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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상택 Aug 12. 2017

131. 캐나다를 돌아다니다

2017년 6월 12일~7월 9일, 여행 264~291일 차, 캐나다

노동의 대가는 컸고, 그 후유증은 상당했다. 제대로 움직이지 못한 날도 있었으니. 하지만 받은 임금을 놀릴 수는 없는 법. 캐나다를 돌아보는 날도 필요했기에 나갔다 왔던 글들을 정리해 보려고 한다. 사실은 캐나다 서부를 예전부터 굉장히 가보고 싶었다. 미주의 상징 중 하나인 록키 산맥을 보고 싶었고, 유럽에서 만난 몇 미주 사람들이 '여름엔 록키 산맥을!'을 하도 외쳐댔기 때문. 하지만 성수기가 시작된, 그리고 건국 150주년을 맞이한 캐나다 서부 여행의 물가는 상상초월이었다. 이때, 컴퓨터 조립 알바(!?)를 맡겨주신 작은 정 사장님(나이가 나보다 어려도 돈 많으면 님 짜가 붙어야 한다.)께서 임금을 초월하는 대가성 투어를 해주셨다.  덕분에 꽤나 안락하게 (하지만 사장님은 뼈 빠지게) 캐나다 동부의 유명한 몇 군데를 돌아볼 수 있었다.


너무 커서 느껴지지 않는 거대함, 나이아가라

첫 번째 주말에 다녀왔던 곳은 캐나다 동부의 랜드마크, 동시에 미국 동부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나이아가라 폭포이다. 잠비아-짐바브웨의 빅토리아 폭포, 브라질의 이과수 폭포와 함께 세계 3대 대폭 포로 불리는 나이아가라는 캐나다 온타리오 주와 미국 뉴욕 주(우리가 아는 뉴욕도 뉴욕 주에 포함되어 있다.)에 걸쳐져 있는 대 폭포다. 토론토에서 차를 타고 약 3시간 정도 이동하면 나이아가라에 도착한다. 작은 정 사장님의 차에서 내리지도 않았는데 멀리서 폭포가 보이기 시작한다. 뭐, 어떤 의미에서는 무료로 이런 걸 볼 수 있다는 거니까 정말 대단!

미국 사이드에서 보는 나이아가라 폭포를 보는 사람들의 모습. 우측하단이 사람이니 규모가 엄청나다는 걸 알 수 있다.


캐나다에서 보는 나이아가라 폭포. 폭포 사이의 거리가 엄청 멀며 폭포 자체의 규모도 상당한 편이다.

그런 게 있다. 하늘이, 바다가 엄청나게 넓다는 것을 우리는 인지하고 있다. 그런데 너무 크고 넓으니 이게 '얼마나 크다'라는 가늠이 잘 안 되는 경우가 있다. 나도 처음에 나이아가라 폭포를 마주했을 때에는 '뭐야, 이거야? 얼마나 큰지 잘 모르겠는데. 생각보다 별론데'싶었는데 볼수록 이 규모가 상상초월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빅토리아 폭포처럼 물이 떨어지는 곳과 나의 거리가 가까우면 그 힘을 바로 느낄 수 있지만 나이아가라는 규모가 너무 커서 그 힘을 가까이서 느낄 수 없었기 때문에 드는 '착각'이었다. 나이아가라 폭포에서는 폭포를 즐길 수 있는 여러 투어들이 준비되어 있다. 사실 헬기투어가 가장 나이아가라를 잘 볼 수 있는 투어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 가장 저렴한(...) 우비 입고 폭포 앞 가기를 선택했다!

돈을 내고 비를 맞는 이 기분! 하지만 확실히 가까이 가면 이 폭포가 왜 세계 3대 폭포라 불리는지 알 수 있다.

어떻게 보면 돈 내고 비 맞기를 하는 기분일 것 같지만, 내려다보는 폭포와 마주해서 올려다보는 폭포는 또 다른 느낌이다. 빅토리아 폭포에서 느꼈던 그것을 다시 느껴볼 수 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이 코스의 이름이 'Behind The Falls'여서 떨어지는 폭포 뒤를 지나갈 수 있을 거라 기대한 나에게 모욕감을 주었다 :-(

이동 중 보였던 나이아가라의 포도 밭. 이런 포도밭이 끝도 없다.

나이아가라에는 폭포 말고도 유명한 것이 한 가지 더 있는데, 바로 아이스 와인(Icewine)이다. 냉해를 입었던 포도를 활용할 수 있는 방 안으로 나온 것인데 맛이 상당하다. 바로 직전에 마신 포르토 와인과 닮은 듯 다르다.

