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16일, 25일 차, 포카라
어제 충분히 쉬었으니 오늘 포카라를 둘러보고 내일 트래킹 움직일 준비를 하기로 한다. 물론 이때까지 나에게 어떤 위기가 찾아올지 전혀 알지 못한 채 행복한 아침을 맞이했다.
일정 : 페와 호
여행을 다니다 보면 중국인을 많이 만난다. 자주 언급이 없어서 그렇지 매 도시마다 중국인들을 만나는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 샌드위치를 먹고 산책을 하려 나섰는데 더르바르에서 만났던 중국인을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그가 사진을 몇 장 찍어달라고 해서 찍어주고 메일로 보내주어서 알게 된 그였다. 자기는 페와 호수에서 보트를 탈 것인데 같이 탈 생각이 있냐고 물었다. 나도 호수에서 배는 타보고 싶지만 사실 혼자 타기에도 비싸고 둘이 타도 하루 방값이 나간다는 생각―동남아에서 아낀 게 부질없어 쓰기로 했으면서도―때문에 부담된다고 말했더니 자기가 내겠다고. 액티비티 비용을 내겠다는데 누가 마다하겠는가. 같이 페와호 인근에서 보트를 빌려 탔다.
같이 탄 중국인 친구는 국경절 휴가에 더 붙여서 3주 정도 네팔에 쉬러 왔다고 한다. 이 친구가 네팔에 온 이유가 좀 기가 막힌데, 페와호에서 수영하고 싶어서 왔다고. 그런데 페와호 주변에는 사람들이 던진 쓰레기들 때문에 조금 지저분해서 수영을 시작하는 것이 어려워 호수 한가운데에서 수영을 하고 싶었다고 한다. 아, 그래서 노 젓는 사람이 필요했던 걸까. 그 친구는 노를 젓는 둥, 마는 둥 했기에 배의 모든 추진은 내가 다했다.
그리고 기울어져 빠질 것 같은 배에서 뛰어 유유자적 수영을 즐겼다. 한참을 수영을 마친 후 호수의 반대편 끝까지 이동했다. 거기서도 아마 몇 번을 다이빙해서 수영을 즐겼던 것 같다. 대륙의 호방함이란 정말 위대하다.
도착한 반대편에서 내가 노 저어주고 한 것이 고마웠는지 중국인 친구는 감자튀김과 물을 사주었다. 시간도 얼추 점심시간이었고 둘 다 맛있게 먹었다. 햇빛을 제대로 쬐며 또 노를 미친 듯이 저었다. 중국인 친구에게 노 젓는 법을 알려줄까 하다가 벌써 출발지가 보여 부질없음을 느꼈다. 배에 내려서 서로 숙소에서 쉬고 저녁 식사를 같이 하기로 약속하고 헤어져 숙소로 걷고 있는데, 몸이 이상했다. 으슬으슬한 기운이 왔다. 보통 여행 중에 내가 으슬으슬한 기운을 느낀다면 감기 쪽 보다는 사실 소화불량일 확률이 더 높다. 하지만 무엇인지 명확히 모르는 상황에서 한국에서 준비한 약을 소진하기가 싫어 일단 감기에 무게를 두고 이불을 덮고 쉬어보기로 했다. 2~3시간쯤 쉬었는데 전혀 차도가 없었다. 결국 감기약과 소화제를 모두 먹고 다시 누웠다. 약을 먹었지만 오한이 엄청나게 몰려와서 한참을 별의별 생각을 다했다. '라오스에서 말라리아 약 먹었어야 했는데 안 먹어서 말라리아에 걸렸나? 말라리아는 이런 증상이 먼저가 아니라고 했는데, 그럼 지카 바이러스인가? 네팔에서 지카 걸렸단 소리는 못 들었는데, 그럼 뎅기열인가? 나도 신정환처럼 되는 건가?' 이불을 덮고 있어도 몰려오는 오한과 근육 경련 때문에 한참을 힘들어하다 밤 9시쯤에 발열과 오한이 줄어들어 왠지 트래킹을 가는데 지장이 없을 것 같아 숙소에서 카풀로 출발지점까지 간다길래 잽싸게 신청하고 체력을 다시 비축하기 위해 쉬러 들어갔다. 조금 나아지나 싶었는데 이번에는 화장실이 문제. 복통에 이어서 설사가 계속되었다. 비로소야 내가 먹은 음식 중에 무엇인가 잘못된 식중독 내지는 물갈이 일 것으로 생각이 되었다. 아프고 나서 한참, 그러니까 트래킹을 마치고도 하루가 더 지난 시점에야 추측컨데 감자튀김이 문제였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덜 익은 듯 파란 감자가 기억에 남아서. 이것은 여행 시작 25일만의 첫 위기였다.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지만 무엇보다 생각든 건,
나, 트래킹 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