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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상택 Aug 03. 2017

125. 무엇인가 잘못되었다

2017년 5월 20~21일, 여행 241~242일 차, 스페인 발렌시아

뒤늦게 시내구경을 하고, 선미&호영이랑 즐거운 시간을 보내서 인지 괜시레 바르셀로나를 뜨고 싶지 않았다. 사실 유럽 대륙 내 최초 구상은 바르셀로나에서 프랑스-스페인 국경지대인 생장(Saint-jean)으로 이동하여 산티아고 순례길을 준비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영국과 네덜란드 등지에서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소요해서 인지 비자가 제대로 남지 않았다. 무엇인가 잘못되기 시작한 스페인 일정이었다.


잘못된 단추의 시작

잠시 고리타분한 이야기를 하자면, 장기 여행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은 여행에 대한 가능성을 확보받는 것이다. 즉 비자를 확인해야 하는 것인데, 보통 유럽 대륙의 여행은 기본적으로는 무비자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정확하게 말하면 유럽 연합 국가들은 대부분 사증면제조약을 맺었으나, '쉥겐 조약(Schengen agreement)'을 기반으로 한 국가들과 쉥겐 조약을 맺지 않은 국가들 간의 다소 간의 차이가 있다. 쉥겐 조약 국가 내에서는 90일 간 무비자로 여행이 가능하며, 이 때 비 쉥겐 국가에서 여행한 시간은 그 90일에 합산되지 않는다. 다만, 쉥겐 조약 국가들을 90일간 여행을 마치면 최초 입국일로 부터 180일 간은 쉥겐 조약 국가에 입국이 허락되지 않는다. 단순하게 말하면 (쉥겐 조약을 맺은) 유럽 국가들을 3개월 여행하면 그 후로 3개월 간은 쉥겐 국가들은 여행할 수 없다. (자세한 내용은 https://namu.wiki/w/솅겐조약 를 참고하자.) 아무튼 나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가게 되면 포르투갈까지는 갈 수 없는 그런 상황이었다. 나는 결정을 해야 했다.

산티아고 순레길을 내가 계획한 것 보다 적게 할 것인가
VS
다른 루트를 이용해서 스페인 여행을 할 것인가

나는 후자를 선택하기로 했고, 스페인 남부를 여행에서 가장 인기 있다는 도시인 말라가를 가기 위한 중간 도시인 발렌시아를 먼저 들러 이동하기로 결정했다. 이 결정이 좋은 선택이었는지 나쁜 선택이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확실한 건 발렌시아에서 부터 내 여행의 단추가 잘못 꽂히기 시작했다는 것은 확실하다.


소소한 맛, 발렌시아

발렌시아는 바닷가에 위치하고 있는 거대한 항만도시이다. 물론 항만의 역할이 많이 줄어든 지금에서는 그 역할이 예전만 못하지만. 8월이 되면 이 곳에서 열리는 토마토 축제가 굉장히 유명하지만 볼 거리가 풍성한 도시는 아니다. 그래서 도착해서는 그냥 숙소 주변의 큰 공원과 건물들을 걸어 돌아보는 것으로 일정을 대신했다.

숙소 근처에 큰 공원이 있어서 거기 까지 가봐야 겠다고 생각하고 걸었는데 다니는 동안 거리 곳곳에 벽화가 많이 있었다. 발렌시아가 이탈리아 내에서는 문화/과학의 도시(어째서 일까, 같이 공존하기 힘든 두 개념이 같이 있다고 생각되는 것은)라고 하는데 그 탓인지도 모르겠다. 길거리에서는 검술을 연습하고 있던 사람들도 볼 수 있었다. 펜싱에서 쓸 것 같은 칼이지만 진짜 칼로 연습을 하는데, 내가 보던 펜싱은 공격이 직선으로 이루어졌던 것 같은데, 실전형 펜싱은 곡선, 그러니까 팔이나 손목을 돌려 상대방의 공격을 흘리기도 하고 부드럽게 베기도 하는 등의 공격도 볼 수 있었다. 길을 걷다가는 거리에서 축구를 하는 아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괜시레 공을 뺏으니 막 달려 들어 내 공을 뺏어갔다. 한창 같이 공놀이를 하다 카메라를 내밀었다. 역시 교감이 가장 좋은 모델!

Buen Trabajo! 귀여운 발렌시아 아이들

특별한 건축물을 본 것도 아니고, 특별한 사람들을 만난 것도 아니지만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발렌시아의 밤은 좀 남다르다. 낮에는 없던 사람들이 밤이 되면 거리로, 식당으로 나와서 가득가득 채운다. 예술과 과학의 도시답게 도시 중앙에서 조금 벗어나면 공연장과 과학 전시관 등이 있는데, 불을 켜놓은 그 모습은 꽤나 웅장했다. 물론 다른 도시들에 비하면 굉장히 소소한 느낌일지 모르지만 발렌시아의 캐릭터를 잘 보여주는 밤의 모습 같기도 해서 좋았다.


Red light


꽤 많은 거리를 걸어서였는지, 먹은 음식이 잘못 되었는지 몸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당장 내일 그라나다가 꽤 볼 거리가 풍성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적신호가 들어온 것이다. 당시 상태만 놓고 봤을 때에는 움직이는 데에 지장은 없었지만 그다지 느낌이 좋지 않았다. 나 그라나다에서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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