 신경 써주신 목사님이 너무너무 감사했다. 7월에 성은이의 대학교 졸업식이 있을 거라고 했는데 기회가 닿으면 꼭 돌아와서 가고 싶었다.(영국은 일생에 졸업이 딱 한 번 밖에 없다. 바로 대학교 졸업!) 그런 아쉬움을 모두 남긴 채, 네덜란드로 향하는 코치를 타고 영국을 떠나왔다.


P.S. 1

영국에 총 2주 정도 있었던 셈인데, 그게 뭐라고 요즘 계속되지도 않는 영국식 악센트를 익히고 있다. 가끔 나의 영국식 악센트가 '꽤 괜찮은데 너 영국에서 공부했니'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지만, 대체적으로 영국인지 미국인지 알 수 없는 이상한 악센트 탓에 대화가 힘들어지기도 한다. 것멑이 잔뜩 든 것이지...


P.S. 2

브리스톨부터 네덜란드까지는 총 18시간의 여정이었다. 중간에 잠깐 런던에 들려서 터키에서 만났던 한국 분을 보려고 했지만 늦잠으로 실패! 결국 아주 짧게 런던을 잠깐 둘러봤지만, 역시나 런던은 그냥 런던일 뿐이다. 서유럽에 대한 감흥이 없다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느낀 서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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