포르투갈의 포르토 와인은 주정 당화, 즉 술이 다 익기 전 독주를 부어 보관 방식을 길게 하는 방법을 이용하다 보니 도수가 높고 당분이 다 알코올로 발효되기 전이라 당도가 높다. 하지만 아이스 와인은 포도가 얼어버린 상태에서 당분이 농축된 상태에서 와인을 만들어 버린다. 그래서 포르토 와인처럼 단 맛이 굉장히 강하지만, 포르토 와인은 와인에서 독주의 향기가 나는 반면, 아이스와인은 그냥 포도향이 짙게 나는 포도 주스 같은 느낌이다(물론 도수가 낮지는 않다). 얼어버린 포도를 이용하는 만큼 많은 양이 나오지는 않아서 가격이 저렴하지는 않지만 보통 나이아가라 외곽 와이너리들이 샘플러를 어느 정도 가격으로 해서 판매하고 있다. 꼭 한 번은 여러 종류로 시음해 보는 걸 추천한다! 일반 와인의 맛과는 또 다르고, 포르토 와인 같은 단 와인들 중에서도 으뜸!

시간이 생각보다 늦어져 바로 돌아가야 했지만 가기 전에 작은 정 사장이 '한 군데만 더 들르자'해서 간 곳은 '세상에서 가장 작은 교회'로 알려진 교회 건물이었다. 목회자를 포함해서 총 6명이 예배를 드릴 수 있는 작은 공간이었다. 언뜻 보면 조금 커다란 개집(!?) 같아 보이기도 하지만 여행자들이 잠깐씩 와서 기도를 드리고 갈 수 있는 공간으로는 충분했다. 바로 근처에는 온타리오 호수가 보이고 있었다. 거대한 폭포와 근사한 와인, 그리고 평화로운 이 분위기를 누릴 수 있는 나이아가라 지역은 정말 대단했다. 다녀온 후 작은 정 사장님은 꽤나 피곤해했지만 이 것은 여행의 서막에 불과했다. 퀘벡 주는 그것을 초월하는 여정이었으니까.


도깨비는 없었다, 퀘벡

한 주 뒤에는 작은 정 사장이 휴가를 얻어 함께 퀘벡 주에 놀러 갈 수 있었다. 나를 위해 강제로 휴가를 쓴 것 같아 미안했지만 컴퓨터가 인질이요, 손님이 깡패였다(?). 늘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어 정 사장! 퀘벡은 캐나다 동부의 주 이름이다. 도시 이름으로 알고 있는 사람도 있는데, 퀘벡 주 내의 도시 중 하나가 퀘벡시티이다. 그렇다. 도깨비 촬영지로 유명한 그곳! 나와 정사장은 3일에 걸쳐서 몬트리올과 퀘벡시티를 다녀왔다. 먼저 글에 앞서 3일 내내 운전으로 고생했던 작은 정 사장님께 심심한 위로와 감사의 말씀을 올리는 바이다! 아르바이트비치곤 너무 고생한 약 50시간에 달하는 운전시간 내내 고생이셨다. 물론 정 사장님의 노잼 드립에 대꾸해야 했지만 :P


각설하고, 첫날은 토론토에서 차로 한참을 달려 도착한 몬트리올이다. 퀘벡의 주도이면서 우리에게는 부루마불(블루마블이라고 쓰면 안 된다. 부루마불이다!)로 유명해진 도시. 어떤 사람들은 몬트리올이 수도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아마 몬트리올이 부루마불에 올라가고 유명해진 것은 과거에 누린 영광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캐나다에서는 과거 제 1의 도시라고 불릴 정도로 화려한 곳이었지만, 산업의 변화와 함께 몬트리올 사람들에게는 축제이면서 재앙으로 불렸다는 '몬트리올 올림픽'이후 시의 재정이 급격히 나빠지며 많은 사람들이 토론토로 이주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몬트리올 숙박시설을 들어오면서 보이는 풍경이, 그렇게 크고 좋은 도시만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이게 어떻게 봐서 캐나다 제 2의 도시 모습처럼 보이는가. 미국 슬럼가가 떠오르는 몬트리올 모습.

하지만 도시의 내부를 잘 들여다보면 확실히 캐나다 제2의 도시의 풍모를 풍긴다. 특히 야경이 꽤나 인상적인 곳이다. 북아메리카의 파리라고도 불리는데, 일단 불어가 통용되는 도시기도 하면서 프랑스 문화의 영향으로 인한 건물들이 남아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도심 한가운데에 노트르담 성당이 있는 것이나 건물들의 모습들이 대체로 프랑스 파리에서 볼 법한 모습들이니까. 야경도 굉장히 아름답다. 딱 하룻밤의 모습만 볼 수 있었던 몬트리올이었지만 나에게 이런 기억들이 남은 것을 보면 꽤나 인상적이었나 보다.


