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 액티비티와 함께하는 멕시코

2017년 8월 6~7일, 여행 319~320일 차, 멕시코

by 오상택

관광단지와는 멀었지만 꽤나 편안한 숙소에서 지냈던 며칠을 뒤로하고 다음 장소로 이동해야 했다. 나는 아무리 봐도 멕시코에 와서 몇 가지 액티비티도 안 하고 그냥 가기에는 뭔가 아쉬운 마음에 칸쿤 남부의 플라야 델 카르멘에서 조금 더 즐기고 가자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나의 집요한 고집(?) 때문에 우꾼이 양보해 주어 플라야 델 카르멘으로 갈 수 있었다. 아쉽게도 숙소가 마땅치 않아 이번엔 도미토리로 향하게 되었는데 칸쿤보다 더 더운 날씨에 에어컨도 없는 방은 꽤나 힘들었지만, 액티비티가 함께 하는 멕시코라면 그런 것도 이겨낼 수 있으리라. 배고픈 배낭여행자들이 즐기는 멕시코에서의 가난한(?) 액티비티를 한 번 지켜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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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클링 : 거북이와 데이트하기

가장 돈이 안 드는 액티비티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바다에서 그냥 노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플라야 델 카르멘에 왔다면, 그냥 해변에서 노는 것보다는 최소한의 장비로 스노클링을 즐겨볼 것을 추천한다. 플라야 델 카르델 중심가에서 북쪽으로 이동하면 콜렉티보(승합택시) 정류장이 있다. 1불도 안 되는 가격으로 이 콜렉티보를 탈 수 있으며, 콜렉티보로 약 30분 정도 남쪽으로 이동하면 플라야 델 카르멘의 대표적인 비치인 아쿠 말(Akumal) 비치에 가볼 수 있다. 뭐, 멕시코의 해변들이 늘 그렇듯 맑은 날씨와 함께 에메랄드 빛 비치가 아름다워 그냥 물놀이만 해도 충분히 재밌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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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랑 같이 사진 한장 찍기가 이렇게 힘듭니다, 여러분

구명조끼와 고글과 스노클만 있다면 저 바닷속 거북이를 볼 수 있다. 아무 곳에 있는 것은 아니고 지정된 위치가 있어서 지도를 반드시 확인 한 뒤 안전 펜스 안에서 봐야 한다. 날씨가 좋을 때에는 물이 더 맑고 깨끗하다고 하는데, 우리가 갔던 날은 바람이 세서 물이 조금 탁했고, 거북이도 산란철이 맞지 않아 그렇게 많지는 않았지만 4~5마리 정도의 거북이를 볼 수 있었다. 다른 외국인들은 가오리도 봤다고 하던데. 아무튼 세노테 다이빙을 앞둔 겸해서 오랜만의 제대로 된 물질이라 재미있었고, 거북이가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성비 최고!


세노테 다이빙 : 자연이 만들어준 신비한 선물

사실 플라야 델 카르멘에 온 주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 세노테 다이빙이었다. 세노테 자체는 칸쿤에서 투어를 통해 다녀왔지만, 스킨 스쿠버를 통해 세노테가 주는 독특한 분위기를 볼 수 있는 다이빙 투어를 꼭 해보고 싶었다. 워낙 먼저 여행한 여러 사람들이 강력 추천을 했으니까! 게다가 나는 이집트에서 스킨 스쿠버 다이빙 자격증을 땄었다. 당시에는 개방 수역, 즉 천장이 열려 있는 공간인 바다에서 다이빙을 했는데, 이 세노테는 천장이 완전히 열린 상태가 아닌 돌과 나무 들에 의해 닫힌 폐쇄 수역이라 완전히 다른 느낌 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 예상은 완전히 적중한다! 힘들게 몇 개의 업체를 발품을 판 뒤 선택한 한 업체를 통해 다이빙을 했다.

