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26일, 35일 차, 룸비니에서 바라나시
보통은 새벽예불 시간에 맞춰서 잠에 깼는데, 어제는 새벽 3시가 되도록 잠을 잘 수 없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인도라는 국가가 주는 중압감은 작지 않았다. 조사를 할수록 미궁에 빠졌던, 조사가 의미 없다는 그곳. 이제 네팔을 떠나 그곳에 발을 디딘다.
일정 : 룸비니 - 소나울리 - 고락푸르 - 바라나시
룸비니를 올 때부터 친해진 Joanna와 함께 바라나시까지 가게 되었다. 네팔의 룸비니부터 인도의 바라나시까지는 거리가 짧지 않다. 국경부터가 버스 두 번을 타고 넘는다. 룸비니 세계 사원구역의 메인 게이트로 나가 내려가면 여러 버스들이 있다. 그중 바이하와라(Bhaihawara)행 로컬버스를 타고 이동한다. 우리도 잘 몰라서 오는 버스를 보고 '바이하와라?'라고 물으니 '바이하와라!'라고 답해줘서 탔다. 여행하기 참 편하다. 바이하와라에 내려서는 소나울리 행 로컬버스를 탄다. 바이하와라 행 로컬버스가 50 NPR, 소나울리 행 로컬버스가 10 NPR이니 시골 물가, 참 저렴하다. 소나울리부터는 차가 막혀있다. 인도로 넘어가려는, 네팔로 넘어오려는 차들이 서로 뒤섞인다. 나와 joanna는 출입국사무소부터 찾아 네팔 출국 신고를 마치고 소액을 환전한 뒤 인도 국경을 넘었다.
인도는 국경 근처에 출입국 사무소가 있는 게 아니다. 국경으로부터 약 600m를 더 가야 있고, 일부 네티즌들이 왼쪽에 있다고 했는데 국경을 나온 방향으로 오른쪽에 있으니 참고하자. 이때까지도 네팔 유심이 사용 가능했고 분위기도 네팔과 크게 다르진 않다. 다만 국경 하나로 달라지는 향취와 거리 상황을 보면 내가 비로소 인도에 왔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국경도시인 소나울리부터 바라나시로 가는 방법은 크게 버스와 기차로 나뉜다. 버스는 늘 그렇듯 도로 상황에 따라 피로도가 굉장하기에 나와 Joanna는 고락푸르라는 도시로 이동해 기차를 타는 방법을 선택한다. 고락푸르까지는 두 시간 여 버스를 타고 갈 수 있다. 버스에서 일본인 Rokuro군을 만났다. 고베에서 심리학을 전공하는 그는 델리로 간다고 했다. 한, 중, 일 여행자가 모두 모이는 광경은 처음이다. 창가로 스며드는 햇빛을 느끼며 '내가 더운 나라에 왔구나'를 실감할 무렵 고락푸르에 도착했다. 고락푸 르는 바라나시로 가기 위한 전진기지이지 역자 체도 세계에서 가장 긴 플랫폼을 가진 역으로 알려져 있다. 현지인 창구에 가도 사실 티켓을 살 수 있는데 처음인 나와 Joanna 그리고 Rokuro군은 외국인 창구로 향했다. 한참을 역무원과 실랑이하면서야 인도의 기차 시스템을 익혔다. 우리나라나 일본과 다르게 인도에는 대기자 시스템과 긴급 좌석(타칼) 시스템이 있다. 좌석수가 100개라고 하면 40개의 특수 좌석(외국인, 여성, 긴급좌석 등)과 60개의 일반 좌석으로 나눈다. 그리고 일반 좌석수의 일정 비율을 대기자로 만든다. 만약 60개의 좌석이 모두 예약되면 그 뒤로 예약하는 사람들은 대기자가 된다. 만약 이 대기 좌석이 싫으면(확약이 아니므로, 목적지엔 갈 수 있으니 좌석이 없다.) 긴급 좌석인 타칼을 이용할 수 있는데 두 배 가량의 추가 금액을 내야 구입이 가능하다. 물론 저런 경우에도 가장 낮은 등급의 좌석들은 늘 자리가 있고 가장 저렴하다. 한참을 역무원과 이야기를 하면서 인도 기차 시스템에 대해 이해를 했고, 그러고도 여권 사본을 달라, 뭘 써라, 이걸 어떻게 해라, 하는 실랑이가 끝나고서야 거금 385INR(약 6,500원)을 들여 타칼 슬리퍼 티켓을 사게 됬다. 로컬을 타고 싶었지만 Joanna가 너무 긴 시간은 로컬이 힘들 것 같다고 해서 내린 결정.
우리랑 같은 시간에 타는 칠레 출신의 Javier를 기차 대기장에서 만나 함께 6시간을 대기했다. 칠레 얘기, 중국 얘기, 한국 얘기 번갈아가며 해도 시간이 안갔다. 결국 교대로(짐을 지켜야 하니까) 자기로 하며 시간을 보냈다. 교대로 나가서 밥도 먹고... 무료 와이파이는 인도 전화번호를 가진 자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어쩌다 누군가 키는 핫스팟으로 근근하며 인터넷도 쓰고... 그렇게 6시간이 지나서야 바라나시로 가는 기차가 들어왔다!
새벽 4시에서 5시 사이면 바라나시에 도착한다. 도착한다고 알려주지도 않는 공포의 인도기차에서 우리들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강력한 선풍기 아래 쪼그려 좁은 슬리퍼 칸에 잠을 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