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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상택 Aug 28. 2017

141. 액티비티와 함께하는 멕시코

2017년 8월 6~7일, 여행 319~320일 차, 멕시코

관광단지와는 멀었지만 꽤나 편안한 숙소에서 지냈던 며칠을 뒤로하고 다음 장소로 이동해야 했다. 나는 아무리 봐도 멕시코에 와서 몇 가지 액티비티도 안 하고 그냥 가기에는 뭔가 아쉬운 마음에 칸쿤 남부의 플라야 델 카르멘에서 조금 더 즐기고 가자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나의 집요한 고집(?) 때문에 우꾼이 양보해 주어 플라야 델 카르멘으로 갈 수 있었다. 아쉽게도 숙소가 마땅치 않아 이번엔 도미토리로 향하게 되었는데 칸쿤보다 더 더운 날씨에 에어컨도 없는 방은 꽤나 힘들었지만, 액티비티가 함께 하는 멕시코라면 그런 것도 이겨낼 수 있으리라. 배고픈 배낭여행자들이 즐기는 멕시코에서의 가난한(?) 액티비티를 한 번 지켜보시라!



스노클링 : 거북이와 데이트하기

가장 돈이 안 드는 액티비티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바다에서 그냥 노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플라야 델 카르멘에 왔다면, 그냥 해변에서 노는 것보다는 최소한의 장비로 스노클링을 즐겨볼 것을 추천한다. 플라야 델 카르델 중심가에서 북쪽으로 이동하면 콜렉티보(승합택시) 정류장이 있다. 1불도 안 되는 가격으로 이 콜렉티보를 탈 수 있으며, 콜렉티보로 약 30분 정도 남쪽으로 이동하면 플라야 델 카르멘의 대표적인 비치인 아쿠 말(Akumal) 비치에 가볼 수 있다.  뭐, 멕시코의 해변들이 늘 그렇듯 맑은 날씨와 함께 에메랄드 빛 비치가 아름다워 그냥 물놀이만 해도 충분히 재밌을 것 같다. 

거북이랑 같이 사진 한장 찍기가 이렇게 힘듭니다, 여러분

구명조끼와 고글과 스노클만 있다면 저 바닷속 거북이를 볼 수 있다. 아무 곳에 있는 것은 아니고 지정된 위치가 있어서 지도를 반드시 확인 한 뒤 안전 펜스 안에서 봐야 한다. 날씨가 좋을 때에는 물이 더 맑고 깨끗하다고 하는데, 우리가 갔던 날은 바람이 세서 물이 조금 탁했고, 거북이도 산란철이 맞지 않아 그렇게 많지는 않았지만 4~5마리 정도의 거북이를 볼 수 있었다. 다른 외국인들은 가오리도 봤다고 하던데. 아무튼 세노테 다이빙을 앞둔 겸해서 오랜만의 제대로 된 물질이라 재미있었고, 거북이가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성비 최고!


세노테 다이빙 : 자연이 만들어준 신비한 선물

사실 플라야 델 카르멘에 온 주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 세노테 다이빙이었다. 세노테 자체는 칸쿤에서 투어를 통해 다녀왔지만, 스킨 스쿠버를 통해 세노테가 주는 독특한 분위기를 볼 수 있는 다이빙 투어를 꼭 해보고 싶었다. 워낙 먼저 여행한 여러 사람들이 강력 추천을 했으니까! 게다가 나는 이집트에서 스킨 스쿠버 다이빙 자격증을 땄었다. 당시에는 개방 수역, 즉 천장이 열려 있는 공간인 바다에서 다이빙을 했는데, 이 세노테는 천장이 완전히 열린 상태가 아닌 돌과 나무 들에 의해 닫힌 폐쇄 수역이라 완전히 다른 느낌 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 예상은 완전히 적중한다! 힘들게 몇 개의 업체를 발품을 판 뒤 선택한 한 업체를 통해 다이빙을 했다.