다음 날, 퀘벡 시티로 이동했다. 최근 드라마 '도깨비'로 인해 퀘벡이 굉장한 인기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다고 했다. 뭐, 여행 중에 도깨비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어떤 큰 기대감은 없었지만. 퀘벡 시티에 대한 큰 기대는 없었지만... 시티에 진입하기 전 퀘벡 주의 몽모렌시 폭포(Montmorency Falls)에 들렀다. 우리가 갔을 때에는 비가 한참 오고 난 뒤어서 물이 아주 노란빛이었다(...). 나이아가라 폭포에 비하면 폭이 작아 무시할 것 같지만 이래 봬도 나이아가라보다 낙차가 크고 가까이에서 폭포가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는 교량도 있어서 시원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트래킹 코스가 곳곳에 있지만 일부만 진행하고 다음으로 미루었는데, 꽤나 오랜만의 큰 움직임이어서 한 동안 다리가 뻐근했다. 작은 정 사장님은 운동 부족이신지 올라가 실 때 꽤나 버거워하셨다 :-(

퀘벡 시티에 도착하자마자 짐을 풀고 대강 한 바퀴를 돌아보았다. 도깨비를 안 봐서 인지 어딜 봐야 할지 몰라 이런데 저런 데를 마구 돌아다녔다. 퀘벡 자체가 굉장히 오래된 도시이고, 과거 프랑스 식민지 시절의 캐나다의 본거지였기에 건축 양식들도 그대로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

오랜 시간 운전으로 피곤하신 작은 정사장님의 휴식 여건을 보장하기 위해 숙소에서 한참을 좀 쉰 후에 야경을 보러 나갔다. 도깨비 언덕으로 불리는 퀘벡 시티 뒤편 언덕과 도깨빈지 귀신인지 (?)가 와서 머물렀다는 좋은 호텔을 배경 삼아 야경을 담았다. 암만 풍경이 좋아도 여기엔 도깨비도, 도깨비 신부도, 그 신부의 할머니도 없었다. 내가 공유가 아니어서겠지 라며 다리가 아픈데도 쉬다가 야경을 보러 오신 정사장님과 함께 신세한탄했다.

퀘벡 시티의 야경. 촬영지가 도깨비 언덕이라 불리는 곳이고, 저 멀리 좌측에 보이는 큰 건물이 도깨비에서 나온다는 호텔
퀘벡 시티의 밤 거리. 높은 색 온도의 조명이 길거리를 따스히 밝힌다.

아름다운 밤이지만 남자 둘이 뭐 하는 건가 싶어 불꽃놀이 보면서 맥주나 마시자고 했지만, 예정된 불꽃놀이는 하지도 않았고, 맥주보다 빠르게 육포를 먹어버려서 남은 맥주를 방에서 마셔버리곤 남자 둘이 잠들어 버렸다. 그렇게 꽤나 싱거 워보이는, 그러나 (작은 정사장님이 특히) 힘들고 바빴던 퀘벡 주의 여행은 끝이 났다. 다녀와서 둘 다 폭풍 수면에 폭풍 게임을 했던 것은 안 자랑인 듯하다. 



작은 뉴욕 하지만 더 유쾌한, 토론토

내가 지내던 정 사장님 댁은 토론토에 있지만 시내(다운타운)에서는 조금 떨어진 위치에 있었다. 그래서 시내에 나가는 일이 잦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토론토에 있는 동안 안가보면 서운할 것 같아 가보았다. 캐나다의 수도를 토론토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토론토는 꽤나 큰 도시이다. 다운타운도 크게 발달되었으며, 금융가를 지나다니면 '캐나다의 월가', '작은 뉴욕'이라고 불릴 정도로 고층빌딩들이 첨예하게 서서 마천루를 만들어 낸다. 시내 한 가운데에는 구 시청사와 신 시청사가 함께 붙어 있어서 묘한 느낌을 자아낸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보다 토론토를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바로 온타리오 호와 함께 볼 수 있는 토론토의 스카이라인이다. 보통은 토론토 아일랜드로 페리를 타고 이동해서 야경을 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페리를 타고 싶지도 않았고 딱히 토론토 아일랜드를 가야만 하는 이유가 없어서 걸어 다니면서 야경을 볼 수 있을 만한 포인트를 지도를 참고 하며 이동해 찾아냈다! 사람도 적고 한적해서 사진찍기에도 좋고 야경을 즐기기에도 좋았다! 고층 건물들이 만들어 내는 스카이 라인, 그리고 그 반짝거림을 그대로 반영하는 온타리오 호수를 함께 볼 수 있어서 최고였다. 여행 출발부터 한동안 이런 종류의 스카이 라인을 본 것이 홍콩이 전부였기에 너무 신기하고 예뻤다. 도시의 야경을 또 도시나름의 매력이 있다.

낮과 밤의 풍경이 확연이 다른 스카이라인 만큼이나 도시 안의 풍경도 사뭇 다르다. 바쁘게 움직이는 차와 사람들, 확실히 저녁이 되도록 보장되는 나라인 만큼 밤 늦게까지 놀거나 하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지만 바쁘게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과 차의 움직임이 분주해 보였다. 아직 뉴욕에 가보지 않았지만 이런느낌일지도 모르겠다 싶었지만 뭔가 아기자기한 맛이 더 강한 토론토였다.


캐나다를 돌아다닌 동안 찍었던 영상을 모아 만든 클립 :) 이 영상이 나오기까지 가장 큰 노고와 관심을 쏟아주신 작은 정 사장에게 무한한 감사를 표하는 바이다! 고마워 정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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