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 17~18일, 여행 330~331일 차, 엘 살바도르
파나하첼에서의 마지막 날, 과테말라의 수도인 과테말라 시티로 이동해 하룻밤을 잔 후 새벽 버스로 엘살바도르로 향했다. 중미 여행 자체가 정보가 없다고 했는데, 그중에서도 엘 살바도르는 배경지식도 없고 조사한 것도 아예 없는 나라였다. 인터넷이 생각보다 불안정해서 예약도 생각보다 늦게 이루어졌고, 물가도 과테말라에 비해 비싸기도 했으며, 중미 여행에서 몇 나라는 '보지 않고 지나가는 나라'였는데 그중 하나가 엘살바도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본 것이 많지는 않았다.
엘살바도르의 수도 산살바도르에 오전 11시경에 도착했다. 어느 나라에 볼 것이 어찌 없을까. 볼 것은 많지만 시간과 비용은 제한적이고, 그런 우리에게 엘살바도르는 '통과 도시'로 여겨졌다. 다음 날 오후 12시 버스를 타야 했기에 엘살바도르에 체류하는 시간은 고작 23시간 정도였다. 바지런히 봐야 할 것 같지만 중미권 국가들이 주는 느낌은 멕시코의 그것이거나 과테말라의 그것이다. 더우면 멕시코, 선선하면 과테말라 랄까.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일 수 있고, 고작 23시간 본 것이기에 단정 지을 수 없지만 숙소로 가는 길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분명 그랬으니까. 버스터미널에서 숙소까지 동선을 체크했지만 무언가 보고 갈만한 '거리'가 광장뿐이었다. 결국 우리는 무언가를 보는 것은 포기하고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하루, 그 짧은 시간 우리의 무지는 우리에게 휴식을 선사했다.
그리고 하룻밤이 지나고 다음 나라인 온두라스로 이동하기 위해 다시 버스터미널로 돌아가야 했다. 지도를 안 보고 다니는 게 최근 습관이기 때문에, 왔던 길로 가는 것이 아니라 그냥 방향에 맞게 버스터미널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버스터미널로 가는 길, 어디서 본 듯한 건물이 나왔다. 겉에서 보면 그냥 체육관쯤 되어 보이는 건물이었지만, 분명 인터넷에서 '엘 살바도르에도 굉장히 예쁜 성당이 있다.'라는 후기를 본 적이 있었는데 숙소로 갈 때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곳이다. 바로 Iglesia El Rosario, 호사리오 교회였다.
평범한 체육관처럼 생긴 둥근 아치형 지붕은 내부에서 보면 스테인드 글라스로 가득 차 있다. 햇볕을 받은 스테인드 글라스는 바닥과 벽을 아름다운 색으로 물들인다. 이 것은 흡사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그것과 같지만, 내 개인적인 소회는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그것보다 더 아름다웠다. 꽃들 사이에 꽃이 있는 것보다, 시궁창 속에서 피는 꽃이 더 아름다운 느낌이랄까. 삭막한 내부와 대조적인 빛의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공간이었다. 만약 내가 이 곳을 알아보고 찾아왔다면 이런 감동이 덜 했는지도 모르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여행에 있어 준비나 조사는 굉장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지만, 가끔 모르고 찾는 것에 대한 감동이 더 클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해주는 순간이었다. 버스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으므로 그 여운을 오래 즐길 수는 없었지만 아직까지도 그 색들이 주는 느낌이 쉽사리 잊히지가 않는, 무지가 주는 감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