GOPR0451.jpg 다이빙을 준비중인 나와 우꾼. 뭔가 축 쳐진거 같지만 다이빙 전이라 엄청 설레였다. 결코 쳐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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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물 세노테의 입구. 입구에서만 봐도 물이 맑다! 내부는 더 맑지만 다양한 지형이 있다.

아쉽게도 개인의 비디오/사진 촬영을 금하고 있었기 때문에 내부의 지형은 외부 사진을 이용해 설명하도록 해야겠다. 세노테 다이빙의 핵심적인 관람 포인트는 두 가지이고, 우리가 갔던 착물(Chac Mool)이라는 세노테에는 특징 적인 지형이 하나 더 있다. 먼저, 핵심 관람 포인트는 폐쇄 수역 속에서 작은 틈 사이로 들어오는 빛줄기이다. 가끔 하늘에 구름이 끼면 빛이 갈라지는 현상을 볼 수 있는데 그게 물속에서 나타난다. 특히 내가 하부에서 올려다보면, 다른 다이버들이 그 갈라진 빛줄기 사이로 유유하게 헤엄을 치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

또 한 가지는 염분 약층(헤일로 클라인, Halocline)이라 불리는 현상인데, 세노테는 본디 민물이 있는 거대한 싱크홀이지만, 바닷가 근처에 형성된 칸쿤/플라야 델 카르멘 근처의 세노테들은 바닷물이 유입되기도 한다. 이때,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면서 뿌옇게 되며 층을 이루는 현상을 말한다. 외부에서 볼 땐 뿌연 구름이 물속에 생기는 듯한 현상이지만 그 속에서 다이빙을 하는 다이버들에게는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느낌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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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착물 세노테에서 볼 수 있던 특수 지형은 바로 물속에서 아래로 자라는 종유석! 보통 종유석은 동굴 같은 곳에서 형성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물속에서 버젓이 서있는 모습에 나나 우꾼이나 너무나 당황했다. 꽤나 인상적인 구조였다. 정말로 사진 촬영이 안 되는 것이 너무너무 아쉬웠다. 사진/영상 촬영 중에 폐쇄수역에 다이버가 종유석을 부숴먹은 이후로는 유카탄주 정부 측에서 개인 촬영을 막았다고 한다. 어쩔 수 없지만 슬펐다.

오랜만에 다이빙 장비 차고 다이빙을 했더니 조금 힘들기도 했고, 꽤 비싼 가격(이집트에서의 10배니까 상상할 수 없던 가격이다)을 주고 했지만 큰 만족감이 있던 액티비티였다!


Hang out with Travellers!

그래도 뭐니 뭐니 해도 최고의 액티비티는 다른 여행자와의 행복한 교류가 아닐까 싶다. 세노테 다이빙 이후 바로 다음 국가인 벨리즈로 이동해야 할 상황에서도 교류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플라야 델 카르멘의 정말 불편했던 호스텔 생활에서 알게 된 일본인 누나 Reika와 그의 친구였던 중국형 Brian과 함께였다! 원래는 함께 스노클링을 하려고 했었는데, 무언가 엇갈린 것이 있어 스노클링은 함께 하지 못하게 되고 나와 우꾼이 가 떠나던 날 함께 식사를 나누기로 했다. 각자 나라의 음식을 해주기로 했는데 나랑 우꾼은 비장의 재료(?!)가 들어간 찜닭을 내놓았다. 결과는 대 성공 :-) 나의 전 직장과 비슷한 직군에서 일했던 Brian과는 학생과 교사에 대한 이야기를, Reika와는 남미 여행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IMG_1780.jpg Taek, Brian, Wooyoun and Reika. 17.08.07
나와 우연이가 만든 찜닭, Reika가 만들어준 오코노미야키, Brian이 만들어준 샐러드 까지!

이제 멕시코를 떠나 벨리즈로 떠... 나야하는데, 이 것이 어째 쉽지 않을 것 같다. 하늘이 우리를 도와주고 있지 않기 때문이었다.


P.S.

멕시코에서 찍었던 영상들을 짤막하게 편집한 영상이다. 몬쉥긴(?) 본인이 나와도 용서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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