다이빙을 준비중인 나와 우꾼. 뭔가 축 쳐진거 같지만 다이빙 전이라 엄청 설레였다. 결코 쳐지지 않았다.
착물 세노테의 입구. 입구에서만 봐도 물이 맑다! 내부는 더 맑지만 다양한 지형이 있다.

아쉽게도 개인의 비디오/사진 촬영을 금하고 있었기 때문에 내부의 지형은 외부 사진을 이용해 설명하도록 해야겠다. 세노테 다이빙의 핵심적인 관람 포인트는 두 가지이고, 우리가 갔던 착물(Chac Mool)이라는 세노테에는 특징 적인 지형이 하나 더 있다. 먼저, 핵심 관람 포인트는 폐쇄 수역 속에서 작은 틈 사이로 들어오는 빛줄기이다. 가끔 하늘에 구름이 끼면 빛이 갈라지는 현상을 볼 수 있는데 그게 물속에서 나타난다. 특히 내가 하부에서 올려다보면, 다른 다이버들이 그 갈라진 빛줄기 사이로 유유하게 헤엄을 치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

또 한 가지는 염분 약층(헤일로 클라인, Halocline)이라 불리는 현상인데, 세노테는 본디 민물이 있는 거대한 싱크홀이지만, 바닷가 근처에 형성된 칸쿤/플라야 델 카르멘 근처의 세노테들은 바닷물이 유입되기도 한다. 이때,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면서 뿌옇게 되며 층을 이루는 현상을 말한다. 외부에서 볼 땐 뿌연 구름이 물속에 생기는 듯한 현상이지만 그 속에서 다이빙을 하는 다이버들에게는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느낌을 받는다.

마지막, 착물 세노테에서 볼 수 있던 특수 지형은 바로 물속에서 아래로 자라는 종유석! 보통 종유석은 동굴 같은 곳에서 형성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물속에서 버젓이 서있는 모습에 나나 우꾼이나 너무나 당황했다. 꽤나 인상적인 구조였다. 정말로 사진 촬영이 안 되는 것이 너무너무 아쉬웠다. 사진/영상 촬영 중에 폐쇄수역에 다이버가 종유석을 부숴먹은 이후로는 유카탄주 정부 측에서 개인 촬영을 막았다고 한다. 어쩔 수 없지만 슬펐다.

오랜만에 다이빙 장비 차고 다이빙을 했더니 조금 힘들기도 했고, 꽤 비싼 가격(이집트에서의 10배니까 상상할 수 없던 가격이다)을 주고 했지만 큰 만족감이 있던 액티비티였다!


Hang out with Travellers!

그래도 뭐니 뭐니 해도 최고의 액티비티는 다른 여행자와의 행복한 교류가 아닐까 싶다. 세노테 다이빙 이후 바로 다음 국가인 벨리즈로 이동해야 할 상황에서도 교류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플라야 델 카르멘의 정말 불편했던 호스텔 생활에서 알게 된 일본인 누나 Reika와 그의 친구였던 중국형 Brian과 함께였다! 원래는 함께 스노클링을 하려고 했었는데, 무언가 엇갈린 것이 있어 스노클링은 함께 하지 못하게 되고 나와 우꾼이 가 떠나던 날 함께 식사를 나누기로 했다. 각자 나라의 음식을 해주기로 했는데 나랑 우꾼은 비장의 재료(?!)가 들어간 찜닭을 내놓았다. 결과는 대 성공 :-) 나의 전 직장과 비슷한 직군에서 일했던 Brian과는 학생과 교사에 대한 이야기를, Reika와는 남미 여행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Taek, Brian, Wooyoun and Reika. 17.08.07
나와 우연이가 만든 찜닭, Reika가 만들어준 오코노미야키, Brian이 만들어준 샐러드 까지!

이제 멕시코를 떠나 벨리즈로 떠... 나야하는데, 이 것이 어째 쉽지 않을 것 같다. 하늘이 우리를 도와주고 있지 않기 때문이었다.


P.S. 

멕시코에서 찍었던 영상들을 짤막하게 편집한 영상이다. 몬쉥긴(?) 본인이 나와도 용서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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