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15일, 여행 24일 차, 카트만두에서 포카라
카트만두에서 포카라로 가는 차는 새벽에 있다. 여행자들을 위한, 그러니까 좀 사정이 괜찮은 버스는 새벽에만 있고, 지역 버스는 한 시간 간격으로 있다고 했다. 차크라파티 씨는 날 위해 버스정류장까지 가주었고, 버스도 보통 분들보다 저렴한 가격에 탈 수 있었다. 카트만두에서는 정말 큰 신세를 진 차크라파티 씨에게 감사를... 아무튼, 네팔의 본격적인 시작을 위해 포카라로 이동하는 차가 출발했다.
일정 : 카트만두 → 포카라
(주의) 이동시간이 긴 경우에는 보통 사진을 잘 찍지 않는다. 고로 오늘은 글 위주로.
카트만두에서 포카라까지는 짧게 6시간, 길게는 7시간 정도 걸린다고 들었다. 이미 26시간의 국경 버스를 경험해 본 나로서는 '이 정도 시간은 일도 아니지'라는 생각을 했다. 한 3시간쯤 지났을 때, 나의 오판에 대해 심각하게 반성했다. 베트남에서 라오스로 넘어가는 것도 길이 굉장히 좋지 않다. 특히 악명 높은 13번 국도는 바로 옆에 낭떠러지가 있어 운전이 쉽지가 않다. 그럼에도 누워서, 푹신한 시트로 왔기에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이 버스는 상황은 비슷한데 여건이 다르다. 우리로 치면 25인승 버스와 같은 시트에 앉아 온 것인데 너무 힘들었다. 26시간에 걸쳐 받았던 고통을 몰아 받는 기분이었다. 심지어 며칠 전 비로 인해 토사가 도로로 떠밀려와 도로 절반이 유실되어 일부 구간에서 지체되어 실제로 내가 버스에 탑승한 시간은 총 8시간이 되어 버렸다. 게다가 휴게소 음식은 상상초월로 비싸서 일반 식당의 4배 정도였기에 사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배가 꼬르륵 거리는 것을 간신히 참고 참아서 겨우 포카라에 도착했다. 26시간 보다 힘든 8시간이었다.
숙소를 적당히 잡고서 짐을 풀어놓고 바로 밖으로 나왔다. 일단, 물가 확인과 너무너무 먹고 싶던 사이다(여행 때 사이다가 그렇게 좋더라는)를 마시고 싶어 마트에 들어갔는데, 카트만두 NTB에서 뵀던 부부를 또 뵈었다! 그분들은 요리를 해 드시기 위해 쌀을 사러 오셨다고! 한 번 만나면 우연이고 두 번 만나면 인연이니 아마 산행 중에 또 볼 것 같다며 인사하고 헤어졌다. 라오스에서는 동네가 작아 본 사람을 또 본 경우가 많았는데 네팔에서는 처음이었다. 흐뭇한 마음을 안고 한식당으로 향했다.
여행한 지 얼마나 되어서 한식이냐고 생각하시겠지만, 한국음식보다는 외국에 계시는 한국사람에게 얻는 정보를 위해 가는 것이다. 여행에 대한 전반적인 계획은 수립하고 오지만 현지 물가나 음식점에 대한 정보는 항상 바뀌기 때문에 현지에서 수집하는 것이 보통이며, 포카라의 유명한 한 한식당에서 많은 정보를 얻었다는 후기 때문에 향했다. 김치찌개를 먹고 싶었지만 김치가 없어 된장찌개를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사장님(여기는 한국인이 사장님이셨다.)께 마트 위치나 현지 물가 그리고 트래킹의 출발지인 나야풀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여쭈어 보았다. 보통 사람이 어떤 것이 알고 싶어 질문을 하면 친절하게 응대하는 사람이라면 하나의 질문에 단순하게 대답하는 것보다는 혹시 더 필요하신 것은 없는지 등에 대해 추가적인 질문을 이어가기 마련인데, 사장님께서는 내가 물어보는 질문에 일문 일답으로 응대해 주셨다. 내가 원하는 것에 대한 대부분의 정보에 대해 답변을 받긴 받았는데 뭔가 후련하지 않았다. 찝찝한 마음에 계산을 마치고 가게를 나섰는데 다른 한국분 한분이 나를 불러 세웠다. 길가에 불러 세우고는 내가 질문했던 바에 대해 자신이 알고 있던 모든 바를 알려주시고, 현지인에게서 얻었던 추가적인 정보도 알려주셨다.
그분은 네팔에 여러 번 방문한 내력이 있으신 홀로 여행자셨는데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내가 질문하는 것과 그에 답변하는 사장님의 모습을 보고 너무 화가 나고 안쓰러워(역시 난 늘 안쓰럽다) 보여서 나오셨다고. 가게를 나와 다른 가게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계속해서 반복돼서 나오는 이야기는 '외국에서 장사하는 한국사람'이었다. 외국에서 장사를 하는 한국사람은 현지인 수준의 정보를 보통 확보하고 있는데, 자신에게 돈이 될 수 있는 고객에게만 친절하다는 것이다. 아까 그 식당에서도 내가 버스 타는 것을 물어보았지만 단순히 없다고 대답했다.(물론 내가 알아본 선에서도 실제로 없기는 했다.) 하지만 택시비는 알려주었는데 그 택시비가 시세보다 비쌌다고 했다. 홀로 여행자께서는 이 한식당에서 중계비를 떼어가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신 것이었다. 한참을 여러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여행에 기원하며 헤어졌는데, 돌아오면서 생각이 많아졌다. 세상 혼자 사는 거라고 해도 같은 나라 사람 만나면 반가워지고 하나 더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들던 나였는데, 실제로 또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는 것을 경험하니 새삼 정나미가 뚝 떨어진달까. 그러다가도 또 가여운 내 모습을 보고 한달음에 달려와서 알려주셨던 그분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저분처럼 다른 한국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암튼, 다음부턴 한식당보다는 그냥 현지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것이 더 도움이 되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