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13일, 22일 차, 카트만두
방을 같이 썼던 한국분께서는 먼저 포카라로 이동했다. 기회가 닿으면 다시 만나자고 했는데, 연락처라도 받아둘 걸 그랬나보다 싶다. 오늘은 안나푸르나 보호구역을 오르기 위한 TIMS(입산 정보 관리 시스템)등록과 입산 허가증을 받고,꼭 찾아야 할 특별한 사람(?)을 찾아보기로 했다.
하루 쯤 지나면 적응이 될 거라 생각했는데, 정신 없기는 여전하다. 카트만두에는 수많은 차가 지나다녔고 이는 사람이 움직이게 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위치상 TIMS와 입산허가를 받는 NTB(Nepal Tourist board)가 특별한 사람 집의 근처여서 사람을 찾고 퍼밋을 받기로 한다.
내가 찾아야 할 특별한 사람은 '꿈파링(링크)' 형님에게 소개 받은 분. 툰디켈 공원 남쪽 육교에서 네팔식 만두인 모모를 팔고 있다는 정보 하나만 갖고 무작정 움직였다. 문제는 툰디켈 공원의 크기가 어마어마한 데다가, 툰디켈 공원 주변으로는 육교가 계속해서 있엇던 것. 그래서 남쪽에 다다라선 시점부터는 육교 밑을 샅샅히 살 필 수 밖에 없었고, 결국 나는 찾을 수 있었다.
2013년 형님이 만났던 그 자리와 그 모습으로 2016년의 내가 같은 자리와 모습으로 만나게 된 것이다! 맛있는 모모를 먹으며 그 간의 이야기를 나누었고 심지어 집으로 초대해 주셨다!
차크라파니씨의 집은 여행자 거리인 타멜에선 조금 떨어진 곳, NTB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위치한 곳이다. 그 곳에서 네팔 전통 가정식인 달밧을 먹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차크라파니씨에게는 3명의 아들과 1명의 딸이 있는데, 딸은 이미 결혼을 해서 출가하였고, 세 아들과 가게를 지키고 있다고. 그 중 장남과 차남은 한국어에 능숙한데, 둘 다 한국으로의 취업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많은 네팔 사람들은 국내가 아닌 해외 취업을 굉장히 선호하는데 그 중 하나가 한국이라고 한다. 차크라파티씨의 말에 따르면, 네팔사람들을 경제적인 상황으로 나누면 25%의 극 상류층, 25%의 공무원(교사, 경찰, 군인 등), 25%의 평범한 사람들, 그리고 25%의 극하위계층으로 구분 지을 수 있는데 공무원의 월급이 한화로 약 20만원 가량이며 평범한 사람들은 그것의 3/4정도의 수입을 얻는다고 했다. 그런데 한국에서 일하면 통상 적으로 200여 만원(단, 한국으로 취업온 네팔 사람들은 야근에 주말근무 까지 모든 근무를 채웠을 경우 저 금액을 손에 쥘 수 있다고 했다)을 얻을 수 있으니 네팔 사람들에게는 굉장한 기회인 셈. 한국의 문화적인 것이나 제도적인 것 등이 좋아서가 아니라 단순히 돈을 많이 주어 기회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에는 조금 씁쓸해 질 수 밖에 없었다. 네팔 안에서는 그럴 수 있는 기회가 없냐고 물었지만, 이 곳도 흙수저가 금수저 되기는 참 힘든 환경임에는 마찬가진 듯 하다. 세 아들 중 장남은 한국 취업을 위한 시험에 통과해서 곧 한국에 올 계획이며, 차남은 이번 시험에 떨어져서 다시 재도전을 해야하는 상황이라고 하니, 차크라파니씨 가족에게도 좋은 소식이 있기를 기도해본다.
차크라파니씨 집에서 이야기를 하다보니 시간이 금방 갔다. 차크라파니씨께서는 오늘 하루 묵고가라 하셨지만 일단 숙소비도 냈을 뿐더러 NTB에 빨리 가야 했기에 죄송하지만 다음을 기약했다. 부리나케 달려간 NTB에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줄을 서서 대기해서 TIMS를 받을 수 있었다. 발급 비용은 2,000NPR(한화 2만원) 정도로 비싼 편. 서류에 필요한 사진은 현장에서 찍어 제공하니 별도의 준비는 하지 않아도 된다. 안나푸르나 입산허가만 받으면 포카라로 이동해서 바로 트레킹 준비를 하면 되는데, 아. 닫혀있다. 축제기간에는 12시에 업무를 마친다는 것. 나는 1시에 도착했고 창구는 굳게 닫혀있었다. 여행 중에 자의적으로 계획을 바꾸거나 계획에 없던 휴식을 취하는 것은 굉장히 좋아하지만, 내 의도와 다르게 흘러가는 상황에 대해서는 기분이 좋기는 어렵다. 입산 허가를 받지못해 멍하니 앉아있다가 결론을 내렸다.
포카라로 가는 일정을 하루 미루고 카트만두를 하루 더 구경한다. 그리고 아까 말씀하신 차크라파니씨의 말대로 차크라파니 씨 집에서 하루 신세를 진다!
현지인 집에서도 자보고, 여행에도 큰 차질이 없으니 일석이조인 셈 아닌가. 바로 차크라파니 씨에게 달려가 이런 저런 설명을 하니 흔쾌히 허락해주셨다. 짠다고 짠 계획 속에서 이런 무질서한(?) 상황도 이제는 점차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어쩌면 나에게 흔한 상황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