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년 6일, 15일 차, 방비엥
어제 SAKURA BAR에서 돌아올 때부터 비가 엄청나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아직은 10월. 동남아의 우기는 10월까지 지속되고 11월에 건기가 시작된다. 우산과 우비를 챙겨나가지 않았기에 나는 비가 더 많이 오기 전에 잠을 청했다. 숙소에서도 빗소리가 났다. 얇은 양철판에 빗물이 부딪히는 빗소리 덕일까. 잠을 더 잘 잤다.
일정 : 메콩 강 튜빙
어제 SAKURA BAR에서 루앙프라방에서 만났던 찬우 그리고 찬우의 일행이었던 나래와 지민, 네 명이서 튜빙을 하기로 했다. 다른 레저들은 가격이 꽤 나가서 시도하기에 겁이 났는데, 튜빙은 보증금 제외하고 55K만 내면 된다고 해서 과감하게 도전! 메콩강 튜빙은 곳곳에 바(Bar)가 있어 멈춰서 술도 마시고 다른 팀들과 어울리는 등의 여유를 부릴 수 있어 더욱 좋다. 아쉽게도 어제 비가 와서 바는 단 두 개만 개장했기에 우리는 출발지에서만 여유를 부렸다. SAKURA BAR에서 봤던 '비어퐁'도 실제로 해보고! 이후에 바로 튜브를 탔다.
루앙프라방과는 또 다른 느낌의 여유였다. 루앙프라방은 뭔가 편안한 느낌의 여유였다면, 이 여유는 그냥 멍 때리게 되는 느낌이랄까. 튜빙을 마치고는 방비엥에서 유명하다는 샌드위치와 팬케이크를 먹고 헤어졌다. 아무 이유 없이 만났던 것처럼 그렇게 다시 BYE BYE.
샌드위치와 팬케이크를 다 먹어갈 즈음부터 날씨가 심상치 않았다. 급속도로 빠르게 구름이 움직였고 하늘이 어두워졌다. 인사를 할 때 즈음부터 비는 오기 시작했고, 헤어지고 나서는 비가 쏟아지듯 왔다. 10월, 아직은 끝나지 않은 우기의 끝자락이었다. 급히 먹던 곳을 벗어나 무작정 숙소 방향으로 달려갔는데 비가 더 거세졌다. 나는 처마가 보이는 아무 곳이나 달려 들어갔다. 마침 빈 창고 같은 공간에 소파 하나가 덩그러니 있길래 잠시 앉아서 쉬고 있었다. '달그락'. 내가 있던 곳은 빈 창고가 아니었다. 앞쪽은 창고를 겸하고 있던 민가였던 것! 주인 할머니는 잠시 놀라더니, '싱가포르? 타이? 치나?' 이렇게 저렇게 물으시길래 '코리아'라고 대답하자 빙긋 웃으시더니 몸짓으로 앉아서 있으라고 말씀해 주셨다. 쏟아지는 빗 속에서 여자아이들은 어머니의 심부름으로 무언가를 집으로 들이고 있었고, 남자아이들은 뭐가 그리 신났는지 빗물 가득한 바닥에 슬라이드 하며 놀고 있었다.
멍하니 저 풍경을 보다 생각했다. 여행에서 중요한 요소가 몇 가지 있을 것이다. 철두철미한 계획, 꼼꼼한 준비물, 계획기간 동안 버틸 수 있는 체력…. 그런데 어쩌면 가장 중요한 건 다른 것일지도 모르겠다. 여행 중간중간 우연히 얻게 되는 정보, 함께하게 되는 사람들, 허락되는 날씨와 같은 것들. 흔히 '행운'이라고 표현하는 것들이 더 중요한 게 아닐까 하는. 홍콩, 베트남, 지금의 라오스까지 나는 정말 많은 '행운'이 함께한, 복 받은 사람이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설령 행운이 허락되지 않는 상황이 오더라도 저 아이들처럼 지금의 상황에서 느낄 수 있는 가장 최선으로 즐기거나 대비하면 된다는 것 역시 느꼈다. 비는 여전히 그치지 않았고, 주인 할머니는 안 되겠다 싶었는지 우산 하나를 꺼내 주셨다. 갖고 돌아오겠다고 손짓 발짓으로 표현했는데 그냥 가져가라셨다. 아, 나는 정말 축복받은 사람이구나! 오늘 하루는 방비엥이 '네 생각은 다 틀렸어'라고 말하는 것 같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