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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상택 Aug 02. 2017

123. 바르셀로나 산책

2017년 5월 15~16일, 여행 236~237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오랜 이도에 대한 피로도 충분히 풀렸고, 여러 도전(?)도 즐겼다. 교외 숙소에서 지내는 일은 그 정도면 충분한 것 같아 남은 날들은 시내 안으로 이동하여 명소들이나 작은 곳들을 돌아보기로 했다. 바르셀로나의 대표적인 건축물인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예약이 필요해서 뒤로 미루고 보니, 가우디 건축물들을 좀 뒤에 보자는 결론이 나왔다. 다른 공원이나 시장, 그리고 축구에는 관심이 없지만 그렇게 크고 유명하다는 바르셀로나FC의 본진인 누 캄프에 다녀오는 것으로 이틀을 보내기로 했다.


여유의 근원은 날씨?

서유럽에서도 가장 서쪽에 위치한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다른 유럽국가들과는 확연히 다른 양상을 띈다. 불과 3일 전에 머물렀던 네덜란드만 해도 내가 머물면서 날씨가 좋은 날 보다는 꾸물꾸물한 날이 많았고, 외투가 없으면 돌아다닐 수 없는 시간대도 있었다. 영국, 아일랜드, 독일, 벨기에 모두 마찬가지였다. 하필 내가 서유럽 국가중에서도 북쪽에 머물렀던 이유도 있지만 내륙지방의 날씨가 그렇게 좋을리 없다. 하지만 바르셀로나는 달랐다. 지중해를 마주하고 있는 바르셀로나는 겨울에도 그렇게 춥지 않다고 알고 있었는데, 막상 실제로 와보니 정말 더웠다. 5월의 스페인은 이미 외부의 바캉스 손님들을 맞이할 성수기에 접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온화한 날씨 때문인지 사람들이 다른 의미로 여유가 넘친다. 지금은 폐지했다고는 해도 불과 10년전까지 남아있던 낮잠제도 씨에스타(Ciesta)도 있었고, 실제로 거리를 나가보면 백주대낮에 상그리아 한잔을 한다던가, 잔디밭에 누워서 잔다던가, 일광욕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또 사람들이 굉장히 나긋나긋한 느낌이다(물론 말만 들으면 전투태세 같은 스페인어이지만) 날씨가 사람들의 성향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할 줄은 미처 몰랐다.


HISTORY HAPPENS HERE

다음 날은 스페인 축구의 양대 산맥, 유럽축구의 명문, 메시의 그 곳인 FC바르셀로나의 구장인 '캄프 누(Camp Nou)'에 방문했다. 여행 중에 구장을 굳이 찾아가는 일은 많지 않다. 지내는 곳과 가까워서 이동에 큰 불편이 없어야 가는데, 사실 캄프누는 내가 지내는 숙소와는 정 반대에 있었기 떄문에 갈까 말까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지만 그냥 아무 이유없이 가봐야 겠다고 생각했다. 근래 시즌이 거의 마무리 되고 있었기 떄문에 내가 바르셀로나에서 머물면서 경기를 볼 수 있는 여건은 아니었다(물론 시즌 중 티켓가격은 어마어마하다). 

바르셀로나 시내 서북쪽에 위치한 캄프누는 어마어마한 크기를 자랑한다. 대부분의 유럽 구장이 다 그렇게 크겠지만 유독 큰 모습을 보여주었다. 역사와 전통에 대한 것은 투어를 신청했거나 인터넷을 두들기면 나오지만 그것에 대한 것을 쓰고 싶지는 않다. 내가 캄프누를 보면서 느낀 딱 두가지만 언급하고 싶으니까.

첫 쨰는 그들의 '메시'사랑이다. 인류가 낳은 최강의 축구 선수를 뽑으라고 한다면 사람들은 주저없이 메시와 호날두를 뽑을 것이다. 그 중의 한 명인 메시가 바로 이 바르셀로나 FC 소속이다. 최근 탈세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실력만큼은 일품인 선수니까. 그런데 재밌는 것은 바로 스토어 한 켠 전시된 선수들의 유니폼 레플리카 (선수들이 입는 유니폼과 같은 복제품)이었다. 유니폼들이 쭉 전시되어있는데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전시된 유니폼의 50%가 메시 유니폼이었다. 바르셀로나 FC에 메시만 있는 것도 아니고 '축.알.못(축구 알지도 못하는 사람)'인 나조차도 들어본 이름의 선수들이 있는데 메시 유니폼만 저렇게 한 가득이라니... 내가 다른 선수였다면 차별받는 기분일 것 같다. 뭐, 그만큼 이 구단에서 가장 잘 팔리는 브랜드의 선수이라는 것을 이렇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니까. 라고 생각했다. 

History Happens Here. 바르셀로나 FC기에 할 수 있는 말이다

두 번째는 입구에 있는 저 커다란 판이었다. HISTORY HAPEENS HERE. 역사가 여기서 부터 시작된다는 저 말은 자신들의 실력과 커리어에 대한 당당한 자부심, 그리고 긴 역사를 가진 구단이기에 가능한 말이었다. (뭐, 메시가 저 위치에 있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바르셀로나 사람들이 자신들의 구단에 자부심을 갖고 축구를 사랑할 수 있는 근본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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