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7일, 16일 차, 비엔티안
방비엥에서 불타는 이틀을 보내고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으로 이동했다. 비엔티안에선 딱히 계획도 없었고 많은 평들이 이동을 위해 거치는 거점도시 같은 역할이라길래 나 역시도 별생각 없이 갔다. 호스텔에서 9시 미니밴을 40K에 예약했는데, 갑자기 웬 버스가 오는 게 아닌가. 아, 오늘도 당한 것 같다. '그래, 살면서 얼마나 많은 사기를 당할 텐데 이 정도 귀여운 사기는 눈감아 주자'라고 되뇌며 버스에 올랐다.
일정 : 비엔티안으로 이동 → 메콩 강 야시장
행운은 어제 까지였나 보다. 날 데리러 온 차가 도요타 미니밴이 아닌 것부터가 시작이었다. 안 갈 수는 없으니 가방을 트렁크에 싣고 자리를 잡아야 했다. 혼자 갈 수 있는 자리를 앉았다가 한쪽이 뚫려있는 좌석이 영 불편해 두 명 좌석 중 제일 말라보이는 남자 외국인이 있는 자리에 앉았다. 앉기 전에 봤어야 했다. 그의 다리 사이 커다란 기타가 있음을. 덕분에 난 의자에 제대로 앉아오지도 못했다. 4시간을, 무려 4시간을 옆으로 앉아왔다. 그 외국인은 뭐가 그리 신났는지 메탈 음악을 크게 들으며 행복했는데 나는 4시간이 불편했다. 우여곡절 끝에 비엔티안에 도착했다. 수도 비엔티안은 확실히 루앙프라방이나 방비엥보다는 큰 느낌을 받는다. 길도 넓고 봤던 한국 사람을 또보는(?) 그런 일은 생기지 않을 법하다. 숙소를 45K에 잡았다. 와이파이가 잘 터진다고 해서 잡았는데 방에서는 와이파이가 잘 안 되었다. 방에서 한참을 쉬고 밤거리를 나섰다. 라오스를 떠나기 전 라오스 국기 배지(Badge)를 찾고 싶었다. 메콩강 야시장을 2시간 정도 왔다 갔다를 반복했다. 없었다. 불운하면 그 상황마저 즐겨야겠다는 나의 깨달음은 작심삼일 아니 작심 24시간도 안돼서 산산이 깨졌다. 특히 라오스 국기 배지를 구하지 못했다는 좌절감에 터덜터덜 방으로 돌아왔다. 역시 사람의 개과천선은 그렇게 쉽게 되지 않는다.
비엔티안에서의 불운에 내상을 입어서일까. 침대에 누워있다가 '라오스 국기 배지는 방콕에서 구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더 이상 라오스에 상처 입고 싶지 않다!라는 생각이 들자 내일 바로 태국으로 이동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환전한 라오스 킵도 거의 다 써갔고(7일 동안 교통비를 포함해서 100 USD를 썼다. 누군가가 보면 정말 안 쓴 거지만 나한텐 많이 썼다고 생각한다.) 태국에서 여행 정리 및 네팔 입국 준비를 하며 여유 있게 보내고 싶었으니까. 구하지 못한 국기 배지가 계속 마음에 걸렸지만 침대 속에서 태국으로 바로 간다고 생각을 정리했다. 계획대로 안 하면 어떤가. 그냥 내가 좋은 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으면 된 거지. 생각을 정리하고 푸다닥 호스텔에 가격을 물어보니 1,000 THB(태국 화폐로 1 THB = 35원). 표값이 750 THB인데 프리미엄이 너무 비싸다고 생각돼서 직접 가기로 작심했다. 그래, 내가 고생하러 왔지 편하러 왔냐. 고생 사서 하는 건 한국에서나 여행에서나 마찬가진거 같다. 250 THB. 기껏해야 만원도 안 되는 한국돈을 아껴보겠다고 이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다. 자린고비, 짠돌이. 인간 본성, 쉽게 안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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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없다. 그만큼 내가 비엔티안에 단단히 삐진 모양이다. 비엔티안에 있는 동안 들었던 생각은 딱 두 가지. 1. 내 라오스 배지, 2. 빨리 태국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