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늘어지는 하루, 깊어가는 생각

2016년 10월 4일, 13일 차, 루앙프라방

by 오상택

루앙프라방에서 볼 만한 것, 재미질만한 것들은 다 해본 듯하여 바로 방비엥으로 넘어갈까 하다가 오랜만에 격한 물놀이를 해서 하루 늘어져보기로 했다. 물론 사람 본성이 그러지 못해서 오전에 푹 쉬고 오후에는 내일 방비엥으로 떠날 채비와 함께 루앙프라방에서 돌아보지 못한 것들을 보기로 한다.



일정 : 루앙프라방 여행자 거리 (환전 및 버스 예약) → 푸시 산



흥정의 달인이 되다?

호스텔 도미토리 같이 쓰는 사람들이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좀 한 뒤, 방비엥으로 넘어가는 버스티켓을 구하기 위해 여행자거리로 향했다. 루앙프라방의 여행자거리는 여행사들과 식당들이 밀집해 있어 투어나 티켓 등의 가격을 몇 걸음에 한 번씩 확인할 수 있다. 루앙프라방에서 방비엥으로 가는 방법은 VIP버스, 슬리핑버스, 미니 밴이 있다. 나는 미니 밴으로 가길 원했는데 대부분의 여행사가 최소 100K(한화로 1만 4천원) 정도를 부르는 것. 조사한 것보다 비싸기도 했고, 호스텔에서 그냥 불러도 100K여서 난 무조건 깎아야겠다는 신념으로 여행사에 흥정을 해봤지만 많이 깎아준게 95K 정도. 나와서 고민을 하다보니 미니밴 기사들이 직접 나에게 어디 갈거냐고 물어오는 것이다. 한 기사가 90K까지를 제시했다. 80K. NO. 80K. NO. 이번 기사는 강하다. 내가 계속해서 80K를 부르자, 그가 "80K 콜, 대신에 저 슈퍼에서 펩시 사주면 그 가격에 갈게." 아니 이게 무슨 경우인가! 지금 라오스에서 예상 예산을 초과한 것때문에 맥주도 자유롭게 못먹는데! 그래서 나도 "형씨, 나도 콜라 없어서 못마셔. 나 돈 없어. 그러지말고 80K에 하자!" 한참을 흥정했지만 합일점을 찾지 못했다. 그가 결국 "85K, 이 이상은 안돼. 나도 펩시 마시고 싶고 너도 펩시 마시고 싶으니까 슈퍼에서 파는 펩시값 만큼만 하자." 결국 나는 85K에 방비엥행 신도로 이용 토요타밴을 탑승하기로 한다. 하지만 난 결국 90K에 이 버스를 타게 된다...



순천만이 생각나는 루앙프라방의 일몰

흥정을 마치니 해가 중천에 떠서 걷기가 힘들정도로 더웠다. 큰 물한통을 구입하고 숙소 방 문을 열었는데 '후다닥' 소리가 들렸다. 누가 내 침대에 있었던 것! 도둑인가 싶어 놀랐는데 동양인 여자였다. 중국인인 그는 자기가 아이폰 케이블을 잃어버렸는데 완전히 파워가 나가서 충전히 필요했고 내가 꽂아놓고 간게 있어서 그걸 썼다며 너무 미안해했다. 다행히 별일이 없었던 것이지만 뭔가 반성하게 됬다. 내가 너무 안일했나. 맨날 안경닦이 잃어버렸다 찾으면서. 어쨌든 그녀가 여러번 사과를 했기에 나도 화를 낼 수 없어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좀 쉬다가 푸시산에 올라가보는 것 어떻냐, 나는 어제 보고왔는데 너무 아름다웠다." 라길래 일몰 제대로 보지 못한게 아쉬워서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푸시산은 사실 산이라기 보단 언덕에 가깝다. 걸어서 10분이면 정상지점에 오를 수 있고, 일몰시간 한시간 전쯤부터 사람들이 붐비기 시작한다. 고프로로 타임랩스를 설치하고 일몰을 감상하며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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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적당해서 일품. 베트남과 달리 라오스에서는 날씨가 나를 많이 도와주는 듯 했다

여행 중간중간 사진을 올리면 보는 친구들이나 여행기를 본 사람들이 자꾸 내 풍경을 현지화시킨다. 사파를 강원도 어디냐고 말하고, 홍콩을 부산 어디 구석이라고 하는 것처럼. 푸시 산에서 본 일몰 풍경은 마치 전남의 순천만 같았다. 물론 순천만은 휘감기는 형태의 물과 반영(거기에 구름이 도와주면 금상첨화)이 포인트지만 여기서는 멀리까지 이어진 첩첩산중과 사진에는 잘 담기지 않지만 수많은 황금 사원들이 물드는 모습 그리고 서서히 변해가는 강의 색이 포인트겠지만. 어쨌든 얼마전에 군대 동기 LJ가 올렸던 순천만이 오버랩 되었다.



난 왜 더 용기있지 못했을까

순천만 아니, 푸시산 일몰을 볼 때 한국인 한 분과 같이 보게 되었다.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하고 동남아 일주를 하고 있는 그와 우리 숙소 근처 루앙프라방 외곽의 UTOPIA라는 펍에 갔다. 돈이 없어서 제일 작은 캔 라오비어를 마시면서 내 여행 이야기, 그 분의 여행이야기들을 들었다. 메콩강을 보며, 별을 보며(사실 아주 잘보이진 않았지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밤이 깊어 각자 숙소로 돌아갔고, 걸어가는 길에서 나는 또 생각했다. 매번 나보다 어린(그 분은 23세) 사람들, 특히 1, 2주일 나오는게 아니라 한두달 이상 여행 계획을 갖고 떠난 친구들을 볼 때마다 드는 그 생각.

난 왜 더 용기있지 못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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