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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상택 Aug 28. 2017

140. 남자 둘이 올 곳은 아니야

2017년 8월 3~5일, 여행 316~318일 차, 멕시코 칸쿤

항공권에 대한 문제로 인한 우여곡절 끝에 칸쿤으로 가는 항공권을 살 수 있었다. 버스로 갈 수도 있지만 이동 시간 대비 가격이 그렇게 저렴하지 않았기 때문에 항공권으로 이동하는 것을 택했다. 나와 우꾼이 칸쿤을 간다는 말에 멕시코 시티의 사모님께서는 '거기 남자 둘이 간다고? 너희 정말 미쳤구나' 하며 웃으셨었다. 나나 우꾼은 그 말씀이 농담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농담이 아니라는 사실은 도착하고 나서 깨닫게 되었다. 뭐 그 보다 먼저 도착해서 깨달은 것은 고도가 달라지고 바다가 가까워졌기 때문에 '덥고 습하다'였지만.


남자 둘이 올 곳은 아냐

이번에는 오랜만에 에어비앤비를 사용했다. 호스텔과 큰 가격차이가 없고 에어컨도 달려 있어서 쾌적할 것으로 예상되었고, 예상은 적중했다. 칸쿤은 멕시코의 대표적인 휴양도시이다. 최근 신혼여행으로도 많이 선호하는 곳인데, 해안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 숙소는 해안과는 꽤 떨어져 있는 곳이었다는 점. 그래서 도착한 당일은 대충 쉬고 다음 날 바다가 있는 곳으로 가 보았다. 칸쿤 센트로에서 버스로 약 30분 정도 이동하면 해변에 호텔들이 밀집되어 있는 호텔 존으로 이동할 수 있다. 덜컹거리는 버스 안이라 사진을 많이 찍지는 않았지만, 좋은 호텔들이 바닷가 바로 앞에 즐비해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여기가 진짜 신혼여행의 성지이긴 한가보다'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호텔존 사이사이 공공 해변이 있기 때문에 일반 여행자들은 이 곳에서 바다를 즐긴다. 우리가 택한 곳은 Playa Delfines(돌고래 해변)이었다. 돌고래는 꼬리도 찾아볼 수 없지만 아름다운 바다가 있는 곳이었다. 말해 뭐해, 바로 뛰어들었다.

파란하늘과 에메랄드 빛 바다가 인상적인 칸쿤의 해변
바다에 뛰어드는 우꾼. 너만 사진찍고 왜 난 안찍어주니 (...)

남자 둘은 확실히 무리다. 게다가 날씨도 엄청나게 뜨겁고 습해서 한 시간도 못돼서 둘 다 탈진해 버렸다. 만약 배낭여행자로서 칸쿤 비치에 놀러 간다면 양산을 하나 준비해 가는 것이 좋을 듯하다. 강한 햇볕에 쉴 공간을 마련해야 하니까. 물과 간식도 충분히 챙겨가야 한다. 돌아오는 길 호텔 존의 비치들을 힐끔힐끔 보면서 역시 칸쿤은 남자 둘이 올 곳이 못 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닫게 되었다.


마야 문명의 흔적을 찾아서

칸쿤이 신혼여행으로 각광받는 이유는 다양한 액티비티와 투어가 용이하다는 점이다. 그냥 가기는 아쉽기도 하고, 대표적인 관광/유적지들을 우리가 따로 방문하는 것이 꽤나 번거로운 부분이 있어서 투어 상품을 하나 신청하기로 했다. 마야 유적지인 치첸이 샤(Zichen Itza)와 자연이 만든 수영장 익킬 세노테(Cenote ik kil)로 가는 투어였다. 갔다 왔던 사진들에 앞서 주의사항을 말씀드리면 이 투어는 이동시간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먼저 치첸이 챠. 칸쿤이 위치한 유카탄 지역의 가장 큰 유적지 중 하나이다. 마야 유적지 중에선 가장 보존상태가 뛰어나 건물에 그려진 무늬들이나 형태가 굉장히 온전히 남아있다. 그 말은 다시 말하면 폐허(Ruins)가 아니라서 마야 문명 특유의 멋(?)이 적다는 의미기도 하다. 크게 세 건축물이 남아 있는데, 신단이었던 피라미드와 전사의 신전 그리고 천문대가 남아있다. 특히 피라미드는 가이드가 공들여 설명할 정도로 의미가 깊다. 사방의 계단이 91개씩 모두 네 방향이므로 364개에 정상의 1단이 채워져 1년을 상징하는 365개로 이루어져 있어 마야 문명에서의 '달력 사랑'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건축물 중에 하나이다. 또한, 이 피라미드는 각 4면이 동, 서, 남, 북을 향하기 때문에 해가 뜰 때의 서쪽면은 해를 받지 않아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져야 하는데, 마야인들의 놀라운(?) 건축 능력 때문에 특정 기간에는 서쪽 면에 그림자 속에 밝게 뱀 모양이 빛이 기어올라가는 모양을 볼 수 있다고. 가이드가 굉장한 자부심을 갖고 설명해줘서 대단했다. 한창 보고 있는데 스콜이 쏟아지기도 했다. 한국의 봄, 여름은 멕시코에서는 우기에 접어들기 때문에 스콜성 강우가 종종 찾아왔다. 치첸이 샤를 보고 있을 때도 비가 강하게 내려왔으며, 옷이 쫄딱 젖었다가 해가 비추니 바로 마르는 신기원을 보여주기도 했다.



다음 코스는 세노테였다. 세노테란 자연적으로 발생한 싱크홀을 이야기하는데, 일반적으로는 싱크홀 아래 물이 고여있는 지형을 지칭하여 이르는 말이다. 과거부터 성스러운 곳으로도 여겨졌으며 자연적으로 발생한 물 웅덩이이므로 수영장으로도 이용되어 왔다고 한다. 멕시코에는 이러한 세노테가 상당히 많다. 그중에서도 투어에서 방문한 익킬 세노테는 단일 세노테로서는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보존을 위해 이 세노테에서는 수영만이 허용되고 있어서 세노테에서의 스킨 스쿠버 다이빙은 다음으로 기약하고 물놀이를 즐겼다. 라오스에서도 다이빙을 했지만 여전히 높은 곳에서의 다이빙은 쉽지 않다. 암튼, 독특한 지형 속에서 하는 물놀이는 신선했다.


멕시코에서 볼 수 있는 마야문명이라고 해서 기대했는데, 외관상으로는 아즈텍 문명과 큰 차이가 없어서 조금은 실망하기도 했다. 원래 마야 문명이 멸망하고 일부가 이동하면서 아즈텍 문명을 세운 것이라 유사성이 발견될 수밖에 없다. 다만 마야 문명이 곳곳에 중흥했었기에 폐허가 된 외관이 특징이라고 했는데 그 부분을 볼 수 없었으니까. 아무튼 마야 문명의 맛보기(?) 정도를 할 수 있어 의미 있던 시간이었다. 


칸쿤은 관광지이다. 굉장히 개발된 관광지인데, 그것은 사실 호텔존에 한해서였다. 그래서 우리가 지내고 있는 숙소는 생각보다 한적한 곳이었다. 다음 목적지를 어디로 이동할까 고민하다가 세노테 다이빙은 꼭 해보고 싶어서 우꾼을 졸라 플라야 델 카르멘이라는 도시로 이동하기로 했다. 관광지만 골라 다니고 있다 보니 우꾼의 성미에는 잘 맞지 않을 수 있어 걱정되었지만, 세노테 다이빙이 그런 고민을 말끔히 해소시켜주길 간절히 바라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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