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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상택 Aug 13. 2017

132. 캐나다를 떠나며

2017년 6월 12일~7월 9일, 여행 264일~291일 차, 캐나다

캐나다에 있는 27일 중, 근로 일이 3일 그리고 여행이 약 6일 정도였으니 나머지 약 2주 조금 넘는 기간은 토론토의 프로백수 아니 그냥 백수 처럼 지냈다. 여행자라고 하기에도 민망하지만 백수 기간동안 지냈던 일들을 마무리로 길었던 그러나 생각보다 잉여처럼 보낸 그 일상들을 적어 본다.


토론토의 문화요정이 되다

토론토에서 대부분의 시간은 게임을 하면서 보냈다. 한동안 여행에서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는 역시 게임으로 풀어야 제맛! 한국에 있을 때 주로 하던 게임들을 북미 서버로 이전하여 작은 정사장님과 함께 시간가는 줄 모르고 즐겼다. 작은 정사장님은 새로 맞춘 나의 노동의 산물 컴퓨터와 함께 쾌적한 환경에서 게임을 즐기셨다. 사실 작은 정사장님은 굉장히 공사다망하시기 때문에 밤에만 나와 게임을 즐겨주셨고, 낮에는 보통 나혼자 유튜브를 보거나 게임을 했는데, 마침 내가 토론토에서 오래 체류하고 있는 동안 출국 직전까지 즐기던 '마성의 갓겜' 디X블로3의 확장팩 출시 소식을 전해 듣고 여행자금을 깎아 구매해가며 게임을 즐겼다. 누군가한테는 뭐 여행 중에 말도 안되는 짓이냐며 할 사람들도 있고, 당장 우리 부모님이 이 글을 보시면 '아니 남의 집에 가서 게임을 했다니!' 싶으시겠지만... 약 9개월 정도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지내다가 오랫만에 일상으로 돌아오니 엄청난 평안함이 느껴졌다. 

여러분 갓겜하세요! 더이상 똥3가 아닙니다!

그렇게 나는 게임요정이 되어갔고 특히나 이 게임의 출현은 나의 캐나다 체류 일정을 1주 정도가 연장이 되게 된 계기였다. 뭐 토론토 시내를 돌아 볼 때도 게임은 나와 떨어뜨릴 수 없이 연결이 되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조금 찾기 힘든 것이지만 토론토에는 '보드게임 매장'이 굉장히 많았다. 

한국에 가져가고 싶은 게임들이 잔뜩인지라 너무 아쉬웠지만. 추가적으로는, 캐나다 출국 이후 미국에 갈 예정이었는데 캘리포니아에 있는 '갓겜'을 만든 회사와 내 20대를 날려먹게 한 '구르는 게임'의 제작사에 본사 투어를 신청했다. 당첨되서 가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길!


게임만 하면 문화요정이라고 하기 너무 부끄러웠기에, 한 번은 외국 영화관에서 영화를 봐야겠다는 생각에 알아봤는데 마침 극장에서 봉준호 감독의 '옥자'가 상영중이었다. Netflix 라는 새로운 플랫폼에서 상영하려 했던 작품이지만 한국과 예외적인 몇 상영관에서 상영을 한다고 했는데 그게 마침 캐나다 토론토 TIFF 극장이었다! 특별한 이벤트였던 만큼 극장측에서 한국 안주(토론토 극장에선 맥주와 칵테일을 팔고 있었다!)와 한국 술(소주를 베이스로 한 칵테일)을 판매하고 있었다. 더불어 봉준호 감독 영화 개봉기념을 축하하기 위해 봉준호 티셔츠도 팔고 있었다! 글씨 체가 이쁘지 않아 뭔가 고쳐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그래도 여기 사람들에겐 꽤나 흥미로운 한글의 모양이리라! 영화에 대한 평은 여기 할게 못될 것 같고, 영어로 영화를 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새삼 깨달았다. 중간 중간 한국어가 나오는 영화임에도 모든 내용을 완벽히 소화하기 너무 힘들었다. 문화요정의 역할은 여기까지만 해야할 것 같다. 영어를 배우든가.


조대위와의 재회

게임도 한창하고, 놀러 다니는 것도 한창 하고 이제 캐나다를 떠나려 할 때 쯤, 나의 아프리카 동지 우꾼(http://ttomot.tistory.com)에게 연락이 왔다. 토론토에 왔다는 것이다. 그냥 지나칠 수 있나, 바로 만나러 시내로 향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보고 다시 보는 거니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난 것은 아니지만, 만나면 좋은 친구!

우연이는 캐나다 여행을 조금 더 한 뒤 미국을 거쳐 중미로 온다고 했다. 일정이 나와 크게 다르지 않아(사실 중미는 계획에는 없었지만) 가능한 범위 안에서 중미여행을 함께 하기로 이야기를 해두고 헤어졌다. 두 번째 동거(?)가 과연 잘 이루어 질 것인가! 에상에 없던, 그러나 기대가 되는 중미여행을 기다리게 되었다!


Restart from Canada

4주 가까이 지냈던 정 사장님 댁에서는 너무나 많은 것을 얻었다. 무엇보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4주를 보냈다. 얼마 안되는 보탬의 손이었지만 큰 임금을 주시고 거주환경을 제공해주시며 여행의 방향성을 다시 깨닫게 해주셨던 정 사장님, 내 생활 전반을 챙기면서 무료함도 챙겨주셨던 작은 정 사장님, 항상 맛있는 음식과 더불어 다음 나아갈 곳들에 대한 걱정과 염려를 아끼지 않아주신 이 여사님, 그리고 집에 있느라 자주 볼 수 없었던 두 정 남매까지! 캐나다에서 큰 원동력을 다시 얻고 여행을 떠나려고 한다. 미국, 세계 최고의 강대국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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