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14일, 23일 차, 카트만두
졸지에 카트만두에 하루 더 있게 되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어제 내 계획대로 팀스와 입산 허가를 모두 받을 수 없어서 그 이후의 시간에 약간의 멘붕으로 카트만두를 들여다보는 것을 다하지 못했다. 오늘은 오전에는 NTB에서 발급받아야 할 것들을 받고 오후에는 카트만두에서 걸어서 볼 수 있는 것들을 둘러보기로 한다.
일정 : NTB → 더르바르 광장 → 스와 이 얌부 사원
입산 허가증과 TIMS 등록을 위해 NTB로 먼저 갔다. 역시나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어제 TIMS는 미리 발급받았기 때문에 안나푸르나 입산 허가만 받으면 되는 상황. 신속하게 서류를 작성하고 내야 할 금액 (2,000 NPR. 그러니까 TIMS와 퍼밋을 위해서는 총 4,000 NPR이 필요하다.)을 내고 발급을 마쳤다! 여유 있는 마음으로 NTB를 나서려는데 한국인 부부께서 어찌하실 바를 몰라서 당황해하셨다. 다사인 기간이라 사람도 몰린 데다가 사진을 가져오지 않으셔서 찍으셔야 하는데 안내가 없었던 것. 그래서 현재 상황―다사인 기간으로 운영시간이 12시까지라 많이 몰렸다. 당시 상황이 열한 시를 향하고 있었다.―과 방법을 안내해 드리고 서로의 무사 트래킹을 바라며 헤어졌다. 어쨌든, 이제 포카라로 가서 트래킹만 하면 안나푸르나를 밟을 수 있게 되었다!
발권을 마쳤으니 더르바르 광장과 스와 이 얌부 사원으로 이동해 본다. NTB 근처를 둘러보면 카트만두 여행자 거리인 타멜과는 다른 면을 볼 수 있었다.
지진이 휩쓸고 간 폐허와 사람들의 삶을 볼 수 있었다. 풍경들을 뒤로하고 더르바르 광장에 도착했다. 카트만두에서 내가 꼭 가보고 싶었던 곳 중에 하나였다. 내가 네팔을 처음 접했던 것은 산보다는 더르바르 광장의 풍경이었기 때문이다. 붉은빛이 도는 기와와 벽돌, 하늘거리는 깃발. 그 풍경을 다큐멘터리로 처음 보고 네팔에 대한 인상이 남았기 때문이다. 입장료 1,000 NPR(한화로 약 10,000원)을 내고 들어갔는데, 내가 다큐멘터리에서 보았던 더르바르와는 사뭇 달랐다.
정취는 남아있지만 건물들이 무너져 있고, 아직 보수를 시작하지 못하는지 천막으로 덮어놓은 것이 못내 아쉬웠다. 보통 사람들의 삶도 아직 복구되지 않았는데, 문화재 복구가 되어있을 리 만무했다. 그리 오래 둘러보지 못하고 스와 이 얌부 사원으로 이동했다. 스와 이 얌부 사원까지는 더르바르부터 약 한 시간 정도 걸어야 했다. 택시를 탈 수도 있었지만, 트래킹 연습이라 생각하고 걷기로 했다.
걸으면서 참 많은 풍경을 보았는데 가장 안타까웠던 것. 물 부족이 심한 네팔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풍경인데, 상수도가 새어 나오는 곳에서 사람들이 물을 받고 있었던 것. 걸어 다니다 보면 지진의 피해들이나 네팔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스와이 얌부 사원은 원숭이 사원으로도 많이 알려져 있다. 사원 정상까지 오르는 길에 원숭이들이 종종 있기 때문이다. 오르는 길이 만만치 않지만 주변 풍경이나 원숭이들 보면서 쉬엄쉬엄 올라본다.
정상에 올라서면 네팔스러운(?) 사원 건물과 함께 색색의 깃발이 펄럭이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며, 카트만두 시내 전역을 볼 수 있다. 애석하게도 내가 오른 날에는 날씨가 영 꽝이었지만.
네팔 느낌 물씬 나는 사원도, 네팔 거리의 이곳저곳에서 보는 모습도 카트만두를 통해 모두 볼 수 있었다. 한참을 멍하니 구름 움직이는 거며, 사람들이며 보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원래도 힘든 나라, 지진으로 더 힘들어진 나라에서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누군가는 네팔 사람들이 소득 대비 행복감이 큰 나라라고 말한다. 그런데 내가 본 카트만두의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은 조금 다른 생각이 들게 했다. 살아 있어서 사는 듯한(물론 누군가는 행복해하며 살 수도 있겠지만). 차크라파니씨 집에 몸을 누여서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냥. 웬일로 한국이 고마워지는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