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12일, 여행 21일 차, 카트만두
드디어 네팔에 간다. 방콕 한인 숙소에서 미리 예약해 놓은 미니밴을 타고 수완나품 공항으로 이동했다. 남아있는 몇 안 되는 방콕 화폐를 아침으로 처리해 버리고 비행기에 올랐다. 이동하는 거리에 비해서 편도 요금이 비쌌던 카트만두행 비행기에서 기내식도 주고 맥주도 주길래 넙죽넙죽 잘 받아먹었다. 그랬다. 이건 앞으로 당황하게 될 나의 여행에 대한 당근 같은 존재였다. 카트만두에 내리기 전까지의.
일정 : 카트만두 공항 → 타멜 거리 (숙소 구하기)
동남아를 여행해 본 결과 내가 움직이고 있는 시즌이 전 세계적으로 하이 시즌이 아닌 시즌이기에 숙소를 예약하는 것이 과연 효율적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었다. 실제로 현지인 숙소들은 여러 인터넷 숙소 예약 사이트에게 지불해야 하는 수수료를 아까워했으므로, 인터넷에서의 가격과 실제 예약 가격이 상이한 경우가 왕왕 있었다. 네팔 역시 아직 하이 시즌에 들어가기 전이었으므로 예약을 하지 않고 가보기로 했다. 이것은 나를 상당히 집중(!)하게 만든 역할을 했다.
카트만두 공항에 내려보면 혼란의 연속이다. 수많은 택시 호객꾼들, 공항 같지 않은 모양새의 형태, 원래 그랬지만 지진 때문에 더 정신없는 도로 상태. 한 한국분이 굉장히 당황스러워하길래 같이 타멜까지 가자고 말해 택시를 2인에 600 NRP(한화로 약 6,000원)에 잡고 타멜에 도착해서 숙소로 이동했다. 끊기지 않는 경적소리와 정신없는 오토바이와 자동차. 이미 베트남에서 지옥(!)을 경험한 나로서는 자연스러운 일이었지만 이런 경우가 처음이셨던 동행자 분께서는 숙소에 도착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너무 고맙다며 택시비도 그냥 내주시고 맥주도 사주셨다.
숙소까진 나도 당황하지 않았는데, 이후부터 당황의 연속이었다. 첫째, 내가 있는 현재의 네팔은 다샤인(Dashain)이라는 축제 기간이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추석과 비슷한 것인데 2주 정도를 쉰다고 한다. 덕분에 거리의 웬만한 상점은 거의 다 닫혀있었다. 카트만두에서 갈 만한 식당으로 찾아 놓은 곳 중에 연 곳이 없었던 것. 둘째, 물가가 생각보다 비쌌다. 덕분에 숙소에 짐을 풀고 한참이나 돌아다녔지만 먹을 만한 식당을 찾을 수 없었고 쇼핑도 맘대로 할 수가 없었다. 맥주 몇 잔과 안주거리 하나를 사서 루프로 올라갔다. 아, 그제야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정말 네팔에 와있구나!
카트만두, 결코 호락호락한 도시가 아니다. 길 하나 쉬운 곳이 없고 대표거리인 타멜은 거의 미로이다. 정신없는 경적과 사람들 사이에서 당황하기 쉽지만, 조금만 벗어나 여유를 찾으면 비로소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이곳이 네팔이고 히말라야를 품고 있는 나라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