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어리바리 바라나시

2016년 10월 27일, 여행36 일 차, 바라나시

by 오상택

열차가 연착돼서 실제로는 7시간이 걸렸다. 7시간을 달려오는 동안 열차의 진동, 추위(인도는 일교차가 굉장히 큰 나라다.) 등 과 싸우느라 제때 내리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열차가 바라나시 정션에 도착했지만, 처음에 아무도 깨지 않았다. Joanna가 우연히 깨서 현재 역을 확인하고 모두를 깨워 부랴부랴 나오게 되었다. 초장부터 뭔가 제대로 끼워지지 않은 단추의 느낌이었다. 어쨌든, 드디어 인도의 진짜 첫 목적지인 바라나시에 발을 디뎠다.



일정 : 바라나시 - 바부아 판데 가트(숙소) - 다샤스와메드 가트



가는 날이 장날의 연속

인도에서 지낼 숙소 중 최고일 것으로 생각 중. 심지어 AC!

바라나시 정션에 내리자마자 숙소가 몰려 있는 고돌리아 지역으로 이동하기로 한다. 오토릭샤를 인당 50 INR(1,000원) 정도에 잡아 탔다. 숙소를 예약한 것이 아니기에 나와 Javier가 흩어져 숙소를 찾기로 한다. (Joanna는 갖고 온 가방이 다 박살이 나서 가방 끌고 다니는 것도 힘들었어서 대기하라고 했다.) 그런데 숙소를 찾다 보니 알게 된 것인데 지금이 디왈리 축제 기간이라고. 네팔에서도 다샤인 때문에 고생했는데 또 축제! 난 개인적으로 외국 여행 다닐 때 축제가 끼는 것을 싫어한다. 일단 돈이 많이 들어 힘들고 숙소와 교통편이 없기에 더욱 그렇다. 물론 정취가 다르겠지만. 덕분에 한인 숙소에는 방이 하나도 없고(원래 유명하지만), 알아두었던 일본인 숙소는 더블룸 밖에 없어 셋이 들어갈 수가 없었다. 다행히 Javier가 찾은 숙소는 새로 리모델링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깨끗한 숙소! 가격이 비싸서(유럽식 8인 도미토리 400 INR, 우리 돈으로 8,000원 정도) 망설였지만 다들 숙소가 맘에 들어해서 결정하기로 한다. 인도에서 만큼은 돈을 아껴 쓸 줄 알았는데 전혀 그러질 못해서 속으로는 내심 아쉬웠지만, 같이 다니는 친구들의 의견이 그러하니 따를 수밖에. 나중에 안 사실은 Javier가 환율 계산을 네팔 루피로 해서 싼 가격인 줄 알았다는 것. 운이 없으려면 이렇게 없을 수도 있는 것 같다. 운이 없다고 느낀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시간대. 우리가 숙소를 열심히 알아보러 다닐 때가 6~7시였는데, 이때가 갠지스강이 황금으로 물드는 가장 좋은 시간대. 한 일본인 숙소를 들어갔을 때 창 밖으로 보는 풍경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순간 얼어붙었다가도 숙소 알아봐야 된다는 생각에 카메라도 못 꺼내고 자리를 옮겨야 했었다. 그야말로 가는 날이 장날이라 도와주는 게 하나도 없던 날이라고 생각했다.


가격에 속지 말라

음식사진을 잘 안올리는게 나의 철칙인지라 다른 사진으로 대체한다. 갠지스 강가 가트(Ghat)의 모습

여러 나라를 돌면서 가장 힘든 것 중에 하나가 물가에 대한 적응이다. 내가 돈을 얼마 썼는지 항상 한화로 체크해야 한다. 문제는 이 한화 체크인데. 한화로 체크를 하다 보면 '어? 한국보다 싸네, 그럼 물가 싼 거네'라는 함정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실제 물가는 그것보다 싸다. 한화로 체크를 하되, 현지 물가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나 혼자 다닐 때에도 이 것을 지키는 것이 무척 어려운데, 동행이 있으면 이 것은 몇 배 더 어렵게 된다. 어제 나는 3번의 식사(난 보통 여행하면서 2식만 한다)를 했다. 카레만 3끼를 먹은 이상한 식사임에도 나는 한화로 약 4천 원 정도의 돈을 썼다. 숙박비 나갈 돈을 생각해 보면 약 1만 원 이상을 썼다는 결론이 나오는데 아마 이 글을 보는 사람은 '미쳤네, 저거밖에 안 썼어'라고 생각되겠지만, 인도의 실제 물가를 적용해보면 나는 하루 왕처럼 까진 아니지만 여행자치곤 부유한 삶을 보낸 셈이었다. 식당에서 먹는 밥이 50~80 INR (물론 더 비싼 경우가 많다. 100 INR 근방)이었고, 음료수나 물이 30~40 INR, 생각해 보니 숙소도 비싼 곳이었다. 바라나시는 첫 도시니까 라는 생각으로 합리화 하긴 했지만 반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반성의 시간

저녁에는 우연히 연락이 닿은 한국 분과 Joanna 그리고 룸비니 대성 석가사에서 함께 방을 썼던 다른 중국인 친구 (그는 우리 숙소 근처에서 쉬고 있었다.)와 함께 저녁을 먹게 되었다. 연락이 닿은 한국 분은 유창한 중국어의 소유자셨다. 덕분에 한국어, 영어, 중국어가 섞인 저녁식사자리가 마련되었다. 같이 식사를 하던 한국 분은 무려 1년 반 쨰 여행 중이시라고. 식사를 마치고는 다샤스메와드 가트로 이동했다. 힌두교의 종교의식인 '아르띠 뿌짜'를 보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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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바신께 간절히 기도하는 의식인 이 행사를 위해 현지인도 관광객도 저녁 6~7시가 되면 일제히 모여든다. 의식을 보면서 현지인들은 시바 신에게 간절히 기도했겠지만, 나는 그 풍경을 보면서 저녁 먹을 때의 일들을 떠올렸다. 식사 시간 내내 내 여행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Joanna도 중국인 답지 않게 중국 이곳저곳을 비롯하여 남미를 이미 섭렵하고 아시아를 돌아다니는 중이었고, 같이 식사하던 한국 분은 40대 중반쯤 되셨는데 벌써 1년 반 이상을 여행하고 있는 분이었다. 네팔에서도 그랬고, 점점 여행의 난이도가 높아질수록 나와 같은 처지의, 혹은 나 이상의 여행 고수(!)들을 만나면서 나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생각보다 철저한 준비도 없고, 기간도 짧고, 생각 외로 즉흥적이지도, 그렇다고 계획대로도 아닌 죽도 밥도 아닌 여행인가 싶기도 했다. 뭔가 우울해 있을 즈음 같이 온 한국분이 귀신 같이 내 마음을 읽은 건지 내 일정을 다시금 물어보더니 '여행 잘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기운 많이 받아가라'라고 말씀해주셨다. 뭐, 힌두교를 믿는다거나 그런 건 아니었지만. 어젯밤 그 시간만큼은 바라나시에서 뭔가 방랑하듯 여행하고 있는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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