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Closed curve

2016년 10월 20일, 29일 차, 타다파니에서 나야풀 그리고 포카라로

by 오상택

어젠 분명 무리였다. 비도 온데다가 토르가 엄청나게 달려준 덕분에 나도 오버페이스가 되어서 과열된 것이다. 감기기운도 오고 방도 추운 덕분에 새벽 3시에 일어났다. 물론, 바로 일어났다가는 또 엄청 일찍 TAEK이 일어났다고 놀릴 소피와 토르 때문에 한참을 움직이지 않다가 4시에 숙소 밖을 나갔다.



일정 : [안나푸르나 보호구역 트레킹] 타다파니 ~ 비레탄티 ~ 나야풀 ~ 포카라



타다파니 ~ 간드룩 : 콧노래를 흥얼거리다

숙소 앞에서 그간 못봤던 마차푸차레를 포함한 안나푸르나 산군을 볼 수 있었다! 이 어마어마한 광경을, 애들을 깨우자니 눈치 보일 것 같아 그냥 혼자 한참을 바라봤다. 고프로로, 카메라로, 폰카로 눌러대며 감탄을 하며 보았다. 푼힐에 같이 올랐던 호주 부부도 '너 운 정말 좋은 애'라며 한참을 떠들썩하게 보았다.

인생샷을 안나푸르나와 함께!

간단한 아침을 먹고 짐을 단단히 챙기고 작별인사를 했다. 토르와 소피를 비롯한 네 명은 이곳 타다파니에서 윗쪽인 촘롱방향으로, 나는 아랫방향인 간드룩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마지막 헤어지는 순간까지 A.B.C를 같이 가자며, 그 길(간드룩으로 가는길)은 Wrong way라며 우리랑 같이 가자고 말해준 토르와 소피. 정말 잊지 못할 친구들이었다. 혹여 가게될 그들의 나라에서의 만남을 기약하고 사진 하나 남기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왼쪽부터)Flo, Thor, Joseph, Sofhie 그리고 나


타다파니에서 간드룩 까지는 두시간 반이 걸린다고 했다. 9시에 출발했으니 12시가 안되서 간드룩에 갈 수 있을것 같았다. 하산로는 굉장히 무난했다. 헤어져서 혼자가 된 것이 조금 아쉽지만 가벼운 발걸음으로 향했다. 마지막 하산이 어떻게 마무리 될지 모른 채.



간드룩 ~ 나야풀 : 발걸음으로 폐곡선을 그리다

간드룩의 입구에 도착했다. 이대로면 간드룩부터 김체(트레킹 최종 지점)까지는 한 시간이 걸릴 것이고 김체에서 차를 타고 이동하면 포카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에 나의 트레킹은 약 2시간 이내로 끝난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런데 길을 물어보는 네팔리들 마다 돌아오는 대답은 김체까지는 그 시간안에 갈 수 없다는 것이다. 왜일까, 무엇이 문제일까. 나는 그 대답을 20분 정도 뒤에 알 수 있었다. 간드룩은 어마어마하게 큰 마을이었던 것이다. 심지어 엄청난 계단과 함께.

게다가 나는 중대한 실수를 하나 저질러 버린다. 간드룩 중반(이 마을이 얼마나 크면 마을의 중간이라고 표현할까 내가)에 버스 정류장이 있었다. 여기서 400NPR에 포카라까지 간다고 했는데 이걸 탔다면 난 편안하게 집으로 올 수 있었다. 하지만 비싸다고 생각한 나는 걸어서 조금만 가면 김체이고 거기서 타면 더 쌀텐데 괜한 돈낭비 하지말자라고 거절했다. 덕분에 나는 그로부터도 3시간 여를 더 걸어야 했다. 결국 나는 나야풀까지 내 발로, 내 스스로 걸어야 했고 덕분에 나야풀에서 시작해서 나야풀로 끝나는 안나푸르나의 폐곡선을 스스로 그리는데 성공했다. 4일만이었다.


포카라로 돌아오다

나야풀에서 100NPR 버스비를 내면 포카라로 올 수 있는데, 버스에 자리가 없단다. 덕분에 택시를 타라는데 택시는 무려 1,500NPR! 동행도 없고 난 도저히 탈 엄두가 안나서 기다리겠다고 했는데 왠 승용차가 선다. 포카라 호텔 앞 까지 300NPR에 가겠다는 말에 혹해서 바로 탔다.

차라리 아까 그 버스를 탔으면 더 빨리 갔을텐데 라고 스스로를 자책하다가도, 엄청 편하고 빠른 승용차의 위엄에 그냥 넘어가기로 한다. 그렇게 나의 트레킹은 완전히 끝났고, 그날 스스로에게 선물을 해주고 싶어서 스테이크를 먹었다. 치즈럼 스테이크. 소스까지 남김없이 먹었다. 드디어! 내 세계일주에서 꼭 완수하고 싶은 것 중 하나에 취소선이 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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