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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상택 Aug 05. 2017

127. Cheers, Seville!

2017년 5월 30일~6월 2일, 여행 251~254일, 스페인 세비야

아쉬움이 남지만 말라가를 두고 떠났다. 스페인의 마지막 도시 세비야에서 만큼은 완전히 회복된 상태로 즐기고 싶었다. 그런데 몸이 아프고 나서 한가지 변화가 생겼다면 절대 바쁘게 움직이지 않게 됬다는 점이다. 그래서 일까. 세비야에서 다녔던 일정들을 다시 돌이켜보면, 간곳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열정의 세비야에서 힘을 얻다

아무래도 나은지가 오래 되지 않으니 바쁘게 움직일 수가 없었다. 숙소에는 끝내주는 루프탑과 주방이 있었기에 밥을 해먹으며 지낼 수 있었다. 세비야는 조금 더운 날씨여서 바쁘게 움직이지 않기로 했다.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엔 세비야 대 성당이 있었다. 가장 중심지에 크게 자리잡고 있지만 겉에서 보는 모습이 더 멋있어서 안에 들어가지 않기로 했다. 숙소 루프탑에서도 마침 저 건물이 보여서 밤에 저녁을 먹으며 보면 멋있을 것 같다고 생각해두고 걸음을 재촉했다.    

숙소 근처를 걸어 다녔다. 떄로는 잔디 밭이나 벤치에 누워서 잠을 청하기도 했다. 몇 번 누워 자보니 스페인 사람들이 왜 다들 발랑발랑 누워서 잠을 청하는지 알 것 같았다. 더운 날씨지만 그늘에선 서늘할 정도로 선선하기에 해를 피해 누워있으면 나른해지니까. 그렇다고 세비야가 이렇게 볼게 없는 것은 아니다. 과거 김태희가 붉은 스페인 전통 의상을 입고 춤을 추던 스페인 광장이 바로 이 곳! 그런데 김태희는 어디있나요...

낮잠이나 퍼질러 자는 이런 곳에서 어떻게 열정을 얻느냐. 바로 공연이다. 길거리 곳곳에서는 악사들이 연주를 하고 있다. 길거리 악사들의 느긋한 연주로 시작되다가 발랄하게 마무리 되는 연주를 듣고 있노라면 흥이 절로 난다! 이 것은 다른 도시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풍경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세비야의 가장 유명한 볼거리 중 하나인 플라멩고! 여러 펍이나 박물관에서 다양한 가격대로 플라멩고를 볼 수 있게 장소를 제공하는데, 배낭여행자인 관계로 많은 돈을 들이지 못하고 펍에서 보게 되었다. 바르셀로나도 플라멩고가 굉장히 유명한데 그쪽은 커플로 나와서 춤을 추며 굉장히 멋진 의상을 빼어 입고 춤을 춘다고. 물론 가격도 멋지다(!). 가격때문에 기대 없이 보았는데, 개인적으로는 스페인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다.

강렬한 음악 만큼이나 강렬한 춤사위였다. 사진을 보던 것같은 암전된 조명도 아니었고, 멋진 의상도 아니었는데, 모두가 숨을 죽여 보는 무용수의 몸짓과 발구름은 어마어마했다. 발바닥이 아프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격렬하게 발로 땅을 구르는데 그 에너지가 나에게까지 전달되는 듯 했다. 덕분에 아파서 헤롱했던 정신도 번쩍 깨고 힘을 많이 받는 기분이었다.


밤의 세비야

아파 누워있는 동안 잠을 잘 못자니까 밤에 자주 깬다. 침대에서 그 작은 창문으로 하늘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왜 여행을 나와서 이 고생을 하나'하는 생각과 함께 '오늘 날씨가 더럽게 맑던데 밤에 별은 오지게 잘보이겠다.'라던가 '야경 겁나 이쁘다던데 왜 나는 아무것도 보지못하고 이러고 있나'하는 생각이 가득했었다. 세비야, 여기서 만큼은 야경 잔뜩 보리라 하고 나온 밤거리 산책은 굉장히 성공적이었다.

스페인 광장에서, 내 어지러운 심리상태와 함께 :-(
세비야 대 성당, 숙소 루프탑에서

여러 재밌는 사진 많이 찍었지만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은 바로 아래의 사진 한장. 밤은 아니고 해질 무렵, 레드와인에 스테이크를 직접 해먹으면서 -고급스러운 거 같아보여도 해먹으면 5유로 밖에 안드는 식사- 문득 생각나 찍은 사진인데 너무 마음에 들었다. 그동안 아팠던 몸고 여행의 기억을 소급결제 받은 세비야 였다.



P.S.

세비야를 떠나던 날 식당에서 밥을 사먹었는데 아래와 같은 메뉴가 나왔다. 차가운 스프 같았는데 이름을 모르겠다. 아시는 분 있으면 알려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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