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5일, 14일차, 방비엥
어제 실랑이 끝에 예약한 버스는 아침 6시였다. 잠이 오지 않아 밤을 새야겠다 싶어 몇번을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사진을 보정하다가 마지막에 잠들었다. 이후 눈을 떠보니 5시 47분! 조급한 마음에 엄청나게 서둘러 세수와 짐정리를 마치고 바로 뛰어나갔다. 6시를 3분 남기고는 그 무거운 가방을 메고 전속력으로 질주했다. 다행히 나는 1분 남기고 들어갔고 기사가 날 반겨 주었다. 그랬다. 아무도 오지 않은 것이다! 나는 그렇게 강제로 부지런함과 허탈함을 탑재한 채로, 방비엥 버스에 몸을 실었다.
일정 : 블루라군 → 사쿠라 바
외국에서 동료를 구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한국인 커뮤니티에서 구하거나, 이미 흥정죽인 관광객에 붙어서 함꼐 다니는 방법. 오자마자 나는 블루라군이라 불리는 호수 지역에 가기 위해 사람을 기다렸다. 마침 한국 사람 세 명 정도가 열심히 기사와 흥정하고 있었다. 흥정을 돕고 저들과 같이 갈 생각에 끼어서 흥정을 했고, 흥정을 위해 인원수를 물었는데 10명이란다. 아 대규모 투어에서 조용히 낑겨가겠구나 싶었다. 알고보니 이 사람 아니 이 친구들은 대안학교에서 단체로 여행을 온 같은 학년 학생들이었던 것! 어찌어찌해서 그 친구들과 블루라군을 가게되었다. 사실 최근 한국사람들은 붐비는 블루라군을 피해 속칭 '시크릿라군'이라는 곳을 간다고 하던데, 내가 간 곳도 좋았다!
혹자들은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고들 하는데 그것까지는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루앙프라방 탓새 폭포가 더 아름답기는 했다. 대신 여기는 즐길 거리들이 몇 개 있는데, 제일 대표적인 것은 역시 나무 위에서 뛰어내리는 다이빙! 나도 다섯 번 정도 시도했는데 몇 번을 시도해도 떨리기는 마찬가지...
같이 온 대안학교 친구들은 날아다녔다. 다이빙 선수인 줄 알았으니까. 의도치 않게 블루라군에 오게 되었는데 너무나도 재밌고 신나게 놀았던 시간이었다.
해가 서서히 모습을 감추자 블루라군에도 그늘이 드리웠고, 다들 수영을 잠시 멈추고 쉬는 분위기였다. 나도 물놀이를 멈추고 짐정리를 하고 있었는데, 뒤늦게 대안학교 선생님과 인사를 하게 되었다. 문경의 샨티학교에서 온 5학년(거기서는 고2 나이의 학생을 그렇게 부른다고) 학생들과 인솔교사 2명이 함께 여행을 다니는 '여행학기'중이었다고 했다. 이미 이 친구들은 인도, 네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 경험해 보고 이번이 벌써 5번째 여행인 셈. 자신들이 직접 여행을 계획하고 준비하며, 직접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다니고 여행을 마친 이후에는 자신들의 여행에서 있었던 일과 느낀 점을 다른 학생 및 학부모, 교사 앞에서 발표하는 학기가 여행학기라고. 선생님께서는 내가 갈 예정인 여행지에 대한 여러 충고와 함께 나중에 여행을 마치고 학교로 놀러오라고도 하셨다. 1년간 여러 나라를 돌아다녔던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하시면서. 게다가 덤으로 선생님께서 한가지 충고를 주셨는데, 대안학교 교사는 교직자격증이 필수는 아니라는 점. 혹시 해보고 싶다면 지원해 보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괜시래 마음이 두근거렸다. 내 여행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들려줄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 여러 의미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내가 여행을 다녀와서 정말 그러한 일을 하게 될지 말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선생님께서 생각지도 못한 도전과제를 주신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그런 내 기분을 알았는지 블루라군에서의 시간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하늘에 무지개도 예쁘게 더 있었다.
물놀이를 뻑적지근(?)하게 했더니 피곤이 몰려왔다. 루앙프라방과 다르게 방비엥은 야경을 볼만한 포인트도 없기에 밤에 무얼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같은 방 사람이 방비엥에 유명한 바에서 술을 공짜로(!) 준다는 이야기를 듣고 갔다. 이름하야 SAKURA BAR. 방비엥에 거주 중인 사람이라면 안가볼 수가 없는 곳이라고 한다...지만 나는 사실 좀 시끄러워서 오래 있기 힘들었다. 무료 프리 드링크만 홀짝홀짝 대면서 쭈뼛주뼛 서 있었는데(혼자라서 더 그런것 같다. ) 이 BAR의 재밌는 포인트 몇 가지를 발견했다.
첫 째는 보드카 두잔을 주면 자체 제작 티셔츠를 준다. 방비엥에서 기념품을 사지 않았다면 그 티셔츠가 곧 기념품인듯 하다. 둘 째는 바 곳곳에 적힌 문구였다. "Drink triple, See double, Act single!" 방비엥을 젊음의 도시로 만드는 캐치프라이즈가 아닌가 싶다. 셋 째는 바로 Balloon. 바 한쪽 구석에서는 에어컴프레셔 쏘는 소리가 계속 들리는데, 이게 Balloon에 무언가(!)를 넣는 것이라고. 아마도 마약 성분인듯 싶은데 한국사람들도 꽤 많이 경험해 보는 듯하다(쫄보답게 도전 실패. 사실은 그 돈이면 맥주 두잔이 나오기 때문에 하지 않았다). 한 번쯤 가서 분위기를 느껴볼 만하지만, 루앙프라방의 유토피아가 더 간절히 생각나는건 왜일까. 아무튼 시끌벅적한 분위기 끝에 하루 일정을 마치고 잠에 들 수 있었다.
+)
1. 루앙프라방도 방비엥도 모두 혼자 여행다니는 사람에게는 금전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부담이 큰 도시인듯 싶다. 친구들이랑 같이 놀러오기 정말 좋은 나라라고 생각했다.
2. 숙소에서 볶음밥을 무제한으로 주었다. 여행을 하면 정말 보잘 것 없는 것에 감사하게 되는 것 같다.
3. 중학교 친구가 라오스에서 '오키도키', '판타스틱 베이비', '뱅뱅뱅'을 정말 많이 들었다고 했는데, SAKURA BAR에서 무슨 뜻인지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