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상택 Aug 06. 2017

128. 숨은 매력 찾기, 리스본

2017년 6월 3~7일, 여행 255~259일 차, 포르투갈 리스본

스페인에서의 일정이 모두 끝났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포기하고 선택한 스페인 남부 여행이었던 만큼 기대가 컸다. 하지만 내 생각과 다른 볼거리, 여행의 목적성과 다른 볼거리들, 그리고 무엇보다 일주일 넘게 아팠던 것이 스페인 남부 여행을 조금은 덜 즐기게 했던 이유였던 것 같다. 포르투갈에서는 조금 더 재밌는 여행을 할 수 있을까?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출발했던 리스본은 가지고 있는 매력이 너무나 많은 도시였다. 누구나 알고 있다고 해도 또 내가 찾아낸 매력을 함께 나누어 보고 싶다.


매력 1, 골목이 아름다운 도시

누군가 리스본에서 꼭 봐야 할 것이 무엇이냐고 나에게 질문한다면 '그냥 걸어라'라고 해두고 싶다. 어느 도시가 안 이쁜 곳이 있겠냐마는, 리스본은 큰 대로도 예쁘지만 건물 사이사이의 골목이 정말 아름다운 도시이다.

여기가 어디에요? 라고 물어도 설명할 수 없는 리스본의 골목. 이런 골목이 수도 없이 많다.

대로는 차들로 가득 차기도 하고 해서 맛이 확 줄어들것 같지만, 대로의 끝에 파란 바다가 보여 운치를 더해주고, 언덕 위아래로 다니는 단칸 트램이 아기자기한 맛을 살려준다. 길이 이쁜 도시는 정말 몇 안되는데 그 중에서도 리스본은 단연 압도적이었다.

골목이 이쁘니 밤에 은은하게 켜지는 가로등이 그 운치를 더한다. 해가 완전히 저물면 색온도 높은 가로등이 노랗게 빛나기 시작하면서 도시를 온통 황금빛으로 물들인다. 



매력 2, 에그타르트가 맛있는 도시

리스본에서 유명한 음식은 바로 '파스테이스 드 나타(Pasteis de nata)'이다. 홍콩의 에그타르트와 리스본의 파스테이스 드 나타(이하 나타)를 두고 흔히 '에그타르트의 양대산맥'이라고도 하는데, 리스본의 그 것을 '에그 타르트'로 분류해야 하는지는 약간의 논쟁이 나뉜다. 모름지기 타르트라면 그릇으로 단단한 파이형 접시를 쓰지만 리스본의 나타는 패스트리로 된 생지를 쓰기 때문이다. 덕분에 겉은 바삭하지만 속은 부드럽게 바스라지는 식감을 만들어 낸다! 먼저 리스본을 여행했던 친구는 '리스본에 가면 1일 3타르트는 해주어야 한다'라고 평했을 정도. 개당 1유로 안팎으로 먹을 수 있는 나타는 정말 맛있는 간식이다. 1일 3타르트는 달아서 조금 힘들지 몰라도 1일 1타르트는 정말 해볼만 할 정도로 빵집마다 맛도 조금식 다르고 가격도 다르다. 

수도원 옆의 최초의 나타 집으로 알려진 빵집이 있는데, 이 곳의 타르트는 다른 곳에 비해 조금 비싸다. 내 개인적인 경험으로 나타를 정말 맛있게 먹는 방법은 갓 만들어진 나타를 먹는 것! 결국은 빵이기 때문에 금방 만들어진 나타는 가격대와 상관없이 정말 환상적인 맛을 자랑한다. 그리고 쌉쌀한 커피 한 잔 곁들인다면 더욱 좋다!


매력 3, 다채로운 펍이 있는 도시

여행 중에 펍에 가는 것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다. 술은 싫어하지는 않아도 밖에서 술을 먹으면 들어오는 길도 힘들고 다음날 여행에 지장이 있어서 숙소에서 편한 분위기에서 즐기는 걸 좋아한다. 그런데, 스페인에서 리스본으로 들어올 때 만났던 한국인 여행자가 오늘 레알마드리드의 챔피언스 리그 경기가 있으니 펍에 가보자고 하는 말에 펍으로 함께 향했다. 펍이야 늘 생긴대로 생겼지만, 스페인 사람들이 이미 펍을 가득 채웠다. 

이날 경기는 스페인 레알마드리드가 우승을 했고 펍 아니 거리 전체는 흥분의 도가니었다. 휴가를 왔던 스페인 사람들이 모두 몰려나와 노래를 부르고 술을 마시고 했으니까. 덩달아 외국인이었지만 신난 스페인 형들 덕에 맥주도 공짜로 얻어먹었다. 레알마드리드 덕에 공짜 술도 마시다니, 감사합니다 (호)날두형.

스페인 형들과 함꼐 숙소 밑의 다른 펍으로 이동했다. 그 곳은 음악을 연주하는 밴드가 있는 펍이었다. 바로 연주되는 생음악에 다들 몸을 맡기면서 말도 안되는 춤사위를 뿌려대며 레알의 우승을 즐기는 듯했다. 사실 리스본에는 이런 펍 외에도 포르투갈 전통음악을 연주하는 펍, 밴드가 있는 펍 등 골목 사이사이 다양한 펍들이 즐비해 있다. 펍들만 돌아다녀도 시간가는 줄 모르는 리스본의 밤이 될 것이다.


내가 말한 것 들만 있을까. 음식도 다른 서유럽 국가들에 비해 현저히 저렴하다. 기후도 바닷바람이 있어 여름임에도 시원해 돌아다니기에도 좋다. 사람들도 스페인 사람들보다 더 친절하고 순박한 편이다. 어디나 있을 것 같은 매력임에도 리스본이어서 더 생각나는 매력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127. Cheers, Seville!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