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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상택 Aug 30. 2017

143. 숨겨져 있던 마야를 만나다

2017년 8월 10~11일, 여행 323~324일 차, 과테말라 페텐

단 하루 체류의 짧은 벨리즈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과테말라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이제 영어가 점점 통하지 않는 나라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중미를 여행한다는 것이 더 실감이 나고 있었으며, 마야 유적이 가장 많이 잠들어 있다는 과테말라에 간다면, 그리고 폐허 속에 잠든 그 마야 유적을 내가 실제로 마주한다면 더욱 중미를 여행하고 있음이 실감이 날 것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날씨도 그런 나를 이끌어 주듯 맑았다.



호수를 품은 도시는 모두 아름답다

과테말라의 첫 번째 도시로는 페텐 주에 속해 있는 플로레스(Flores)를 선택했다. 과테말라에 있는 마야 문명의 도시 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를 자랑했던 티칼이 바로 이 곳에 있곳에서 가깝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름다운 페텐 이챠 호수를 품고 있기 때문에 많은 관광객들이 여유로운 생활을 즐기고 있는 곳이라고도 했다. 소문대로 호수는 크고 아름다웠다. 생각보다 맑지는 않았지만.

해질 무렵의 페텐이챠 호수. 퍽 맑은 호숫물에 하늘이 완전히 반사되는 풍경때문에 마음도 차분해 진다.

대체로 호수를 갖고 있거나 가까이에 있는 마을들은 여행자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머무는 경우가 많다. 이 곳 역시 마을 곳곳에 숨어 있는 숙소에 여행자들이 숨어있다고 한다. 호수 밖 플로레스 섬을 넘어의 중심가에는 범죄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고 하니 플로레스 섬이 얼마나 여행자들에게 좋은 처소가 되는지 알 수 있다. 이 플로레스의 또 다른 볼거리는 밤에 있다. 밤이 되면 온 동네 숨어있던 새들이 모두 모여 마을의 전신주와 전깃줄로 찾아온다. 엄청난 새들의 지저귐과 함께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밤하늘이 보이는 것이 아니라 거대한 나뭇가지를 보는 듯하다. 물론 엄청난 빈도의 새똥 테러가 함께 따라온다는 부작용이 있지만, 아무튼 호수를 끼고 있는 도시 특유의 평안함과 신비함이 이 작은 여행자들의 마을을 감싸고 있었다.


티칼, 마야 유적의 하이라이트

티칼은 플로레스로부터 약 45분여 떨어진 거리에 위치해 있다.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여기를 새벽 4시에 이동하는 버스(!)를 타고 간다고 했다. 도대체 왜 그 시간에 다들 미쳤다고 보러 갈까 라고 생각했는데, 입구에 들어서서 몇 걸음 못 걷고 그 이유를 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바로 미칠 듯이 더운 날씨 때문이었다. 고산이라고는 해도 점점 경도가 적도로 가까워지는 중미에서 일조량은 어마어마했고 덕분에 기온도 꽤나 높았다. 그늘에 들어가지 않으면 땀이 뻘뻘 나는 더위였다. 그 더운 날, 우리는 과테말라 최대 규모라는 티칼을 돌아다녔다. 최 전성기에는 수만 명이 살던 거대한 도시였지만 8세기에 도시가 버려졌으며 10세기에 완전히 사람의 자취를 감춘 도시가 바로 티칼이라고 한다. 아직까지 발견된 사실이라고는 '아무것도 확실하지 않다'라는 것이라고 할 정도만 이 거대했던 도시 티칼이 숨겨진 이유를 말하고 있다.

그 말은 다시 말하면 완벽하게 숨겨져 있는 마야 유적지의 모습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티칼에는 주요 신전만 4개에 작은 신전까지 포함하면 수십 개의 신전과 건축구조물들이 있는데, 대부분이 아직 개발되지 않은 채로 혹은 개발되지 못한 채로 무성한 수풀 사이에 자신의 모습을 빼꼼 드러내고 있다. '신전 X번'이라고 되어 있는 곳을 갔는데 거대한 언덕만을 보고 온 경우도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런 곳들을 찬찬히 둘러보고 있노라면 '과연 이 사람들은 어떻게 이런 숲 속에 문명화된 도시를 개발했을까'이라는 생각과 더불어 '내가 인디아나 존스 같은 고고학 탐험가가 된 것일까?'하는 착각마저 든다. 여러 신전 중 올라가 볼 수 있던 신전에 올라가면 숲에 쌓인 티칼 전경을 볼 수 있다. 잠시나마 말도 안 되는 개똥철학자가 되는 기분을, 작은 점이 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신전의 정상에서 고대도시 티칼을 내려다 보다
인간이 만든 거대한 업적 위에, 나는 얼마나 작고 미약한가. 어설픈 고고학자가 되어 고대 문명에서 생각해보는 개똥 철학.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중앙 광장 (Gran Plaza)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그렇게 숨겨져 있는 듯한 모습을 갖고 있다. 중앙 광장은 다른 유적지에 비해서는 정갈하게 정돈된 모습을 갖고 있다. 테오티우아칸처럼 하나의 구조물이 엄청난 규모를 가지고 있거나 한 맛은 없지만 아기자기하게 작은 구조물들이 여러 개가 있어서 확실히 여기가 어떤 문명이 있었을 구나라는 걸 더 떠올릴 수는 있어서 다른 의미로 또 와 닿는 곳이었다.

유적지 관람을 마치고 나서야 사람들이 또 왜 아침에 이 곳에 오려는 지를 알 수 있었다. 이런 손 닿지 않은 풍경에서 일출을 맞이하면서 탐험해 나간다면 그 느낌이 정말 독특할 것 같았다. 나오는 내내 나와 우꾼은 '입장료가 아깝지 않은 최대의 볼거리가 아닐까' 하는 말을 달면서 나왔다. 나나 우꾼이나 큰 조사나 기대 없이 왔던 중미였는데 이런 풍경이 중미 여행에 대한 기대치를, 감동을 높이는 것 같았다. 중미에 가게 된다면 과테말라를, 그리고 티칼을 한 번 꼭 가보시길! 꼭꼭 숨어있는 마야인들의 숨결과 그 숨겨진 미를 느껴볼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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