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네팔의 종착지, 룸비니

2016년 10월 23일~25일, 여행 32~34일 차, 룸비니

by 오상택

네팔에서의 마지막 도시인 룸비니로 이동한다. 룸비니는 부처님이 태어나신 고향으로 유명하다. 한국에서 교회를 다니고 있는 나로서는 아이러니한 곳이지만, 여러 의미로 기대되는 곳이다. 시끄러운 카트만두나 포카라와 다르게 고요함을 지니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룸비니로 떠난다.



일정 : 포카라 - 룸비니 - 한국절(대성석가사)



10월 23일 : 원래 내 여행은 힘든 것이 맞다

포카라에서 휴식이 너무 달콤했나보다. 룸비니로 가는 처음부터가 쉽지가 않다. 호스텔에서 버스 예약을 800NPR에 하고 있었는데 비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버스정류장으로 바로 이동하여 표를 구매하는 것이 더 저렴할 것이라는 판단으로 아침 일찍 버스 정류장으로 길을 나섰다. 그런데 자리가 없단다. 예약이 다 차서 남은 거라고는 기사 바로 옆자리, 그러니까 짐을 놓거나 로컬 승객이 타는 좁은 자리만 남아있다고 했다. 아쉬운대로 700NPR에 그 자리로 버스를 타고 왔다.

7시간 정도 걸린 이 버스에서 나는 두 명의 네팔리에게 내 어깨를 허락했으며, 허리를 제대로 펼 수 없어 내릴 때에는 허리가 한축으로 기우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게다가 같이 있던 현지인들의 멀미로 인한 구토때문에 나는 다른 종류의 구토를 할 것같은 기분까지 들었다. 버스를 타고 오는 내내 든 생각은 "내가 그동안 여행을 너무 편안하게 했구나"라는 생각 뿐이었다. 정말 편안한 여행은 여기까지인지도 모른다.


10월 24일 : 세계의 절을 한 곳에서 보다

룸비니는 싯다르타(부처)의 고향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래서 세계사찰구역이라 불리는 곳에 여러 나라에서 세운 절들과 싯다르타가 태어난 곳을 사원으로 만든 데비사원 등이 모여 있다. 나는 그곳에서 한국에서 세운 절인 대성석가사에 머물었다. 500NPR(한화 약 5,000원)이면 삼시세끼와 숙박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 어제 밤엔 씻고 바로 잤고, 아침에 일어나서 새벽예불과 아침식사를 마치고 한참을 쉬다가 오후에 근처의 다른 국가에서 세운 절을 둘러보았다. 재밌는 것은 절들마다 나라의 건축양식이나 특색이 반영된다는 점이 신기하다. 일본 절은 원래 안에 있었으나 지금은 없고, 사찰구역 외부의 세계 평화의 석주라고 하는 것이 일본에서 새로 세운 것이라고. 다양한 절들의 모양을 보는 재미가 있다.



10월 25일 : 네팔의 마지막 날

어제 보지 못한 몇 개의 절들을 추가로 아침에 훑어보았다. 점심시간을 한시간 반이나 남겨두고 방으로 돌아왔다. 이틀을 같이 머물던 중국 친구들이 방을 모두 비워 방을 혼자쓰게 되었다. 괜시레 외로운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죽 혼자지내는 것은 어렵지 않은데, 사람들과 같이 지내다가 혼자지내는 것이 가끔 힘들 때가 있다. 오늘이 그렇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한국 분들이

새로 체크 인 하셨던 것. 영화미술을 하신다는 세진씨와 가람씨는 작품을 끝내고 휴가차 오셨다고. 서로 있었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나의 남은 여행을, 그리고 돌아갈 그 분들을 (?) 서로 위로 했다. 고추장과 물티슈 등 한국에 가져갈 필요 없는 기부물품들도 받았다. 한국에 갔을 때는 이미 그 분들의 작품이 개봉 했겠지만, 다른 경로로 보고 엔딩크레딧 까지 내려보아 뿌듯함을 느껴야 겠다고 생각했다.


이제, 모든 휴식을 마칠 때가 되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28. 포카라에서의 휴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